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수율 개선 못했다… 감광액도 개선 필요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이 하반기 양산에 돌입한다. 당초 예상보다 느린 전개다. 업계는 EUV 노광 공정 양산이 올해 상반기 내 시작될 것으로 예측했다.

위험 생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가 선뜻 대량 양산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아직까지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감광액, 계측·검사(MI) 등 한두개가 아니다.

 

다 된 줄 알았는데… 마스크 병목 현상

 

▲EUV 노광기 내부의 작동 과정.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상단에 위치한 펠리클을 거쳐 마스크에 도달하고, 반사돼 웨이퍼에 쪼여진다./마이크로일렉트릭엔지니어링, KIPOST 재구성
▲EUV 노광기 내부의 작동 과정. 광원에서 나오는 빛이 상단에 위치한 펠리클을 거쳐 마스크에 도달하고, 반사돼 웨이퍼에 쪼여진다./마이크로일렉트릭엔지니어링, KIPOST 재구성

노광 공정은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회로 패턴을 인쇄한 마스크(필름)에 △빛을 쪼이면 △마스크를 통해 들어온 빛이 웨이퍼(인화지)에 도포된 감광액(PR)과 반응하면서 웨이퍼에 회로 패턴이 새겨진다.

즉 노광 공정에서 마스크는 회로 패턴이 처음 새겨지는 필수 부품이다. EUV부터는 제조사들이 회로 패턴이 새겨지지 않은 블랭크 마스크(Blank mask) 형태로 들여와 패턴을 새겨 활용한다.

EUV 이전까지 마스크는 노광기의 굴절 광학계를 통해 들어온 빛을 통과시키는 투과형이었다.

반면 EUV 마스크는 반사형이다. EUV는 파장이 13.5㎚로 짧다. 파장이 짧은만큼 에너지가 강해 렌즈에 조금씩 변형을 가져오고, 기체를 포함한 모든 물질에 흡수돼 굴절률이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ASML은 EUV 노광기에 다층 박막 특수 거울 여러 개로 구성된 반사 광학계를 적용했다.

역할이 달라지다보니 소재 구성도 바뀌었다.

액침 불화아르곤(ArFi)용 블랭크마스크는 유리 기판 위에 불투명한 크롬을 입혀 만들었다.

EUV용 블랭크 마스크는 빛을 반사해 패턴을 새기기 때문에 소재의 반사율이 높아야하고, 기판은 EUV 광원으로부터 나오는 열에 버틸 수 있어야한다.

 

▲EUV용 블랭크 마스크 구조./글로벌파운드리
▲EUV용 블랭크 마스크 구조./글로벌파운드리

때문에 열팽창 계수가 낮은 기판에 반사율이 높은 실리콘(Si)과 몰리브덴(Mo)을 번갈아 40~50층을 깔고, 그 위에 루테늄(Ru) 기반의 보호층(Capping layer)을 형성한다. 보호층 위에는 빛을 흡수하는 탄탈륨(TaN) 기반의 흡수체(absorber)가 올라간다.

적층 수 자체가 늘어나다보니 수율을 올리기 어려워졌다. 반사층 사이사이에 작은 먼지라도 들어가면 해당 영역의 반사율이 크게 떨어진다.

여기에 EUV용 블랭크 마스크 뒷면에는 마스크를 고정하기 위한 정전기 척(Chuck)도 필름 형태로 깔려야 한다. 앞면의 결함만 문제가 됐던 이전과 달리, 이제는 뒷면에 생긴 결함도 불량의 원인이 되는 셈이다.

손꼽히는 블랭크 마스크 업체 호야, 아사히글라스 등이 수율을 올리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EUV 마스크 가격은 아직도 장당 수억원에 달한다”며 “수율 높이기가 어려워 삼성전자, TSMC 모두 원하는 물량을 제때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마스크에 패턴을 새기는 것도 쉽지 않다.

블랭크 마스크를 받은 제조사들은 전자빔(e-beam) 마스크 제작기(Writer), 식각 등을 거쳐 흡수층을 부분적으로 제거해 패턴 모양으로 반사부를 남긴다. 기존 가변 모양 빔(VSB)으로 고밀도 레이어를 그리려면 30시간 이상이 걸린다. 멀티빔 마스크 제작기도 아직이다.

게다가 이전까지는 이온빔이나 레이저로 패턴이 새겨지지 않은 부분을 다듬어 수리(Repair)할 수 있었다.

하지만 EUV 블랭크 마스크의 흡수층인 루테늄은 두께가 2.5나노에 불과해 수리 시 레이저가 아래 흡수층을 뚫고 반사층까지 영향을 준다.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렇게 만든 마스크도 EUV 파장인 13.5나노가 아닌 193나노 파장으로 검사한다. 삼성전자는 13.5나노 기반 마스크 계측 시스템을 만들었지만, 현장 검사(Field test)용으로 쓰인건 193나노 계측 시스템이다. 이는 마스크에 결함이 있는지 여부를 100% 보장할 수 없다는 얘기다.

계측·검사 업계 관계자는 “193나노로 검사하면 보이지 않았던 결함이 전자현미경(SEM)으로 들여다보면 있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13.5나노를 쓰는 게 맞지만 계측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어렵고 이를 양산라인에 적용할 정도로 가격이 저렴하지도 않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감광액, 민감도는 높이고 식각 반응성은 낮춰라

파장이 짧다는 얘기는 빛 속의 광자 수가 적다는 얘기다. EUV 광원 속 광자는 불화아르곤보다 14배 적다. 때문에 일부분에서는 광자가 PR과 충분히 반응하지 않아 패턴이 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노출 시간을 늘리면 PR과의 반응성을 높일 수 있지만, 과다 노출로 인해 회로의 가장자리가 거칠어진다. 사진을 찍을 때 셔터 스피드를 늘리면 노이즈가 많이 생기는 것과 같은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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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공정에서 생기는 다수의 결함들./imec

EUV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여러 층의 기반이 되는 핵심 레이어를 형성한다. 대들보가 울퉁불퉁하면 집을 튼튼히 짓기 어려운 것처럼 회로 가장자리가 거칠면 전체 수율이 떨어질 수 있다.

광원의 출력을 높이기도 쉽지 않다. ASML은 10년 이상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250W 광원을 만들었다.

최선은 감광액의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PR은 민감도 뿐 아니라 식각에 대한 내성도 있어야 한다.

PR에서 빛에 반응하지 않은 부분은 다음 식각 공정에서 제거된다. 선폭이 얇아지면 그만큼 종횡비(A/R)가 높아지는데, 이를 처리하기 위해 식각 시간을 늘리다보니 빛에 반응한 부분까지도 깎여버리는 문제가 생긴다. 식각 반응성이 낮은 소재를 써야하는 셈이다.

이에 업계는 기존 노광 공정에서 사용되던 화학 증폭형 감광액의 대안책을 고민하고 있다. 화학 증폭형 감광액은 광자가 PR 내부에서 여러 광산 분자를 만들어 폴리머 분자를 녹인다. 감광액의 민감도는 이 때 나온 광산 분자의 수로 측정한다.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는 아이멕(Imec)에서는 노출 후 식각 전 PR에 알루미나를 침투시켜 빛을 받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의 반응성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광이 전부가 아니다… 결함 분석, 처리는?

웨이퍼 상의 결함을 찾아내는 계측·검사(MI) 기술도 처리량을 높이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전자빔 업체들은 처리량을 높이기 위해 멀티빔을 개발 중이지만 광원을 1개에서 9개에서 늘리는 것도 아직 하지 못했다. 생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가 되려면 100개 이상의 광원이 달려야한다.

노광만 정확하다고 해서 완벽하게 패턴이 새겨지지는 않는다. 패턴은 PR과 빛의 상호 작용, 그리고 이후 식각 공정에서의 성능, 패턴 형성 물질의 증착 균일성 등에 영향을 받는다.

업계는 이에 식각까지는 현 상태를 유지하되 포스트 노광(Post lithography) 공정을 진행, 결함을 일부 복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택비(Selectivity)가 낮은 식각을 진행해 식각이 되지 않아 막혀있는 구멍을 뚫는 식이다.

금속 도금 공정 전 구멍 속에 잔류해 있는 PR은 디스큐밍(descumming) 단계를 추가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장비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업계 관계자는 “EUV 라인은 어느 정도 안정화됐지만, 마스크나 PR 등 관련 소재·부품 개선이 더디다”며 “제조비용이 올라가면서 업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양산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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