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리사가 된 후 내 첫 직장은 외국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법인이었다. 그곳에서 처음 맡은 사건은 특허의 절대강자인 퀄컴이 한국에 출원한 특허다. 그들은 한 달에 백여 건의 특허를 한국에 출원했다. 그 특허출원들은 워낙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중간사건만 잘 대응해도 쉽게 등록이 됐다. 기업의 특허관리에 경외감을 가지던 시절이었다.

그리고 회사를 옮겨 국내 대기업의 사건을 주로 처리하는 특허법인에서 일했다. 삼성전자의 국내와 해외 특허출원, 중간사건을 주로 맡았다. 삼성이 출원하는 사건들의 수와 그 스케일에 감탄을 하던 시절이었다. 처음으로 특허명세서를 쓰는 일은 쉽지 않았고, 해외출원 덕분에 일은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명세서 작성법과 세계 각국의 대리인들과 일하는 법을 충실하게 배울 수 있었다.

한 차례 이직을 하면서 중견 규모의 특허사무소를 골랐다. 중간 규모의 외국기업들의 국내사건과 다양한 규모의 국내기업들의 사건을 처리했다. 이곳에서 나는 특허부서의 장으로서 외국기업의 국내 사건들과 국내기업의 해외사건들을 주로 맡았는데, 출원과 중간사건 뿐만 아니라 등록 후의 분쟁사건, 외국사건 등이 모두 내 차지였다. 마치 전장에 투입된 장수 같았다. 정말 살아남기 위해 많은 분의 조언을 구하고, 많은 책을 읽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스스로 특허사무소를 열고 현재는 기율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경력이 쌓일수록 내 일은 점점 복잡해져 갔다. 회사를 한번 옮길 때마다 만나는 고객들의 사업규모는 작아졌는데 할 일은 더욱 많은 아이러니가 생겼다. 

'왜 이렇게 했을까…' 생각이 들게끔 만드는 안타까운 사례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꼬인 문제가 많아 이를 풀기 위해서는 몇 배의 공이 들어갔다. 특허 강자인 퀄컴이나 삼성과 비교하면 전담팀이 없는 국내 중소기업들은 특허에 너무 무지한 경우가 많았다.

출원기간을 놓쳐서 특허출원을 못 하거나, 출원 전에 발명을 공개해서 특허가 무효가 되기도 했다. 연구개발을 다 하고 나서 출원을 의뢰했는데 그 기술과 똑같은 특허나 논문이 발견되기도 했다. 해외에 수출을 하면서 나중에 특허를 받으려는 경우도 있었다. 

최근에는 우수제품 등의 심사에 참여하며 여러 중소기업에서 등록한 특허를 자주 보게 됐다. 우수제품에 선정되려면 제품에 특허가 적용돼야 하는데 특허가 제품과 매칭되지 않아 심사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으로 심사에 참여한 날이었다. 한 기업의 발표가 끝난 후 특허가 제품과 매칭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참여한 기업의 대표가 이를 너무 쉽게 인정해버렸다. 제품을 더 좋게 하려고 설계를 변경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그 기업은 탈락했고, 나는 그날 집에 와서 기업 하나를 떨어뜨렸다는 자책감에 하루를 앓았다.

이런 기업들의 사례에서 공통점으로 발견되는 점은 지식재산권에 대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기업 대표나 실무자들이 특허나 상표에 대해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 회사에 특허 전문인력이 하나만 있었어도’, ‘특허나 상표를 조금만 더 아셨어도’하는 안타까움이 들곤 한다. 

이 란을 통해 나누는 지식이 기업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지식재산권에 대한 새로운 시야가 생겼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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