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전환 속도 늦출 가능성도… 고부가 제품군 비중 늘린다

올해 메모리 업계의 키워드는 수익성이다. 공급 부족이었던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공급 초과로 돌아설 기미를 보이면서 생산량 확대보다는 수익성 확보에 방점을 찍었다.

 

SK하이닉스(대표 이석희)는 24일 4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급변한 시황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과 고부가가치 제품, 첨단기술에 집중하는 한편 설비 투자도 시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D램에서는 16Gb DDR4 제품의 고객군을 넓히는 한편 서버 고객이 고용량 D램 모듈을 채용하도록 유도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2)와 그래픽D램(GDDR)6 제품의 고객 인증 범위를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미세공정 기술 전환 중심으로 생산을 전개하기 위해 1세대 10나노급(1x) 제품의 생산 비중을 확대하는 동시에 2세대 10나노급(1y) D램의 성공적인 양산에 집중하기로 했다. 

낸드플래시는 72단 3차원(3D) 낸드를 기반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96단 4D 낸드도 적기 양산, 수익성을 극대화할 방침이다.

투자 계획도 보수적으로 잡는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 당시 올해 투자 계획을 분기별로 짜 집행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총 17조원을 투자했는데, 올해는 시황 악화의 흐름을 적극 반영해 설비 투자액을 40% 줄이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공정 전환 속도를 늦추는 등 투자 규모를 더 줄일 가능성도 시사했다. 연구개발(R&D) 투자는 유지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유례 없는 호황을 이어갔던 메모리 시장이 하반기부터 급변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수요를 견인해온 서버 업계가 신규 데이터센터 증설 대신 기존 데이터센터를 최적화하기로 결정해 물량 자체가 줄었다. 메모리 탑재량이 많은 하이엔드 모바일 판매량도 녹록치 않았다.

실제 지난 4분기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은 전 분기 대비 2% 감소했고, 평균판매가격(ASP)은 11% 하락했다.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10% 증가했지만 평균판매가격은 21% 떨어졌다.

이 덕에 매출도 줄었다. 4분기 매출은 전분기보다 13% 감소한 9조9381억원이었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32% 줄어든 4조4301억원이었다. 

 

▲SK하이닉스 실적 추이./KIPOST
▲SK하이닉스 실적 추이./SK하이닉스, KIPOST 정리

재고도 태산이다. 지난해 초만 해도 1주 후반 정도면 다 팔릴 정도로에 불과했였던 D램 재고는 연말 3주 중반으로 늘어났다. 낸드플래시 재고도 3분기 4주 수준에서 9주 수준으로 증가했다. '상저하고'인 메모리 시장 성격을 감안하면 상반기까지 재고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회사는 하반기부터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반기 16Gb D램을 지원하는 서버 플랫폼이 출시되면 인텔의 '펄리 플랫폼'이 출시됐던 지난 2017년처럼 고용량 D램 모듈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의견이다. 모바일 업계도 고사양 모바일 기기의 D램 용량을 최대 12GB까지 높일 계획이다. 올해 D램 수요의 비트 성장률은 10%대 중후반으로 예상했다.

낸드플래시는 낮아진 가격에 따른 고용량 제품 판매증가가 수요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용 SSD(Client SSD)와 기업용 SSD(Enterprise SSD) 시장 모두 고용량 제품 채용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예상 수요 비트 성장률은 30%대 중반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수요 변화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 시장이 성장할 때 같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연간 전체 메모리 판매량 증가 수치보다 적게 생산, 출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액 40조4451억원, 영업익 20조8438억원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 연간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2018년 배당은 전년 대비 주당 배당금을 50% 올려 주당 15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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