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퍼부터 공급난… 내재화하거나 협력 강화하거나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다이싱 시스템./microDICE
▲실리콘카바이드(SiC) 웨이퍼 다이싱 시스템./microDICE

차량용 실리콘카바이드(SiC) 전력 반도체 업계가 웨이퍼 공급난 해소에 나섰다. 증가하는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든 시장인만큼 공급망부터 안정화해야 선점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실리콘카바이드(SiC) 공급난을 해결하라

SiC는 실리콘(Si)과 탄소(C)를 기반으로 한 Ⅲ-Ⅴ족 화합물이다. 기존 실리콘보다 열 전도성이 3배 높고 고전압에서 반도체로서의 성질을 잃는 절연파괴 전계 강도 와이드밴드갭(WGB)이 10배 높아 와이드밴드갭(WBG) 소재로 분류된다.

이같은 특성 덕에 주로 전원공급장치, 태양광 인버터, 기차 등 고전압 시스템에 이상적이다.

 

▲실리콘카바이드(SiC)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욜디벨롭먼트
▲실리콘카바이드(SiC) 시장이 성장기에 접어들었다./욜디벨롭먼트

SiC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자동차, 그 중에서도 전기차(EV) 시장이 커지면서다. 12V, 24V, 48V 등을 쓰는 전기차에서 빠르게 전력을 변환, 각 부품에 전달하려면 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보다 고전압과 고온에 유리한 SiC 전력 반도체가 적합하다.

모터 드라이브에 실리콘 대신 SiC 전력 반도체를 쓰면 전력 손실을 80% 줄일 수 있다. 가격은 실리콘 반도체보다 비싸지만, 배터리 소모량 감소분을 감안하면 비슷하거나 더 싼 수준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같은 특성 덕에 테슬라가 모델3 등 일부 차종에 SiC 전력 반도체를 먼저 도입했고, 현재 완성차(OEM) 업계의 80%가 자사 전기차의 온보드차저(OBC)나 인버터에 SiC 전력 반도체를 쓸 계획이다.

욜디벨롭먼트에 따르면 SiC 전력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6년 2억4800만달러(2782억원)에서 2017년 3억200만달러(3388억원)로 22%나 성장했다. 오는 2023년에는 15억달러(1조6827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SiC 공급망은 이같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지 않은 상태다.

 

▲SiC 웨이퍼에 생긴 마이크로파이프 결함./Royal Society of Chemistry
▲SiC 웨이퍼에 생긴 마이크로파이프 결함./Royal Society of Chemistry

가장 큰 문제는 웨이퍼다. 실리콘 웨이퍼는 고순도의 실리콘을 단결정의 잉곳(Ingot)으로 성장시킨 후 절단·연마해 만든다. SiC도 비슷한 방식을 거치지만 벌크 결정을 사용해 결정 사이사이에 마이크로 크기의 구멍인 ‘마이크로 파이프(micro pipe)’라는 결함이 생긴다.

그 다음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렇게 만든 웨이퍼 위에 에피텍셜 층을 증착, 성장시켜야 생산 라인(Fab)에 넣는 SiC 기판이 되는데 웨이퍼 크기가 커질수록 잉곳을 성장시키기도, 에피텍셜 층을 고르게 키우기도 어려워 현재 양산되고 있는 최대 크기가 6인치다.

업계 관계자는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만큼 현재 SiC 웨이퍼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크리(Cree), 닛폰스틸&스미모토금속, 노스텔(NORSTELL) 정도”라며 “덴소(Denso)는 도요타에만 SiC 기판을 납품한다”고 설명했다.

 

웨이퍼 업체와 손잡는 반도체 업계
 

이에 반도체 업계는 SiC 웨이퍼 업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차량용 SiC 전력 반도체를 양산했거나 하고 있는 업체는 ST마이크로와 로옴, 인피니언, 크리 정도다. 국내에서는 LG 계열사 실리콘웍스가 일본 업체와 SiC 제조 합작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T마이크로는 테슬라의 모델3에 SiC 제품군을 공급했고, 로옴은 차량용 OBC 및 DC·DC 컨버터용으로 납품한 전력이 있다. SiC 다이오드를 작년 6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한 인피니언은 곧 금속산화물반도체 전계효과트랜지스터(MOSFET)까지 제조할 계획이다. 크리는 자회사 울프스피드(Wolfspeed)를 통해 SiC 제품군을 만든다.

이 중 가장 발빠르게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있는 건 ST마이크로다. 지난달 말 크리(Cree)와 다년간 2억5000만달러(2805억원) 규모의 6인치 SiC 웨이퍼 생산·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어 13일 나머지 지분까지 취득할 수 있다는 옵션 아래 노스텔의 지분 55%를 인수하기로 했다.

로옴은 지난 2009년 에스아이크리스탈(SiCrystal)을 인수, SiC 웨이퍼부터 부품까지 모두 내재화했다. SiC 웨이퍼 및 부품 시장 점유율 1위가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일본 아폴로(Apollo) 공장을 증설하고 있다. 증설 완료 시점은 내년 말이다.

지난해 초 크리와 SiC 웨이퍼 장기 공급 계약을 맺은 인피니언은 지난 11월 재료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SiC 잉곳을 웨이퍼로 자르는 ‘콜드 스플릿(Cold Split)’ 기술을 개발한 실텍트라(Siltectra)를 1억2400만달러(1391억원)에 인수했다.

이와 별개로 중국 사난(SANAN IC)도 작년 말 6인치 SiC 웨이퍼 제조 및 반도체 외주 생산(Foundry)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SiC 파운드리를 제공하는 곳은 엑스팹(X-Fab)뿐이었다.

전력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 시장이 ‘커질 것인지’가 아니라 ‘얼마나 커질 수 있을 것인지’다”며 “안정적인 공급망을 구축한 업체가 시장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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