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인더스트리]삼성 반도체 야심작, PLP(패널레벨패키지)
[이지인더스트리]삼성 반도체 야심작, PLP(패널레벨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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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5.07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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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기 PLP 사업 인수한 삼성전자, 배경과 전망

 

◇김주연 기자

최근 삼성전기가 패널레벨패키지, PLP 사업을 삼성전자에 이관하겠다고 밝혔는데요.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삼성전기는 연말 인사에서 PLP 사업팀 인력들을 대거 승진시키면서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았는데요. 양산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PLP를 왜 삼성전자에 넘겼을까요?

이번 시간에는 PLP가 뭔지, 삼성전기는 왜 PLP를 포기했는지, 그리고 삼성전자는 PLP로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PLP 기술, 웨이퍼나 칩 아닌 패널 단위 대량 패키지

패널레벨패키지, PLP 기술은 웨이퍼나 칩이 아닌 패널 단위로 한 번에 패키지를 하는 기술을 뜻합니다.

반도체는 전공정과 후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데요. 과자를 예로 들어보면, 공장에서 과자를 만들고, 이 과자를 포장지 안에 넣어서 외부와 차단하죠? 과자를 만드는 게 전공정, 과자를 포장하는 게 후공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한번에 과자를 하나씩 포장하는 거랑 한번에 과자를 10개씩 포장하는 기계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포장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비슷하다면, 한번에 10개씩 포장하는 기계를 썼을 때 생산성이 더 높겠죠?

패널레벨패키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까지 반도체 후공정은 단일 반도체, 칩을 하나씩 포장하거나 혹은 전공정이 끝난 웨이퍼 상태 그대로 패키지를 진행했었는데요. 직경 300㎜인 웨이퍼에서, 혹은 이 웨이퍼 한장에 천개 정도 나오는 반도체를 일일이 패키지할 때보다 패널레벨패키지를 활용하면 생산성을 훨씬 높일 수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시듯, 가로, 세로 500㎜인 패널에서는 300㎜ 웨이퍼에서 만드는 것보다 4.5배 이상 많은 반도체를 만들 수 있죠.

또 애초에 원형이 아닌 네모난 기판을 쓰기 때문에 필요한 여러 가지 반도체를 한 번에 패키징해서 그걸 그대로 인쇄회로기판(PCB), 마치 메인보드처럼 쓸 수 있습니다. 기존에는 반도체 패키지용 보드 하나, 그리고 기기의 메인보드 하나 총 2개의 기판이 들어갔는데, 하나만 쓸 수 있게 되는거죠.

 

삼성전기가 할 수 없었던 것

이렇게 장점이 많은 PLP 사업을 삼성전기는 왜 넘겨줬을까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PLP 기술 자체가 후공정만 하는 업체가 하기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기술이라는 점, 그리고 성능을 목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아까 과자 봉지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과자 열개씩 포장하는 기계를 도입했을 때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다고 했죠? 그런데, 포장해야하는 과자가 4개밖에 안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자 열개씩 포장하는 기계가 한개씩 포장하는 기계보다 5배 이상 비싸다고 하면 과자 한개씩 포장하는 기계 네 개를 들여놓는게 차라리 낫겠죠?

삼성전기가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점도 이겁니다. 꾸준히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들어와주지 않으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거죠. 삼성전기가 PLP에 들인 돈만 5000억여원에 달합니다. 그런데 양산 라인은 하나뿐이고, 그나마 양산한 것도 수량이 얼마 되지 않는 갤럭시워치용 AP 뿐이죠. 매 분기 수백억 적자를 보는 상황에서 PLP를 밀고 가기엔 부담이 컸을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성능입니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삼성전기는 PLP 기술을 모바일 기기의 두뇌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처럼 고성능 반도체에 적용하는 게 목표였는데요. 수율은 95%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지만, 모바일 AP 같은 고성능 반도체를 감당할만큼의 성능을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그럴법도 한게, PLP는 이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어요. 그런만큼 공급망, 서플라이체인도 막 만들어지기 시작한 단계에요. 그런데 각 업체들마다 패널의 크기가 다르고, 기술도 조금씩 다릅니다. 각 업체가 스스로 소재 업체, 장비 업체를 찾아야하는 셈이죠.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도 이것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할 수 있는 것, 파운드리 사업과 기민한 연계 

그렇다면 이 계륵같은 PLP 기술을 왜 삼성전자는 넘겨받았을까요?

사실 PLP 이관을 먼저 제안한 건 삼성전자인데요. 삼성전기가 PLP를 시작하면서 삼성전자 내부 테스트&패키지 연구개발 인력은 삼성전자와 삼성전기로 흩어지게 됐습니다. 삼성전기 PLP사업팀을 이끄는 강사윤 부사장, 조태제 전무가 전부 삼성전자 출신이죠. 가뜩이나 TSMC가 패키지 기술로 애플 AP 물량을 휩쓸어간 상태에서 패키지 역량이 양분돼있는 건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이를 합쳐서 역량을 강화하면 성능 개선 속도도 빨라질 수 있겠죠.

파운드리 측면에서 보자면, 고객사에 제공할 수 있는 패키지 기술이 하나 더 늘어나게 됩니다. 여기에 메모리는 물론 AP, 전력관리반도체 등 대량 생산하는 제품들도 여럿 있기 때문에 물량도 꾸준히 확보할 수 있구요. 다양한 반도체를 모아 하나로 패키지하는 것도 가능해지죠.

삼성전자가 전공정을 하면, 삼성전기가 PLP를 하고, 다시 삼성전자에서 이를 테스트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지구요.

삼성전자가 대만 TSMC에 애플 AP 물량을 뺏긴 이유는 패키지 기술 부족이었죠. 이후 삼성전자는 팬아웃 기술, 2.5D 반도체, 인터포저 등 다양한 패키지 기술을 개발했거나 하고 있습니다. PLP까지 확보했으니, 이제 투자만 남았네요.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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