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신설 프로젝트, 대부분 8.6세대
생산 중단시 하반기 LCD 시황에는 '단비'

올 여름 LCD 중고장비 업계에 큰 장(場)이 선다. 삼성디스플레이가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파일럿 라인 공간 확보를 위해 기존 8.5세대(2200㎜ X 2500㎜) LCD 라인 내 장비들을 통째로 매각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 8.5세대 LCD 양산라인 중 청산에 들어가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업계 관심도 크다.

삼성전자 QLED TV.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하는 QD-OLED는 기존 QLED 대비 진보된 기술이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QLED TV. 삼성디스플레이가 투자하는 QD-OLED는 기존 QLED 대비 진보된 기술이다. /사진=삼성전자

세계 첫 8.5세대 LCD 라인 청산

 

삼성디스플레이가 QD-OLED 전환 작업을 추진 중인 공간은 8.5세대 LCD를 생산하는 L8-1-1과 L8-2-1 두 곳이다. 이 중 우선 L8-1-1이 올 여름 매각 작업에 돌입한다. L8-1-1은 당초 8.5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7만장 정도의 생산능력으로 설계됐으나, 이후 보완 투자를 통해 현재는 생산능력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일본 캐논도키에 발주한 QD-OLED용 증착장비 반입시점은 오는 12월이다. 기존 장비를 빼내고 이송하는 시간을 감안하면 L8-1-1의 매각 작업은 2분기 말~3분기 초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L8-1-1 생산중단과 매각은 전 세계 8.5세대 라인 중 최초다. 8.5세대 LCD는 32인치⋅49인치⋅55인치 패널을 효율적으로 생산하면서 최근 몇년간 업계 주력 사이즈로 활약했다. 그러나 TV 시장의 트렌드가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면서 8.5세대 라인 경쟁력이 상실됐다. 8.5세대 기판에서 65인치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기판의 30% 정도를 폐기해야 한다. 면취 효율이 낮다는 뜻이다.

8.5세대와 8.6세대 LCD 면취 예시. /자료=IHS마킷
8.5세대와 8.6세대 LCD 면취 예시. /자료=IHS마킷

다중모델생산(MMG) 방식을 적용하면 55인치⋅32인치 패널을 추가할 수 있으나 이들 사이즈 역시 시장에서 인기가 높지 않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에 새로 건설되는 8세대급 라인은 대부분 8.5세대가 아닌 8.6세대급이다. CHOT⋅HKC⋅CEC판다⋅이노룩스 등이 8.6세대 라인을 건설했거나 신설할 예정이다.

8.6세대 라인은 단일화 된 표준이 없다. 업체별로 2250㎜ X 2600㎜, 2250㎜ X 2610㎜, 2290㎜ X 2620㎜ 등으로 다양하다. 세 규격 모두 8.5세대 대비 가로⋅세로 길이가 약간씩 더 길다. 덕분에 기판을 잘랐을 때, 8.5세대 대비 조금 더 큰 크기의 TV용 패널을 생산할 수 있다.

한 가지 사이즈로 자르는 ‘싱글컷’으로 가정하면, 8.5세대 기판을 8개로 자르면 49인치 패널이 생산되지만 8.6세대에서는 50인치 패널을 만들 수 있다. 6개로 자를때도 8.5세대에서는 55인치, 8.6세대에서는 58인치 생산이 가능하다.

생산 효율은 동일한데, 얻어지는 패널 사이즈가 크다보니 TV 고객사나 일반 소비자들에게 주는 편익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매각하는 L8-1-1의 중고 장비들이 좋은 가격에 새 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8.5세대 장비들이 구형인데다 매각 시간도 촉박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6~7월 안에 매각이 끝나야 공간을 비울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데, 중국 내 메이저 업체들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BOE⋅CSOT 등 선두 업체들의 관심은 10.5세대에, 2위 그룹의 시선은 8.6세대에 쏠려 있다”며 “8.5세대는 신생 LCD 업체를 대상으로 원매자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LCD 업계 가뭄의 단비 되어줄까

 

디스플레이 업계가 삼성디스플레이의 L8-1-1 매각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황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이후 극심해진 패널 공급과잉 현상이 L8-1-1 생산 중단과 맞물려 다소 해소될 가능성이 있다. 마침 L8-1-1 생산이 중단되는 2~3분기는 LCD 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다.

만약 삼성디스플레이가 L8-1-1에 이어 L8-2-1까지 매각한다면, 8.5세대 기판투입 기준 월 최소 14만장 이상의 생산능력이 사라진다. 이는 전 세계 TV용 LCD 라인(7~10.5세대)의 생산능력 중 3% 안팎에 불과하다. 그러나 TV 세트 업체에 향후 패널 가격이 오른다는 시그널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생산능력 및 전 세계 LCD 생산능력 비교. /자료=IHS마킷, 하이투자증권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 생산능력 및 전 세계 LCD 생산능력 비교. /자료=IHS마킷, 하이투자증권

단기에 LCD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TV 업체들이 LCD 패널을 사재기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준다. 지난 2017년 1분기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7-1 라인 생산을 중단하면서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패널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모두 2017년 1분기에 1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정윤성 IHS마킷 상무는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투자는 전체 LCD 생산능력에 3%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8.5세대 생산능력 감소가 일부 LCD 사이즈의 수요⋅공급 ‘미스매치’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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