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 최초… 성능 144TOPS에 달하는 'FSD칩' 모델X, S, 3에 적용

▲테슬라의 자율주행 플랫폼 ‘FSD(Full Self-Driving)’./테슬라
▲테슬라의 자율주행 플랫폼 ‘FSD(Full Self-Driving)’./테슬라

테슬라가 완성차(OEM) 업체 중 최초로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했다.

테슬라는 이 반도체가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을 넘어선 ‘세계 최고의 칩(Best chip in the world)’이라고 주장했지만, 엔비디아는 즉각 이에 반박하는 내용의 자료를 냈다.

자율주행 기술 전쟁이 반도체 성능 경쟁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테슬라는 왜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했을까

테슬라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모델S와 모델X의 최신 버전 등 신차에 들어가는 자율주행 컴퓨터 ‘FSD(Full Self-Driving)’를 발표하면서 내부에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FSD chip’이 들어가있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지난 2017년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밑작업은 지난 2016년부터 시작됐다. 그 해부터 테슬라는 피트 배넌(Pete Bannon) 현 테슬라 실리콘 엔지니어링 부사장을 비롯, 짐 켈러(Jim keller), 크리스 래트너(Chris Lattner) 등 업계 실력자를 끊임없이 영입했다.

업계는 테슬라가 자율주행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한 비용만 최소 6000만달러(약 698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는 테슬라의 움직임을 별다른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 중 차량용 반도체를 직접 개발하는 곳은 전무했기 때문이다.

계열사로 반도체 업체를 두는 경우는 있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이 안정성과 신뢰성을 이유로 납품실적(reference)이 있는 글로벌 업체의 제품을 선호한다. 현대차그룹이 반도체 국산화를 내걸며 야심차게 출범시켰던 현대오트론도 반도체가 아닌 소프트웨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 외에도 모빌아이, 마벨 등 굵직한 반도체 업체들이 자율주행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운전자의 목숨을 쥐고 있는, 그것도 레퍼런스도 없는 칩을 신차에 적용한 것은 이례적이다.

 

▲피트 배넌 테슬라 실리콘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자율주행 플랫폼 ‘FDS’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테슬라 공식 유튜브 캡처
▲피트 배넌 테슬라 실리콘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자율주행 플랫폼 ‘FSD’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테슬라 공식 유튜브 캡처

테슬라가 자율주행 반도체를 자체 개발한 가장 큰 이유는 원하는 성능의 반도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반도체의 목표 성능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지만, 테슬라가 그간 써오던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프로세서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번 발표에서 테슬라 측은 “3년 전, 우리는 자율주행에 가장 적합한 칩을 찾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신경망(Neural Network)을 가동할 수 있는 이상의 성능을 가진 제품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맞춤화다. 엔비디아의 프로세서는 범용 반도체다. 내부 소프트웨어에는 테슬라의 알고리즘을 적용할 수 있겠지만, 하드웨어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이 경우 가장 적합한 방안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AI 알고리즘을 그대로 담은 하드웨어, 즉 자사 맞춤형 반도체를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도 같은 이유로 자체 칩을 개발하고 있다. 어떤 서비스에 AI를 적용할지에 따라 알고리즘은 물론 칩의 성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서버용 AI 칩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을 개발한 구글은 지난해 자사의 텐서플로 라이트(TensorFlow Lite) 기반 머신러닝(ML) 알고리즘을 가속화에 최적화된 사물인터넷(IoT) 기기용 ‘엣지 TPU(Edge TPU)’를 공개했다.
 

불붙은 성능 경쟁… 테슬라 vs 엔비디아 vs 모빌아이 vs @?

테슬라의 목표는 전력소모량 100W 미만의 최소 성능 50TOPS인 AI 칩이었다. 한 번에 하나의 연산(Batch size=1)만 처리하게 해 속도를 높이고, AI 칩을 거친 데이터를 GPU가 후처리(Post processing)하는 형태다.

테슬라가 ‘세계 최고의 칩(Best chip in the world)’이라고 자찬한 ‘FSD 칩’은 각각 별도의 전원으로부터 전력을 공급받는 형태로 2개가 FSD 컴퓨터에 내장됐다. 평소에는 두 칩이 함께 동작하면서 서로의 결과값을 공유, 제어기에 명령을 내리고 한 칩에 문제가 생기면 나머지 한 칩이 기능하는 식이다.

 

▲테슬라의 FDS 칩. 파란색이 NPU 블럭, 분홍색이 GPU 블럭, 초록색이 메인 CPU 블럭이다./유튜브 캡처, KIPOST 수정
▲테슬라의 FSD 칩. 파란색이 NPU 블럭, 분홍색이 GPU 블럭, 초록색이 메인 CPU 블럭이다./유튜브 캡처, KIPOST 수정

삼성전자의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에서 생산된 이 칩은 260㎟ 면적의 다이(die) 안에 12개의 메탈 레이어, 2억5000만개의 게이트, 그 위에 60억개의 트랜지스터가 빼곡히 들어가있다.

블록 단위로 보자면 신경망프로세서(NPU)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NPU는 32MB S램이 내장됐고 성능은 2㎓에서 36TOPS다. FSD 컴퓨터 당 72TOPS로, FSD 컴퓨터가 2개 들어가니 총 144TOPS의 성능을 내는 셈이다.

 

▲테슬라 FDS 칩 사양./테슬라, KIPOST 정리
▲테슬라 FSD 칩 사양./테슬라, KIPOST 정리

테슬라는 FSD 컴퓨터가 엔비디아의 ‘자비에(Xavier) 프로세서’보다 영상 처리 성능이 2100 초당프레임(fps)으로 21배 빠르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즉각 블로그를 통해 ‘자비에(Xavier)’ 프로세서 성능은 테슬라가 설명한 21TOPS가 아닌 30TOPS고, 애초에 2016년 출시된 ‘자비에’ 프로세서 하나와 FSD 컴퓨터를 비교하는 건 단위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엔비디아 ‘자비에 프로세서’ 2개와 GPU가 결합된 ‘드라이브 AGX 페가수스(Drive AGX Pegasus)’ 플랫폼과 비교하는 게 맞다는 것이다. ‘드라이브 AGX  페가수스’의 성능은 160TOPS로, 마찬가지로 2개가 들어가니 총 320TOPS의 성능을 가진다.

엔비디아는 “차세대 프로세서인 오린(Orin)은 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전 단계인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시스템온칩(SoC) 업계 1위 모빌아이는 어떨까. 모빌아이가 내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자율주행 4~5단계용 ‘아이큐5(EyeQ5)’의 성능은 24TOPS다.

전력소모량이 10W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최대의 강점이지만 단일 칩의 성능으로만 비교하자면 테슬라의 FSD 칩이나 엔비디아의 자비에 프로세서 모두에 밀린다.

 

자율주행, 반도체 성능만 좋으면 될까?

업계는 테슬라의 이번 발표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 반도체 성능으로 번졌다고 평가한다.

테슬라는 FSD 칩보다 성능이 7배 이상 높은 차세대 반도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테슬라의 주장을 반박하면서도 “테슬라가 기준을 높였다”며 앞으로 모든 완성차 업체가 이 수준의 성능을 가진 반도체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성능이 높아질수록 가격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AGX 페가수스’는 아직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보다 성능이 낮은 ‘드라이브 AGX 자비에’의 개발키트 가격은 2499달러(약 290만원)다. 자동차 1대당 부품원가(BoM)가 그만큼 올라간다는 얘기다.

모빌아이가 지난해 출시한 ‘아이큐4(EyeQ4)’에 카메라 처리, 서라운드 뷰, 운전 정책 알고리즘 등을 결합한 ADAS 솔루션은 총 400~500달러로 추정된다. 엔비디아의 ‘드라이브 AGX 자비에’의 5분의1 가격이다.

업계 관계자는 “성능이 좋은 반도체는 지나치게 비싸 보급화가 어렵다”며 “초기 자율주행 기술은 고가의 프리미엄 자동차를 살 여유가 있는 기업이나 사람들만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련 도로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의 성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자율주행은 자동차와 도로에 깔려 있는 지능형교통체계(ITS) 등의 인프라가 결합돼 구현된다.

현재는 ITS가 그만큼의 컴퓨팅 성능을 갖추지 못했거나 혹은 아예 없기 때문에 ITS에서 처리할 데이터를 모두 자율주행차에서 도맡게 된다는 얘기다. ITS가 구축되고 나면 자율주행차에서 AI가 할 일은 급격히 줄어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AI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갑자기 도로에 사람이 뛰어드는 것처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며 “AI 성능도 성능이지만,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센서 등 주변장치와 인터페이스, 부품 간 프로토콜이 변화·발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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