원래 스케줄대로 전량 반입키로 협의
내년 초 LCD 업황에 찬물

대만 폭스콘이 일부 장비 반입 시기를 잠정 연기했던 중국 광저우 10.5세대(2940㎜ X 3370㎜) 라인 프로젝트 고삐를 다시 바짝 죄었다. 지난해 연말 장비 협력사들에게 약 6개월 정도 반입 시점을 늦춰줄 것을 요청했으나, 이 방침을 접고 원래 계획대로 공장을 가동키로 했다.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 및 SDP 공장 전경. /사진=샤프

폭스콘 광저우 공장, 내년 1분기 안에 반입 완료

 

16일 한 장비 업체 관계자는 “폭스콘이 지난해 연말 6개월 연기했던 광저우 10.5세대 장비 입고 시점을 원래대로 내년 1분기 안에 완료하기로 했다”며 “장비 업체들의 반발이 워낙 거센 탓에 향후 사업에 생길 차질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장비 업체 대표도 “지난해 연말 장비 반입을 연기할때도 정확한 시황 판단에 따른 확정적 조치라기 보다는 LCD 악성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임시방편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당장 급한 LCD 재고 처리를 위해 장비 반입 연기를 지시했으나, 서플라이체인에 대한 정밀한 검토후 이 같은 계획을 철회했다는 것이다.  

폭스콘이 광저우에 짓고 있는 10.5세대 LCD 공장은 원래 올 연말까지 원판투입 기준 월 9만장 기준으로 구축될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지난 2016년 확정됐다. 이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건 지난해 연말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SDP의 10세대 공장 가동률. 2019년 2분기는 추정치. /자료=IHS마킷
SDP의 10세대 공장 가동률. 2019년 2분기는 추정치. /자료=IHS마킷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폭스콘 그룹에는 400만대 가까운 LCD TV 재고 물량이 쌓였다(KIPOST 2019년 4월 10일자 <폭스콘 등에 올라탄 샤프, TV 재고에 몸살> 참고). 이에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의 일본 사카이 10세대(2850㎜ x 3050㎜) LCD 공장은 올들어 가동률을 60%선까지 낮췄다. 2분기 들어서는 가동률이 60% 미만까지 내려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업계 전반적으로 생산능력이 크게 늘어난 것과 더불어, 중국 시장에서 샤프의 브랜드 경쟁력이 후퇴한 탓도 있다.

샤프는 2016년 폭스콘에 매각되자 중국 시장에서 TV 1대를 사면 1대를 더 끼워주는 ‘원플러스 원’ 전략을 구사했다. 덕분에 2017년 중국 내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으로 늘었으나 브랜드 이미지는 크게 훼손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샤프의 TV 세트 판매량은 200만대 안팎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일본 사카이 공장의 악성 재고는 이 같은 전략 실패에 기인한다.

폭스콘은 이 같은 위기를 만회하기 위해 당초 이르면 올해 연말 반입 완료 예정이었던 10.5세대 라인 구축 시기를 미뤘던 것이다.

 

내년 상반기부터 9만장 규모로 가동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생산능력 및 전 세계 LCD 생산능력 비교. /자료=IHS마킷, 하이투자증권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생산능력 및 전 세계 LCD 생산능력 비교. /자료=IHS마킷, 하이투자증권

폭스콘이 장비 반입 일정 연기 방침을 철회한 덕분에 장비 협력사들은 한 숨 돌린 눈치다. 그러나 가뜩이나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LCD 업계에는 업황 반전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다.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에 이어 폭스콘까지 세 번째 업체가 10.5세대 LCD 생산 대열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10.5세대 기판은 65인치와 75인치 등 초대형 TV 패널 생산에 특화돼 있다. 8.5세대(2200㎜ X 2500㎜) LCD 및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패널 설비에 머물러 있는 국내 업체들로서는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다.

이미 LCD 업계는 올 여름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을 중단할 L8-1-1 라인에 주목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L8-1-1은 8.5세대 기판 투입 기준 월 9만장 안팎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는데, 이 라인이 문을 닫으면 업황 반전에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폭스콘이 가동 연기를 검토했던 광저우 10.5세대 공장이 생산 시기를 앞당기면, 그만큼 공급 요인이 늘어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라인 가동 정지 효과가 감쇄되는 것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10.5세대 LCD 램프업 스케줄은 이미 상수”라며 “공급과잉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고 OLED 등 새로운 기술로 시장 경쟁을 회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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