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LSI는 신사업 중심 반도체 개발에, 파운드리는 IP 및 생산능력 확충에

삼성전자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 연구개발(R&D) 및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한다. 전문인력도 1만5000명 채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대표 김기남·김현석·고동진)는 24일 메모리 뿐만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이와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 계획을 살펴보면 R&D에는 73조원, 생산시설에는 60조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관련 사업부는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다.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는 제품군 다각화에, 파운드리 사업부에서는 공정 개발 및 생산시설 확충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5G 모뎀 솔루션./삼성전자
▲삼성전자의 5G 모뎀 솔루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부품 등 4개 신성장 사업을 선정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바이오를 제외한 3개 기술은 반도체 없이 구현할 수 없다.

시스템LSI 사업부 입장에서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이미지센서(CIS) 등 기존 강점이 있는 제품군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용이하다. 실제 신성장 사업 육성 계획 발표 이후 시스템LSI 사업부는 AI, 5G 이동통신, 전장용 반도체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했다. 기존 제품군에는 없는 반도체를 개발도 시작했다.

AP ‘엑시노스 9280’에는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들어갔고, 5G 이동통신용 반도체로는 모뎀에 이어 엔벨롭트래킹, 무선통신(RF) 트랜시버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했다. 인포테인먼트용 반도체 플랫폼 ‘엑시노스 오토’도 만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에서는 R&D 프로젝트 가짓수가 많아지자 외부 업체에 용역까지 맡기고 있다”며 “대차량통신(V2X), 비전 전용 시스템온칩(SoC), 기지국용 5G 이동통신 칩 등 기존 강점을 활용할 수 있는 제품군에서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파운드리 사업부도 R&D를 늘려 공정자산(IP)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업계 1위 TSMC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비교할 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게 IP 부족이다. 생산을 맡기려해도 맞는 IP가 없어 발길을 돌린다는 얘기다.

지난 2017년 분리 이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임베디드M램(eMRAM), 완전공핍형 실리콘온인인슐레이터(FD-SOI) 등으로 IP 다양화에 나선 상태다. 라이다(LiDAR) 전용 칩, 차량용 AI 칩 등 생산 전력이 없는 제품도 나서서 생산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삼성전자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현장./삼성전자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요인이었던 생산시설도 확충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자사(시스템LSI 사업부), 대형 고객사의 물량이 갑자기 늘어나면 타사의 주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중소 팹리스업체들이 기피해왔다.

7나노 등 최첨단 공정 생산량 역시 많지 않다. 지난해 1년간 TSMC의 웨이퍼 처리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1200만장이 넘었지만, 삼성전자의 연간 웨이퍼 처리량은 300만장 정도에 불과하다.

내년 완공되는 화성 EUV 라인은 EUV 관련 공정만 진행되는 곳이라 웨이퍼 처리량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지금까지는 구 생산라인에 대한 일부 전환 투자만 해왔지만 파운드리 사업 성격상 다양한 공정을 갖춰야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규 생산라인을 확보할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생산시설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60조원으로, 평택 1공장만한 팹을 2개 더 만들 수 있는 규모다.

업계는 당장 평택 2공장에 파운드리 생산 라인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평택 2공장은 1공장과 비슷한 30조원 규모로, 평택 1공장이 1층 동편/서편, 2층 동편/서편으로 구성돼듯 복층에 각각 2개의 생산 라인이 깔리는 형태가 유력하다.

천안 패키지 생산 라인도 확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앞서 패키지 제조, R&D 인력을 천안으로 집결시켰다. 천안에서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등이 진행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평택 2공장의 생산라인 중 하나는 파운드리용으로 아예 배정된 걸로 알고 있다”며 “파운드리 사업부의 성적에 따라 투자 규모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R&D 및 제조 전문 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공개채용 시점이 보통 3월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부터 매년 1500여명을 뽑는 셈이다.

현재 DS부문 전체 인력은 5만명 정도로, 매출 규모와 인력 규모가 비례한다고 가정하면 파운드리 사업부 및 시스템LSI 사업부를 모두 합쳐봐야 메모리 사업부 규모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의 2019년도 MPW 지원 공정./삼성전자
▲2019년도 삼성전자 MPW 지원 공정./삼성전자

삼성전자는 또 팹리스, 디자인하우스 등 국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 업체들과 기술력을 공유할 방침이다. 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기준도 완화해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의 소량제품 생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 프로그램도 공정당 연 2~3회로 확대 운영한다.

앞서 삼성전자는 MPW 지원을 5나노까지 넓힌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와 국내 중소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한국 시스템 반도체산업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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