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편광판 업체 가격 10% 인상

LCD 업체들의 ‘오픈셀(Open Cell)’ 비즈니스가 촉발한 편광판 시장 판도 변화가 편광판 물량 부족 및 가격인상까지 야기했다(KIPOST 3월 12일자 “대만 편광판社 중국 고객 대상 가격 10% 인상...역대 처음” 참조). 매분기 4~5%의 판가 인하가 단행되는 LCD용 광학필름 시장에서 개별 품목의 가격인상은 극히 이례적이다.

오픈셀은 LCD 모듈에서 광원이 되는 백라이트유닛(BLU)을 제외하고, 앞단의 셀 부분만 생산해 TV 업체에 판매하는 방식을 뜻한다.

삼성전자 LCD TV.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LCD TV. /사진=삼성전자

BLU 없이 운송되는 오픈셀 LCD, 물류에 취약

 

최근 LCD 업계에서 벌어지는 편광판 물량 부족 현상은 2011~2012년 전후로 벌어진 오픈셀 비즈니스 확대에서 시작됐다.

원래 LCD는 삼성⋅LG디스플레이 같은 패널 업체가 완제품(LCD 셀+BLU)을 생산해 삼성전자⋅LG전자 등 TV에 업체에 납품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로는 시장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패널 업체가 LCD 셀까지만 생산해 TV 업체에 공급하면, TV 업체가 BLU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TV를 생산하는 구조가 일반화됐다.

이처럼 LCD 셀(반제품)만을 만들어 TV 업체에 공급하는 것을 오픈셀 비즈니스라고 부른다. TV 업체들은 TV 원가의 30~40%에 이르는 BLU를 자체 생산함으로써 마진을 확보하기를 원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지금과 같은 오픈셀 비즈니스가 급속히 확대된 이유다.

문제는 오픈셀로 생산된 LCD가 해상 물류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오픈셀 LCD는 바깥쪽에 편광판이 노출된다. 편광판은 습기를 머금었다가 배출하는 성질이 강하다. 패널 업체들이 LCD를 생산해 TV 세트업체 공장까지 배로 운송하는 데 길게는 수십일이 걸린다. 이 기간 편광판이 바다 습기를 흡수했다가 건조되는 과정이 수십번 반복된다. 편광판이 수축⋅이완되면서 LCD 기판유리가 파손되는 일이 잦았다.

LCD의 구조. 아래쪽 백라이트유닛(BLU)를 제외하고 판매하는 게 '오픈셀'이다. /자료=LG화학
LCD의 구조. 아래쪽 백라이트유닛(BLU)를 제외하고 판매하는 게 '오픈셀'이다. /자료=LG화학

특히 최근 65인치 이상의 초대형 TV 시장이 개화하면서 이 이슈는 더 부각됐다. TV 패널 사이즈가 커질수록 편광판 수축에 따른 인장력에 더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나무젓가락 길이가 길수록 가운데 부분에 힘을 가했을때 잘 부러지는것과 같은 이치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BLU와 합체되어 운송될때는 뒤에서 BLU 몸체(섀시)가 잡아주기 때문에 인장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습기에 강한 아크릴 편광판 등장...올해 13% 공급부족

 

이에 LCD 업체들이 찾은 해답이 습기에 강한 아크릴 편광판이다. 편광판은 편광효과를 구현하는 폴리염화비닐(PVA)과, 이를 보호하는 트리아세틸셀룰로오스(TAC)의 샌드위치 구조다. 이 중에 TAC을 아크릴로 대체하면 습기에 강한 편광판을 만들 수 있다. 아크릴 대신 폴리에스터(PET)⋅사이클로올레핀폴리머(COP)을 써도 습기에 강하다.

다만 LCD TV용 아크릴⋅PET⋅COP는 공급 능력이 제한적이다. 아크릴은 도요코한⋅LG화학⋅스미토모 3사 정도만 생산하고, 최근에서야 효성이 양산 가동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PET는 일반 PET 대비 광학 특성이 뛰어나야 하기 때문에 일본 도요보만이 공급 가능하다. 여기에 SKC가 오는 3분기부터 양산 대열에 합류한다. COP는 제온이 2020년 2분기나 되어서야 새로 라인을 추가한다.

편광판. /사진=LG디스플레이
편광판. /사진=LG디스플레이

이처럼 공급은 제한적인데 아크릴 편광판 수요는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BOE 등 선두권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비(非) TAC 계열 편광판 도입 비중이 50%를 넘어선다. 또 중국 내 패널 업체들이 10.5세대(2940㎜ X 3370㎜) 라인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면서 LCD 생산량 자체가 크게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올해 편광판용 아크릴⋅PET⋅COP 공급량은 수요 대비 13% 정도 부족할 전망이다. 3개 부자재는 이미 지난 2017년 이후로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아크릴⋅PET⋅COP 편광판을 만들기 위해 편광판 업체가 따로 자외선(UV) 경화설비를 갖추어야 한다는 점도 공급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필름들을 합착하는데는 액체 접착제가 사용되는데, 이를 경화하려면 UV 빛을 조사해야 한다. 그동안 박한 마진에 시달려왔던 편광판 업체들은 구태여 UV 설비를 들여 놓으려 하지 않는다.

허은영 IHS마킷 연구원은 “2022년까지 아크릴⋅PET⋅COP 등의 공급량은 수요 대비 10%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편광판 수급 전망. /자료=IHS마킷
편광판 수급 전망. /자료=IHS마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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