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빅데이터 시대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에 데이터 사용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성능과 경제성을 갖춘 초고효율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업계 움직임이 활발하다.

반도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메모리에서 데이터를 저장, 불러오는 속도가 메인 프로세서의 동작 속도보다 현저히 낮아 발생하는 '데이터 처리 병목 현상'은 메모리 업계가 해결해야할 숙제로 지적된다.

SK하이닉스(대표 이석희)는 차세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표준 'ZNS(Zoned Namespaces) SSD' 솔루션을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 세너제이(San Jose)에서 열린 ‘2019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글로벌 써밋’에서 업계 최초로 시연했다고 25일 밝혔다. 

'ZNS SSD'는 서버와 스토리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대형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제안한 데이터 관리 기술에 기반한 차세대 SSD 표준이다. 기존 SSD보다 속도와 신뢰성이 30% 높고 수명은 4배 이상으로 차세대 데이터센터에 적합하다. 

기존 SSD는 하나의 공간에 사진·영상·음악 등 여러 용도의 데이터를 구분 없이 한꺼번에 저장했다. ZNS SSD는 이와 달리 용도와 사용 빈도가 다른 데이터를 각각 다른 공간(Zone)에 저장한다.

책상 서랍을 예로 들어보자. 책상 서랍에 사용 빈도가 높은 펜, 연필과 잘 쓰지 않는 가위, 칼 등을 무작위로 쌓아놓는다고 가정해보자. 펜을 찾으려면 서랍에 있는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야하니 그만큼 시간이 오래 걸린다.

반면 책상 서랍에 칸막이를 설치해 펜, 연필, 가위, 칼 등을 나눠서 넣어놓으면 한 번에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시연한 2TB ZNS SSD는 PCIe Gen3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 NVMe 1.2.1 규격으로, 폼팩터(Form Factor)는 M.2다. 자체 개발한 소프트웨어와 72단 3D 512Gb 트리플레벨셀(TLC) 낸드가 탑재됐다. 

회사는 올해 ZNS SSD 개발을 마무리하고 내년 상반기 상용 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박경 SK하이닉스 메모리시스템연구담당  연구위원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선두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제안하는 다양한 메모리 솔루션을 공동으로 연구개발 중에 있으며 ZNS SSD가 그 중의 하나”라면서 "데이터센터 고객들이 요구하는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적기에 개발해 차세대 기업용 SSD 경쟁력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OCP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관련 주요 기업들이 참여, 초고효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위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및 기업향 SSD 표준 등을 논의하는 프로젝트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주요 기업 및 학계 인력 약 3600명이 참석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데이터센터 중심의 기업용 SSD시장은 같은 기간 189억 달러(약 21조4610억원)에서 339억 달러(약 38조4935억원)로 연평균 15.7% 성장하며 전체 SSD 시장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