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업계,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오려면 기술 발전 불가피"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발전이 하나 둘 성장기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간의 삶 속으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안정적인지, 인간에게 끼칠 악영향은 없을 것인지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제26회 반도체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KIPOST
▲박병국 서울대 교수가 '제26회 반도체학술대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KIPOST

박병국 서울대학교 교수는 14일 한국반도체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AI의 민주화 없이 몇몇 기업이나 국가 기관만이 AI를 활용하면 이는 곧 빅브라더(Big brother)나 다름 없다”며 “모든 추론 기능이 하나의 반도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수준이 돼서 누구나 AI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한다”고 말했다.

‘빅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국민의 의식과 정보 등 모든 것을 통제하는 독재자를 뜻한다. AI가 사회 일부만의 소유물이 된다면 그 자신이 가진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무기 삼아 다른 모든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박 교수가 말하는 ‘AI의 민주화’는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인간의 두뇌 속에서는 뉴런과 시냅스가 각각 프로세서와 메모리 역할을 한다. 박 교수는 진짜 뉴런처럼 작동하는 스파이킹 뉴럴 네트워크(SNN)를 개발하고 있다.

올해 출시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는 AI 연산만 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가 별도로 탑재된다. 카메라 화면에서 피사체를 빠르게 찾거나 음성인식 기능을 쓸 때 필요한 연산을 NPU가 처리하게 되는 셈이다.

 

▲인간의 두뇌와 컴퓨팅 시스템의 비교./박병국 서울대 교수, KIPOST
▲인간의 두뇌와 컴퓨팅 시스템의 비교./박병국 서울대 교수, KIPOST

AI만을 위한 반도체가 필요한 이유는 기존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속 중앙처리장치(CPU)의 연산 처리 방식이 작업을 하나씩만 처리하는 폰노이만 구조이기 때문이다. N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여러 개의 작업을 동시에 처리한다.

박 교수는 “프로세서는 아직 폰노이만 구조지만, GPU를 포함해 컴퓨팅 자체가 비-폰노이만 구조로 가고 있다”며 “폰노이만 구조의 프로세서가 아예 사라지진 않겠지만, 상당 부분은 비-폰노이만 구조의 프로세서에 잠식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자율주행차 모습./삼성전자뉴스룸
▲미래 자율주행차 모습./삼성전자뉴스룸

자율주행 기술도 난관에 부딪혔다. 전기차(xEV)와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결합인 자율주행은 고령화로 인해 차량 사고가 늘어나고 이산화탄소 배출로 불거진 지구 온난화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기술로 등장했다.

하지만 주행 시 판단을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시스템이 하게 되는 자율주행 3단계로의 진입은 모두가 망설이는 분위기다. 시스템이 그만큼 안정성을 갖추지도 않았을 뿐더러 도덕적 문제에 대한 판단까지 AI에 맡길 수는 없다는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승수 인피니언코리아(IFKOR) 대표는 “자율주행 3단계는 눈도, 손도(Eye off, Hands off) 주행에서 해방된다”며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해야할 부분이 많아 자율주행 3단계 이상은 신차평가(NCAP) 만점 기준에 77㎓ 레이더 3개가 포함되는 2022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I가 오랜 연구개발(R&D)이 필요한 영역이라면, 자율주행차는 그나마 기존 반도체 업체들이 접근하기 쉽다. 신뢰성과 안정성의 장벽을 넘어야하지만, 납품 기간이 길기 때문에 한번 시장에 진입하고 나면 꾸준히 매출을 올릴 수 있다.

한국에만 200여명의 연구원을 보유한 인피니언은 국내 고객사와 협력, 1년에 신제품 3~5개를 개발한다. 하지만 대부분 범용화된 전용 반도체(ASSP)로, 해당 기업만 쓰는 전용 반도체(ASIC)는 3년에 하나 정도 나올까말까다. 독자적인 반도체 역량을 키우는 글로벌 자동차 업계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자동차 반도체 업계 매출은 2010년부터 매년 성장하고 있는데 이같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반도체를 수입해오는 게 안타깝다”며 “지금이라도 열심히 투자하면 자동차 반도체쪽에서도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왼쪽부터 황현상 포항공대 교수, 남일구 부산대 교수, 이귀로 KAIST 교수. /DB하이텍
▲왼쪽부터 황현상 포항공대 교수, 남일구 부산대 교수, 이귀로 KAIST 교수. /DB하이텍

이번 ‘제26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에서는 제3회 강대원 상 수상자로 소자/공정 분야에서는 황현상 포항공과대학교 교수가, 회로/시스템 분야에서는 남일구 부산대학교 교수와 이귀로 KAIST 교수가 선정됐다.

황 교수는 저항성 메모리(ReRAM)과 관련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 새로운 비휘발성 메모리와 신경망 회로 응용에 기여했다. 반도체 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만 50여편 이상이다.

특히 최근에는 ReRAM과 신경망 회로를 묶은 시스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신경망 회로와 ReRAM의 작동 방식이 서로 유사해 둘을 결합하면 진짜 사람의 뇌처럼 작동할 수 있다.

황 교수는 “ReRAM의 작동 방식은 규명됐고 올해 1비트 내장형 ReRAM이 상용화될 정도로 기술이 발전한 상태”라며 “하지만 상태를 제어하기가 까다로워 비트 수를 늘리기 어렵고, 때문에 플래시 메모리의 대체재가 아니라 내장형 메모리 등 특수 시장에서 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일구 교수와 이귀로 교수는 300건 이상 인용된 ‘딥(Deep) n-well CMOS 기술에서 사용 가능한 수직 바이폴라 접합 트랜지스터를 사용한 직접 변환 수신기’ 논문의 제1저자다.

무선통신(RF)·아날로그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회로에서 문제가 되는 저주파 잡음 문제와 정합 특성 저하를 저주파 특성이 좋은 바이폴라 접합 트랜지스터(BJT)로 해결했다.

한편 이번 ‘제26회 한국반도체학술대회’는 DB하이텍과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한국반도체연구조합(COSAR) 주관 아래 진행됐다. 처음으로 글로벌 연사를 초청한 특별 과정 ‘쇼트 코스(Short Course)’가 마련돼 참석자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