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잉 이글' 프로젝트 갈팡질팡하는 폭스콘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 갈팡질팡하는 폭스콘
  • 안석현 기자
  • 승인 2019.02.07 1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0.5세대➝6세대➝R&D센터➝6세대, 계속된 계획 변경
중국 선전 폭스콘 공장 내부 모습. /사진=폭스콘
중국 선전 폭스콘 공장 내부 모습. /사진=폭스콘

아시아 이외 지역에 첫 LCD 공장을 건설하겠다던 폭스콘의 계획이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당초 10.5세대(2940㎜ X 3370㎜)급 TV용 LCD 공장 건설하겠다던 계획이 6세대(1500㎜ X 1850㎜)급으로 축소되더니 연구개발(R&D) 시설로 재차 쪼그라들 위기에 봉착했다.

업계서는 최근 미국의 낮은 실업률 탓에 최소 1만명 이상의 인력이 소요되는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갈피 못잡는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

 

지난 2017년 폭스콘은 100억달러(약 11조2400억원)를 투자해 TV용 LCD 공장을 짓겠다던 계획을 내놓았다. 일명 ‘플라잉 이글(Flying Eagle)’ 프로젝트는 이름처럼 원대한 폭스콘의 야망을 상징했다.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는 해외로 나가있는 제조업을 국내로 다시 불러들이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리쇼어링(reshoring)’ 정책 지원을 받으면서 탄력을 받는듯했다. 그러나 지난해 TV용 LCD 패널 생산 계획이 중소형 패널 생산으로 변경되면서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다.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10.5세대급 라인을 구축해야 하지만, 중소형 패널은 6세대 라인으로 충분하다. 10.5세대 LCD 라인은 중국 BOE⋅CSOT 등 일부 업체만 보유한 최신 공정이라면, 6세대 라인은 대부분의 디스플레이 업체가 양산 가동하고 있는 구(舊) 공정이다. 그만큼 설비 비용도 저렴하다.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의 뒷걸음질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의 특별 보좌관인 루이스 우는 지난주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위스콘신주에 공장을 짓지 않을 것이다. 테크놀로지(기술) 허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변경된 계획의 재변경을 시사한 것이다. 루이스 우가 얘기한 테크놀러지 허브란 R&D 센터를 의미하는 것으로, 사실상 미국서 LCD 패널 생산 계획은 포기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폭스콘 로고. /자료=폭스콘
폭스콘 로고. /자료=폭스콘

결국 폭스콘의 마음을 다잡은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폭스콘 측은 지난 1일 궈타이밍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화를 나눴다면서 "계획됐던 공장(6세대) 설립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도 폭스콘이 공장 설립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트위터를 통해 자신과 궈 회장 간의 대화 사실을 확인하며 "좋은 소식"이라고 환영을 표시했다.

 

실업률 3% 위스콘신주, 1만3000명 어떻게 뽑을까

 

업계는 폭스콘이 이처럼 생산 시설 계획을 축소해 나가는 것에 대해 현지 인력 조달의 불투명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지난해 12월 기준 위스콘신주의 실업률은 3.0%로, 미국 내 51개주들 중 11번째로 실업률이 낮다. 통상 실업률이 3~4% 정도면 ‘완전고용’ 상태로 규정한다. 지금의 위스콘신주 고용 상태로는 대규모 인력이 필요한 생산시설이 자리잡기 힘들다. 폭스콘이 플라잉 이글 프로젝트 발표 당시 현지 고용 계획은 1만3000여명에 달했다. 루이스 우 특별보좌관이 비교적 인력 수요가 적은 R&D 센터 건립을 시사한 것도 이 같은 요인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폭스콘이 인력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도 6세대 LCD 공장이 원활하게 가동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LCD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달리 소재⋅부품 조달을 위한 서플라이체인이 길다. LCD 후면 광원인 백라이트유닛(BLU) 안에 십여장의 광학필름과 LED, 도광판, 기구물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팀 쿡 애플 CEO가 폭스콘 아이폰 생산 라인을 방문한 모습. /사진=폭스콘
팀 쿡 애플 CEO가 폭스콘 아이폰 생산 라인을 방문한 모습. /사진=폭스콘

원가 경쟁력을 위해서는 이들 소재⋅부품을 현지 조달해야 하는데, 한⋅중⋅일⋅대만을 제외하면 이 같은 인프라를 가진 국가는 없다. 천상 아시아에서 생산해 위스콘신까지 실어 나르거나, 현지에 동반진출하는 수 밖에 없다. 최근 LCD 업황 부진에 전후방 산업 전반적으로 마진이 박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폭스콘 하나만 보고 미국까지 진출할 협력사를 찾기는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폭스콘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 한번으로 급하게 수습하기는 했지만 아직 프로젝트가 순항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인력 문제와 서플라이체인 확보 방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