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디아 출시 앞서 제이드 레이먼드 영입한 구글...게임사 몸값 높일듯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의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PS)’이 닌텐도를 제치고 선두로 치고 나온 해는 1997년이다. 이전까지 닌텐도를 통해 6편까지 출시됐던 ‘파이널판타지’가 이 해 처음 PS 전용 게임으로 출시됐다.

닌텐도의 킬러 콘텐츠였던 파이널판타지가 PS 독점 콘텐츠로 줄을 바꿔서면서 콘솔 업계 구도가 급변했다. 닌텐도 유저들은 파이널판타지를 플레이하기 위해 PS를 앞다퉈 구입했다. 플랫폼 산업에서 콘텐츠 독점력은 플랫폼 업체 지위를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힘이 세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판 공식 트레일러. /자료=스퀘어에닉스
파이널판타지7 리메이크판 공식 트레일러. /자료=스퀘어에닉스

구글 ‘스타디아’가 부족한 C는? 콘텐츠!

 

구글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게임 스트리밍 사업의 성패는 ‘3C’에 의해 좌우된다. 원활하게 게임을 구동할 ▲클라우드 서버(Cloud Server), 이용자들의 소통 창구인 ▲커뮤니티(Community), 그리고 플랫폼의 경쟁 우위를 결정 짓는 ▲콘텐츠(Contents)다.

이 중 첫번째 C인 클라우드 서버는 이미 ‘구글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 있다. 커뮤니티는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가 제공한다. 구글은 이미 지난 18일(현지시간) 스타디아 출시 행사에서 유튜브와 스타디아 서비스가 어떤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지에 대해 운을 떼었다.

게임 유저가 간단한 링크를 통해 다른 유저를 초대하거나 플레이 장면을 유튜브로 실시간 전송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올해 게임 동영상 시청자가 규모가 4억54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흔히 ‘e스포츠’로 불리는 게임 동영상 시장은 프로축구⋅프로야구 등 기존 거대 스포츠 시장 규모에 육박한다. 구글은 스타디아 게임 동영상을 유튜브와 연계함으로써 일거양득을 노리고 있다.

3C 전략의 마지막 퍼즐인 콘텐츠는 구글이 향후 가장 크게 공을 들여야 할 분야다. 앞서 PS가 파이널판타지를 통해 게임 콘솔 업계 선두로 나섰듯, 구글도 스타디아를 통해서만 플레이 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

PS-파이널판타지가 아니더라도 플랫폼 산업에서 킬러 콘텐츠를 앞세워 단숨에 업계 판도를 뒤바꾼 사례는 여러번 목격됐다.

2013년 제작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있게 해준 킬러 콘텐츠다. /사진=넷플릭스
2013년 제작된 하우스 오브 카드는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있게 해준 킬러 콘텐츠다. /사진=넷플릭스

오늘날의 넷플릭스를 있게 해준 콘텐츠는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다. 미국 워싱턴DC 정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정치 스릴러 드라마는 시즌 1~2 제작비만 1000억원에 달한다. 2013년 하우스 오브 카드 성공에 맛을 들인 넷플릭스 올해만 자체 콘텐츠 제작에 9조원을 쏟아 붓기로 했다.

전자책 시장에서도 독점 콘텐츠 전략은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통한다. 아마존은 전자책 ‘킨들’ 독점 콘텐츠에 로열티를 70%까지 제공하는 ‘KDP셀렉트’ 시스템을 운영한다. 통상적으로 출판업계가 작가에게 제공하는 로열티가 10%, 아마존이 일반 콘텐츠에 제공하는 로열티가 35%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콘텐츠 제작자 입장에서 더 없이 매력적인 조건이다. 아마존이 전자책 시장의 리더로 부상한데는 이 같은 콘텐츠 독점력이 크게 기여했다.

 

어쌔신 크리드를 탄생시킨 제이드 레이먼드 영입

 

구글 역시 플랫폼 산업에서 콘텐츠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스타디아 출시 발표에 앞서 게임 업계 걸출한 스타인 제이드 레이먼드(용어설명 참조)를 영입한 것은 향후 구글의 전략 방향을 암시한다.

제이드 레이먼드는 ‘스타디아 게임&엔터테인먼트(G&E)’를 이끌고 있다. 스타디아 G&E는 스타디아의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외부 게임 제작업체들과의 협업을 담당한다.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등 콘솔 게임 3사 모두 자체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생산하는 제작사를 따로 두고 있다. 이들 ‘퍼스트 파티(First Party)’ 제작사들은 모회사에 독점 게임을 제공함으로써 콘솔 자체의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기여한다.

따라서 향후 구글의 스타디아 전략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드 레이먼드 같은 우수한 인재를 계속 영입해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개발 역량이 높은 게임 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자체 콘텐츠를 수급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킬러 콘텐츠를 유치해야 콘솔과 게이밍PC에 몰려 있는 게임 유저들의 시선을 돌릴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독립 게임사를 인수하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제이드 레이먼드 구글 상무. 스타디아 G&E를 이끈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제이드 레이먼드 구글 상무. 스타디아 G&E를 이끈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최근 EA⋅블리자드⋅액티비전 등 ‘트리플A’급 게임 제작사들은 독점 콘텐츠 전략은 지양하고, 대부분 멀티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한다. 수익성이 좋을 뿐더러 한 플랫폼에 종속될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구글이 특정 게임사를 인수하지 않는 이상, 향후 독점 콘텐츠 수급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인센티브를 게임업체에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멀티 플랫폼이 일반화된 게임 시장에서 특정 게임을 독점적으로 론칭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넷플릭스처럼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하는 능력이 스타디아 성공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드 레이먼드(Jade Raymond)=게임 산업의 아이콘 같은 인물이다. 캐나다 소니 온라인을 시작으로 게임 업계에 뛰어들었으며 2002년에는 '심즈 온라인'의 핵심 제작자로 참여했다. 유비소프트로 이직 후 '어쌔신 크리드'의 첫 작품을 프로듀싱했다. 이후 토론토 스튜디오의 개발 총괄 전무를 지냈으며, 일렉트로닉아츠(EA)로 이직한 후 각종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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