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문제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어… 유일한 대안은 삼성

TSMC의 12, 16나노 생산라인 ‘Fab 14B’에서 불량 사고가 터진지 보름이 지났다.

 

▲TSMC의 'Fab 14'./TSMC
▲TSMC의 'Fab 14'./TSMC

이 사고에서 짚어야할 문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인이다. 그 어떤 업체도 이같은 불량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다른 업체들이 얻을 반사이익이다. 연이은 사고로 TSMC의 신뢰성에 치명타가 가해진 상태라 업계 판도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달 생산분 버렸다… 원인은 소재 오염

TSMC 불량 사태는 반도체 회로 패턴을 새기는 핵심 공정인 노광 공정에서 쓰는 감광액(PR·Photoresist)이 오염되면서 발생했다.

TSMC의 12, 16나노 핀펫(FinFET) 공정에서는 노광과 식각을 반복하는 LELE(litho-etch-litho-etch) 기술로 반도체 회로 패턴의 밑그림이 되는 임계 금속 층(Critical metal layer)을 형성한다. 최소 2가지의 PR이 사용되는 셈이다.

노광 공정은 웨이퍼 전면에 PR을 입혀 진행한다. 때문에 수율·성능이 단순히 낮아진 게 아니라 웨이퍼에 있는 대부분의 다이(die)가 손상을 입었다.

 

▲TSMC 12, 16나노 공정용 PR을 공급하는 건 미국 다우케미칼과 일본 JSR코퍼레이션, 신에츠케미칼이다. 세 업체 중 누가 문제가 된 PR을 공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각 사
▲TSMC 12, 16나노 공정용 PR을 공급하는 건 미국 다우케미칼과 일본 JSR코퍼레이션, 신에츠케미칼이다. 세 업체 중 누가 문제가 된 PR을 공급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각 사

업계는 PR에 있었던 문제가 TSMC나 PR 제조업체의 탓이 아닐 수 있다고 설명한다. 회로 두께가 나노 단위로 줄어들면서 이전에는 신경쓰지 않았던 것들이 문제가 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PR은 수 가지의 모노머(monomer)를 합쳐 만드는데 조성비가 조금만 달라져도, 아주 작은 먼지 한톨만 들어가도 문제가 생긴다. 때문에 양산 라인에 도입하기 전 PR은 각 사의 자체 검증 시스템을 거쳐 신뢰성과 안정성을 검증받는다. 사고 당시 쓰인 PR도 여러 번의 검증을 거쳐 들어간 제품이라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사고 당시 쓰인 PR도 여러 번의 검증을 거쳤을 것”이라며 “공정이 고도화되면서 이전에는 통과 수준이었던 불순물이 갑자기 악영향을 주거나 하는 미시적인 차원에서의 문제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공정 사이사이 있는 계측·검사(MI) 과정에서 하는 불량 분석도 이같은 문제는 걸러내기 어렵다고 한 MI 전문가는 설명했다.

때문에 TSMC의 피해 규모도 커졌다. 초기 불량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1만장 정도로 추산됐지만, 그 당시 생산 라인 내에서 노광 공정을 거친 웨이퍼까지 영향을 받아 피해 규모가 300㎜ 웨이퍼 9~10만장으로 늘었다.

해당 생산 라인의 한달치 웨이퍼 투입량이 통째로 폐기된 셈이다. 월 총 생산량의 10% 규모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하나의 다이(Die) 사이즈가 75㎟ 정도 하는 걸 감안하면 웨이퍼 1장 당 900여개, 총 9000만개가 버려졌다.

MI 업계 관계자는 “모든 반도체 제조사가 이같은 문제를 겪고 있고,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문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며 “각 제조사가 MI 공정 수를 늘리고, 전문가를 육성하고, 인공지능(AI)을 도입하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신뢰성에 금 간 TSMC, 다른 업체들 반사이익은?

 

▲지난해 TSMC의 노드별 매출 비중./TSMC, KIPOST 재구성
▲지난해 TSMC의 노드별 매출 비중./TSMC, KIPOST 재구성

TSMC는 이번 사고가 매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12/16나노 공정은 매출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는 메인 공정이다. 지난해 12나노 공정을 포함한 16/20나노 공정은 TSMC 전체 매출의 5분의1 이상인 23%를 차지했다.

더 큰 문제는 신뢰성이다. 지난해 8월 TSMC는 악성 코드 감염으로 팹 일부의 가동을 3일간 중단했었다. 회사는 당시 분기 매출의 2%를 손해봤었다. 그나마 3분기 납기가 지연됐던 물량의 75%를 공급하면서 손해 정도를 줄였다. 5개월만에 다시 터진 사고로 TSMC의 신뢰성에는 또 한번 금이 갔다.

현재 TSMC의 12, 16나노 고객은 퀄컴과 미디어텍, 하이실리콘, 엔비디아다.

업계 관계자는 “MI 과정에서 처리량을 늘리려고 검사를 전수가 아닌 일부만 하기도 한다”며 “검사 장비에서 불량을 잡아내지 못했대도 한달 내내 몰랐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TSMC의 12/16나노 공정과 비슷한 수준의 공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GF) 정도다. UMC도 14나노 공정을 제공하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고, 매출 비중도 한자릿수에 불과하다. SMIC는 지난해에서야 14나노 초도 양산을 시작했다.

 

▲삼성전자(SS)와 글로벌파운드리(GF)의 노드별 밀도. HD는 고밀도, UHD는 초고밀도, HP는 고성능, UHP는 초고성능이다./WIkichip
▲삼성전자(SS)와 글로벌파운드리(GF)의 노드별 밀도. HD는 고밀도, UHD는 초고밀도, HP는 고성능, UHP는 초고성능이다./WIkichip

삼성전자는 TSMC보다 한발 앞서 지난 2014년 1세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을 양산했다.

공정 종류로는 1세대 LPE(Low Power Early)와 성능을 높인 2세대 LPP(Low Power Performance), 공정을 최적화한 3세대 LPC(Low Power Compact), 성능을 높인 4세대 LPU(Low Power Ultimate), 그리고 파생 공정인 11나노 LPP가 있다. 11LLP는 안정성을 높여 차량용 반도체로까지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GF는 삼성전자에게 라이선스 받은 14나노 핀펫(FinFET) 공정과 이를 기반으로 한 12나노 핀펫 공정(12LP)을 제공하고 있다.

재설계 작업을 줄이기 위해 GF는 삼성과 자사의 14나노 공정들이 모두 12나노 공정과 호환되도록 디자인 룰을 거의 동일하게 유지했다. 14LLP와 12LP를 비교하면 핀 간격과 폴리 간격은 같지만, 셀 높이만 12LP가 다소 짧다.

둘 중 유리한 건 역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4나노 이후 8, 10나노에 7나노까지의 선택지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7나노를 포기한 뒤로 핀펫 공정보다 완전 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 기술을 밀고 있어 12LP 대신 12FDX 공정을 메인으로 내세운 상태다.

노드 전환은 설계 간 호환이 가능하지만 공정 기술이 바뀌면 설계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한다.

팹리스 업계 관계자는 “불량이든 악성 코드든 지연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면 다른 제조사를 알아보는 게 당연하다”며 “삼성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