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세대로 진화하며 발전할 것"

삼성전자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공개한 ‘갤럭시 폴드’는 하드웨어 공개 행사로는 오랜만에 ‘와우 팩터(Wow factor)’를 충족했다. 와우 팩터는 사용자의 기대를 뛰어넘는 탁월한 제품과 서비스 요소를 통칭하는 단어다.

2015년 전후만 해도 애플⋅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행사는 수 주 전부터 소비자들을 설레게 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고, 더 이상 이렇다 할 신기술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최근의 애플⋅삼성전자 신제품은 경쟁 업체 제품에 묻히곤 했다.

갤럭시 폴드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을 즐기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폴드가 보여준 와우 팩터와 여론의 반응은 스마트폰 소비자들이 그만큼 새로운 것에 목말라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다만 이번에 삼성전자가 공개한 갤럭시 폴드는 향후 2~3세대로 진화하면서 개선되어야 할 점 역시 뚜렷하게 드러냈다.

 

① ‘S펜’의 부재

 

이번에 공개된 갤럭시 폴드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전매특허인 ‘S펜’이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내놓은 모바일 기기 중 갤럭시 노트보다 큰 화면을 가진 제품은 대부분 S펜이 탑재됐다. 안드로이드 태블릿PC인 ‘갤럭시탭’, 윈도 태블릿PC ‘갤럭시북’은 물론, 노트북인 ‘펜S’ 역시 S펜이 탑재됐다. S펜은 삼성전자 모바일 제품과 경쟁사 제품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캐릭터다.

웬일인지 갤럭시 폴드에는 S펜이 탑재되지 않았다. 갤럭시 폴드의 내부 디스플레이가 펼치면 7.3인치로, 태블릿PC 사이즈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이례적이다.

업계서는 갤럭시 폴드 디스플레이에 적용된 커버 윈도가 투명 폴리이미드(PI)인 탓에 삼성전자가 S펜을 장착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커버 윈도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최상단인 봉지층을 보호하기 위해 붙이는 소재다. 일반 스마트폰은 코닝의 ‘고릴라 글래스’를 붙이지만, 갤럭시 폴드는 안으로 완전히 접혀야 하기 때문에 플라스틱(필름) 소재인 투명 PI를 적용했다.

스마트폰용 투명 PI. /사진=SKC
스마트폰용 투명 PI. /사진=SKC

이 투명 PI는 일본 스미토모가 대만 타이마이드에서 베이스필름을 외주생산한 뒤, 국내 동우화인켐에서 하드코팅한 제품이다. 이론상 투명 PI의 연필경도는 최고 등급의 9H까지 구현할 수 있지만, 하드코팅 조건에 따라 더 낮아지기도 한다. 연필경도가 9H를 유지하면 S펜을 사용해도 상관 없다. 그 아래라면 긁힘 자국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의 커버 윈도를 투명 PI로 유지하는 한 S펜은 앞으로도 탑재되기 어려울 수 있다.

 

② 아웃폴딩 재검토할까

 

삼성전자는 갤럭시 폴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접는 방향을 여러번 바꿨다. 처음에는 지금과 같은 인폴딩 방식으로 개발했다가 2016년 초 아웃폴딩으로 돌아섰다. 밖으로 접자는 것이다. 그러다 2018년들어 다시 인폴딩 방식으로 선회했다.

아웃폴딩 스마트폰은 인폴딩에 비해 활용성이 좋다. 접은 상태에서도 디스플레이가 노출되기 때문에 일반 스마트폰처럼 쓸 수 있다. 갤럭시 폴드는 접은 상태에서의 사용을 위해 바깥에 디스플레이를 따로 만들었는데, 아웃폴딩에서는 이 같은 사족이 필요 없다.

이는 기기 두께와 무게 측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디스플레이 모듈 하나가 줄어들면 그만큼 기기 두께⋅무게를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다만 아웃폴딩은 화면이 기기 바깥에 노출된다는 점에서 긇힘에 대한 우려가 높다. 갤럭시 폴드가 S펜을 장착하지 못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투명 PI의 연필경도가 아직 충분치 않은 상태라면 인폴딩으로 감추는 게 안전하다. 바지 주머니나 핸드백 안에 열쇠와 함께 갤럭시 폴드를 넣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쉽다.

갤럭시 폴드를 접은 모습(왼쪽)과 편 모습. /사진=삼성전자
갤럭시 폴드를 접은 모습(왼쪽)과 편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갤럭시 폴드 차기작으로 아웃폴딩 방식을 검토한다면 투명 PI의 연필경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거나, 최근 연구개발 중인 울트라씬글래스(UTG)를 완성해야 한다. UTG는 강화유리를 100마이크로미터(μm) 이내로 깎아 유연성을 확보한 소재다. 기본 바탕이 유리인 만큼 연필경도가 높아 긁힘에 강하다. 다만 강화유리를 초박형으로 깎은 만큼 충격에 대한 내성은 약하다.

삼성전자는 국내 벤처기업인 도우인시스, 기존 씬글래스 공정 협력사인 켐트로닉스 등과 함께 UTG 개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③ 가격, 가격 또 가격

 

갤럭시 폴드의 가격은 1980달러, 한화로 약 220만원 정도다. 이는 애플 ‘아이폰Xs’ 256기가바이트(GB) 모델과 ‘아이패드 프로’ 11인치⋅64GB를 동시에 살 수 있는 금액이다.

당초 2000달러를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관측했던 것에 비하면 예상 외로 낮은 가격이지만, 실제 지갑을 열 소비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스럽다. 갤럭시 폴드가 노리는 시장이 스마트폰 만큼은 아니더라도, 지금의 태블릿PC 시장 정도라도 확대되기 위해서는 1세대 가격보다 더 내려와야 한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폴더블 OLED의 양산 수율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생산한 폴더블 OLED의 생산원가는 155달러 수준이다. 향후 A3 라인의 감가상각이 종료되고 수율이 높아지면, 오는 2022년 77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현재 일반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플렉서블 OLED 가격과 비슷하다.

폴더블 OLED 원가분석. /자료=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폴더블 OLED 원가분석. /자료=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

향후 갤럭시 폴드의 접힘 방향이 아웃폴딩으로 바뀔 경우, 외부 디스플레이를 따로 부착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원가에 기여할 여지도 있다. 현재 스마트폰용 리지드 OLED 가격은 1개당 20달러대다. 여기에 공정비용까지 감안하면 완제품 가격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주식 IHS마킷 연구원은 “폴더블 스마트폰의 저변 확대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기기에 맞는 솔루션들을 얼마나 빨리 내놓느냐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쓰임새가 많아지면 고객이 늘고, 이는 다시 기기 가격을 떨어뜨리는 선순환 구조를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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