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메모리 시장은 정말로 내리막을 걸을까

메모리 시장 고점론은 호들갑?

△안석현 기자(이하 안): 오늘은 한국 경제를 이끄는 유일한 산업, 바로 메모리에 대한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음, 메모리 고점론. 작년 들어 부쩍 많이 나오는 얘기죠. 당장이라도 메모리 산업이 몰락할 것 같은 그런 느낌?

▲김주연 기자(이하 김): 네. 맞아요. 사실 삼성도, SK하이닉스도 메모리 시장은 죽을래도 죽을 수가 없다고 얘기하거든요.

△안: 현장에서는 안그런가봐요?

▲김: 약간 지금 나오는 얘기들이 .. 호들갑 같은 느낌? 지나치다? 성장세가 주춤하는 거지, 역성장은 할 수가 없어요.

△안: 이해하기 쉽게 수요와 공급을 나눠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 공급 쪽은 조금 조절하는 분위기던데, 어떤가요?

▲김: 공급량은 작년이나 올해나 크게 차이가 안나요. SK하이닉스, 삼성은 올해 2분기까지 설비투자를 안하겠다고 이미 통보를 했어요, 협력사한테. 지금 추가 투자를 할 곳이 삼성은 평택 2층 절반 정도가 비었고, SK하이닉스는 M15랑 우시 C2가 있죠.

△안: 삼성 평택이 1y(10나노 2세대) 나노 D램, M15는 낸드, C2는 D램. 맞죠? D램이랑 낸드를 따로 보면 어떤가요?

▲김: D램은 일단 늘어나는 게 SK하이닉스 우시 C2가 있는데, 일단 1차 투자분이 월 5만장 물량이에요. 근데 최신 공정이 아니라 사실 전체 공급량에 미치는 영향은 낮아요. 낸드는 조금 상황이 달라요. M15 1차 투자분이 월 5만장 정돈데, 72단 96단 낸드라서 물량이 좀 늘어나요.

△안: 해외 업체들 상황은요?

▲김: 마이크론은 얼마 전에 웨이퍼 투입량을 늘리지 않는 선에서 설비 업그레이드를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구요. 도시바는 96단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 대량 양산 시점은 올해 하반기쯤이라 올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아요.

△안: 아, 중국을 빼놓을 수 없는데요. 기사들 보면 중국 업체들이 진짜 턱밑까지 쫓아오는 것 같던데요?

▲김: 중국 업체들이랑 국내 업체들이랑 기술 격차가 8년 정도 나는데요. 중국 업체들이 기술을 발전할수록 국내 업체들도 기술력을 키우니까요. 사실 메모리가 공정 레시피와 노하우에 따라서 생산성이 천차만별이고, 갈수록 메모리에 들어가는 로직 설계도 중요해져서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요. 중국 업체들이 메모리를 만들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 샘플을 받아본 곳은 없어요. 장기적으로 변수가 될 수 있긴 하겠지만, 당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적죠.

 

올해 메모리 공급 전망

△안: 그렇군요. 결론적으로 올해 공급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는거네요. 그럼 수요는 어떤가요?

▲김: 수요는 여러 가지 팩터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가장 먼저 봐야할 게 서버에요. 이번 메모리 슈퍼 사이클이 시작된 이유가 바로 서버죠.

△안: 서버 수요도 여러개로 나뉘지 않아요? AI라던가, 5G라던가, 클라우드 서비스라던가.

▲김: 재작년에 한창 투자 붐이 일었던 건 클라우드 서비스 때문이었죠. 유튜브나 트위치 같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인기가 좋아서 동시 접속자 수가 늘어나니까 클라우드 투자를 할수밖에 없었어요.

△안: 서버 교체 시기와 맞물린 상황에서 인텔이 차세대 서버 플랫폼 ‘펄리’를 내놓은 것도 투자 원인 중 하나였죠.

▲김: 펄리 하나에 DDR4 D램 128개가 들어가요. 이전 세대보다 8배나 많아요.

△안: 올해는 어떤가요?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는 어느 정도 채워진 것 같은데요.

▲김: 사실 서버용 메모리는 공급량이 제한적이에요. 라인을 보면 서버용 메모리 라인, PC용 메모리 라인, 모바일 메모리 라인같이 각 시장별로 나눠져있는데 이전까진 모바일 메모리 라인이 더 컸으니까요. 그런 상황에서 갑자기 수요가 몰리니까...

△안: 아, 그래서 사재기를 한거군요. 업체들이 두달간 삼성 수원 앞에서 진을 치면서 메모리를 수급했다고 하더라구요.

▲김: 1년 후 필요한 메모리 물량을 선주문해놓은 업체들도 많았어요. 재고도 쌓아놨구요. 지금 잠깐 주춤한 가장 큰 원인이 그거에요. 사실 서버 투자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거든요. 올해 연말까지 세워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만 해도 100여곳 정도 돼요.

△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요?

▲김: 클라우드 서비스부터 가상화 기술, 온디멘드 서비스 등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곳이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거든요. 한 곳에 서버 수천대를 구축하는데, 적어도 5000대에요. 대당 펄리를 하나만 넣어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하나를 지을때마다 4만장 정도의 D램이 들어가요.

△안: AI랑 5G 수요도 있지 않나요? 사실 지금 IT업계에서 가장 핫 이슈가 그 두 가지인데요.

▲김: AI 알고리즘은 빅데이터를 먹고 자라거든요. 데이터가 많으면 많을수록 알고리즘 자체가 고도화되고, AI 알고리즘이 스스로 데이터를 만들어내기도 하죠. 다시 말해서 빅데이터를 담을만한 저장소가 필요해요.

△안: 그런데 AI를 하는 업체들이 아직 많이 없지 않나요? 워낙 비싸서.

▲김: 사실 거의 대기업만 하고 있는데요. 올해부터는 그 수요가 아래로 점점 확산될 걸로 보고 있어요. IT기업뿐만 아니라 자동차 기업, 헬스케어 기업들도 AI를 연구하니까요. AI 전용 GPU 서버도 나와서 가격도 싸지고 있어요.

△안: AI 전용 GPU 서버요?

▲김: 엔비디아 DGX-2 같은 경우에는 CPU 300개가 들어간 서버를 대체할 수 있어요. 유지보수를 포함한 비용도 괜찮구요. CPU 기반 서버로 AI를 하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요.

△안: 그런데 전 아직도 수요가 그렇게 많은 줄 모르겠어요.

▲김: 네이버나 삼성, 현대모비스 같은 우리 업체들도 AI 전용 서버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구요. AI 학습만 해주는 스타트업도 하나 둘 생기고 있어요.

 

5G와 메모리의 상관관계

△안: 삼성이랑 SK하이닉스가 후공정 라인을 증설하는 이유가 있었네요. 서버에 들어가는 D램 모듈 HBM은 두 업체만 만드니까요. 음. 5G는 어떻죠? 사실 이동통신 세대가 바뀌는 거랑 메모리랑 그렇게 관련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김: 원래는 세대가 바뀌면 기지국이나 중계기에만 투자가 됐었는데요, 이번에는 데이터센터도 같이 지어져요. 서버가 자율주행용, 모바일 인터넷용, 음성전화용 이렇게 기지국으로 들어오는 신호를 나눠서 중간 중간에서 데이터를 처리하게 되거든요. 그러니까 기지국을 구축할 때 소형 데이터센터가 깔리고 현장에서 급한 신호는 빨리 처리하는 거죠. 데이터센터에는 또 메모리가 들어가고요.

△안: 그렇군요. 5G가 되면 모바일 기기나 자율주행 쪽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김: 5G 속도는 백본 기준으로 4G보다 20배, 체감 속도로는 10배 정도 빨라요. 빠른만큼 고화질 동영상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즐기는 사람들도 늘어날거고, 이걸 저장할 메모리도 많이 필요하죠. 삼성이 작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전시한 5G 태블릿도 스마트폰보다 메모리 용량이 1.5배 늘어났어요.

△안: 그럼 수요는 HPC, 인공지능, 5G 정도로 되겠네요.

 

네버엔딩 메모리 시장

▲김: 그 세 가지만 합쳐도 공급 증가분을 훨씬 상회해요. 기존 서버 수요가 주춤하더라도, 추가적으로 투자가 되니까 상쇄할 수 있구요.

△안: 결론을 내보자면 제조사들이 공급을 조절하고, 수요는 충분하다 정도가 되겠네요. 역시, 메모리는 고점이 없나봐요.

▲김: 언제까지고 초호황이 이어질 수는 없겠지만, 갈수록 메모리 공정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제조사들이 가격 떨어지는 걸 막으려고 할거에요. 제조사가 손에 꼽히니까 업체들이 공급만 조절하면 시장은 어느 정도 컨트롤할 수 있죠. 3세대 10나노

△안: 메모리 시장, 걱정 안해도 되겠군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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