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와 바이오의 결합… 아이엠헬스케어 '나노와이어 기반 바이오 FET' 등

바이오 센서는 생명공학기술(BT)과 반도체 기술이 결합된 산물이다. 반도체 하나만 있으면 혈당⋅맥박⋅체온은 물론 인플루엔자⋅에이즈 등 질병까지 진단할 수 있다.

고령화 시대와 맞물려 시장도 커질 것으로 전망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렇다 할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바이오와 반도체 기술을 모두 알아야 해 바이오 업체도, 반도체 업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소외된 분야였기 때문이다. 각종 규제로 인한 위험 부담도 있었다.

불모지였던 국내 바이오 센서 시장에 하나 둘 새싹이 트고 있다. 학계의 기술 이전으로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가 하나 둘 생기는 한편,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바이오 센서 시장은 지난해 186억달러(21조762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5년 315억달러(32조8550억원) 규모로 연평균(CAGR) 8% 성장할 전망이다./글로벌마켓인사이트
▲바이오 센서 시장은 지난해 186억달러(21조762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25년 315억달러(32조8550억원) 규모로 연평균(CAGR) 8% 성장할 전망이다./글로벌마켓인사이트

 

아이엠헬스케어, 상보성금속산화물공정(CMOS)에서 바이오센서를 만들다

아이엠헬스케어(대표 이상대)는 최근 나노와이어(Nanowire) 기반 인플루엔자 검출 센서 ‘바이오FET(BioFET)’를 개발하고 이를 내장한 현장신속진단(POCT) 키트 상용화에 나섰다.

연내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식약처 허가를 받을 예정으로, 벌써부터 POCT 키트가 아닌 ‘바이오FET’만 납품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

나노와이어 기반 바이오 센서 ‘바이오FET’은 일반 반도체 제조 공정인 CMOS 공정에서 제작된다. 이를 통해 교정(Calibration) 알고리즘이 담긴 신호 처리 회로와 센서를 하나의 반도체로 만들 수 있었고, 생산비용도 줄였다.

 

▲아이엠헬스케어의 '바이오FET'이 전시돼있는 모습. 바이오FET은 일반 반도체 공정에서 만든다./아이엠헬스케어
▲아이엠헬스케어의 '바이오FET'이 전시돼있는 모습. 바이오FET은 일반 반도체 공정에서 만든다./아이엠헬스케어

‘바이오FET’은 나노와이어 위에서 표적 물질(항원)과 감지 물질(항체)이 만나면 드레인(Drain)의 전류가 미세하게 변하는 것을 감지, 인플루엔자 감염 여부를 진단한다. 보통 전류 변화량이 수 나노암페어(㎁)에 불과해 이를 감지해내는 알고리즘이 핵심이다.

기술 이전을 해준 포항공대와 나노팹에서 ‘바이오FET’을 만들면, 협력사인 후공정 업체(OSAT)로 보내 패키지를 하고 아이엠헬스케어가 키트로 제조한다. 8인치 웨이퍼 한 장에 1만개가 나올 정도로 작으며, 패키지는 구강상피세포 등을 묻힐 수 있도록 윗부분이 열린 오픈 캐비티(Open cavity) 형태다.

김의중 아이엠헬스케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호 전처리 알고리즘, 나노와이어의 신뢰성과 양산성을 확보, 패키지 공정 중 오염 방지 등 설계부터 제조까지 신경쓸 부분이 많았다”며 “인플루엔자 뿐만 아니라 다른 항원도 진단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한 셈”이라고 말했다.

인플루엔자는 증상 발현 이후 이틀 내에 처방 받아야 치료 경과가 좋다. 타미플루 등 약품은 항원이 체내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가두는 방식이라 예방에 가깝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유전자증폭(PCR) 진단은 적어도 6시간이 걸리고, 현장 진단(POC) 진단은 감도가 떨어졌다.

아이엠헬스케어의 인플루엔자 POCT 키트는 1분 이내에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민감도(Sensitivity)와 특이도(Specificity) 모두 90% 가량으로 정확도가 높다.

김의중 CTO는 “‘바이오FET’ 기술을 바탕으로 피부진단기, 호르몬 측정기, 암 조기 진단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배양과 검출을 하나의 기기로 할 수 있는 미생물(대장균) 검출기 ‘마이크로버(MICROBER)’도 지난달부터 농촌진흥청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기계전자시스템(MEMS)으로 하는 생체검사, 브이픽스메티칼(VPIX Medical)

 

한국과학기술원(KAIST) 대학원생 출신들로 구성된 브이픽스메디칼(대표 황경민)은 실시간 생체 검사가 가능한 초소형 형광 의료 현미경을 개발했다.

이 현미경은 MEMS 카메라 센서를 내장했다. 곤충의 눈처럼 다면체로 MEMS 카메라를 만들어 각 면에서 빛을 읽어들여 해상도를 높였고, 오른쪽⋅왼쪽에서 들어오는 빛의 방향을 조절해 하나의 센서로도 3차원(3D) 스캔을 가능하게 했다.

기존 부품 업체들도 CMOS 이미지센서(CIS) 기반 내시경용 현미경 개발을 검토했다. 브이픽스메디칼의 기술은 고해상도 CIS 대신 마스크를 1~3장 밖에 쓰지 않는 저렴한 MEMS 공정을 활용하고, 생체 검사 기능까지 갖췄다는 게 장점이다.

브이픽스메디칼은 지난해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스타트업 경진대회 ‘슬러쉬(SLUSH) 2018 헬싱키’에서 최종 100개의 우수 스타트업 그룹인 ‘SLUSH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브이픽스메디칼의 기술 고문을 맡고 있는 정기훈 KAIST 교수는 “프랑스 M사의 현미경과 달리 벡터 방식으로 이미지를 스캔해 정확도가 높고 화각(FOV)도 넓다”며 “MEMS 카메라 방식 자체가 독특해 이를 기반으로 한 지문인식 기술 등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이’ 한계 극복한 고감도 진단 솔루션, 켈스

종이는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만든 진단용 바이오칩의 기준 중 감도와 감지한계(LDO) 2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항목을 만족한다. 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 켈스(CALTH, 대표 이동호)는 이온농도분극(ICP) 현상을 이용, 종이의 한계를 극복한 고감도 진단 기술을 개발했다.

ICP는 마이크로 채널 두 개를 가까이 대고 둘 중 하나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전기장이 형성돼 두 채널 사이 이온이 이동할 수 있는 나노채널(Nanochannel)이 생기는 현상이다.

ICP 현상은 사람의 혈청(serum)처럼 고농축 물질에서는 잘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 업체는 전류가 흐르는 마이크로 채널을 선택적 이온 투과막으로 만들어 원하는 이온만 반대편 채널로 넘어갈 수 있게 했다. 항체가 접합된 금 입자를 활용, 점착력도 높였다.

이 같은 방식으로 전극 사이 단백질⋅DNA⋅호르몬 등 바이오 분자의 농도와 위치를 제어, 생체 시료를 전처리해 진단 정확도를 높였다.

 

▲켈스의 고민감도 현장 진단 기술 개념도./켈스
▲켈스의 고민감도 현장 진단 기술 개념도./켈스

혈액이 아닌 타액⋅소변⋅눈물 등을 이용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C형 간염 바이러스(HCV), B형 간염 바이러스(HBV) 등 고위험 바이러스 질환도 30분 내에 알아낼 수 있다.

성우경 전자부품연구원 휴먼케어시스템연구센터장은 “바이오 센서는 설계 및 제조 기술과 센싱 알고리즘 기술이 모두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지만, 아직 기술을 개발할 영역이 더 넓은 블루오션”이라며 “바이오 센서 시장에 뛰어드는 국내 업체들이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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