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부터 이설작업 시작… 레거시 메모리 및 MWP 등 검토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전경./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전경./SK하이닉스

내년 3분기 SK하이닉스의 200㎜ 공장(Fab) M8 이전 작업이 시작된다. 2021년까지 진행되는 이전 작업이 끝난 후 빈 자리에는 무엇이 들어갈까.

 

2월 이설 업체 선정, 3분기부터 이전 시작

SK하이닉스는 최근 협력사들을 초청해 M8 라인 이전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내년 2월 이설 업체를 선정, 3분기부터 M8 이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다. 이설 작업은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현재 M8 라인에서는 110나노 이상 아날로그 반도체가 생산된다. 주로 가전에 들어가고 수익성이 낮은데, 웨이퍼 천장 이송 설비(OHT)도 구축돼있지 않아 사람 손이 많이 간다. SK하이닉스가 M8을 중국으로 옮기려는 이유 중 하나가 인건비다.

 

200㎜ 팹, 레거시 메모리 만든다

M8 라인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일단 팹 자체가 200㎜ 웨이퍼 설비를 기준으로 구축돼 천장이 낮고 문이 좁아 300㎜ 장비를 넣기 어렵다. OHT 등 유틸리티도 다시 구축해야해 사실상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이나 다름 없다.

업계 관계자는 “OHT 자체가 300㎜ 웨이퍼 기준으로 만들어져 200㎜ 웨이퍼 처리 라인에는 활용할 수 없다”며 “무인이송로봇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손이 더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공장을 빈 상태로 둘 수는 없다. 이에 SK하이닉스에서는 중고 장비로 이 공장에 저가형(Legacy) 메모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선두 메모리 업체들이 저가형 메모리 생산 라인을 최신 공정으로 전환하면서 레거시 메모리는 오히려 공급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윈본드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윈본드
▲대만 윈본드의 매출액 및 영업이익률 추이./윈본드

현재 저가형 메모리는 윈본드, 난야 등 대만 메모리 업체들이 공급 중이다. 이들 업체는 지난해부터 40%에 가까운 이익률을 내고 있다. 선두 업체들의 영업이익률 50%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전방 시장의 영향을 덜 받고 첨단 공정이 아니기 때문에 투자 부담도 적다.

특히 최근 자동차, 산업용 설비 등의 메모리 채택률이 늘어나면서 고객사가 원하는 사양대로 만든 특수 메모리 인기도 커지고 있다. 대만 윈본드의 매출 40% 가량을 차지하는 게 이같은 특수 메모리다.

내수 시장 수요만 노린다해도 승산은 있다. 이전까지는 메모리 등 반도체를 부품 협력사가 채택했기 때문에 성능보다는 가격 경쟁력이 우선시됐지만, 최근 완성차(OEM) 업체들이 반도체까지 일일이 수급하기 시작하면서 ‘SK하이닉스’라는 브랜드와 성능을 앞세울 수 있게 됐다.

 

한계는 있다

걸림돌이 없는 건 아니다. 난야, 윈본드 등 레거시 메모리 공급사들이 생산량을 늘리려는 움직임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윈본드는 내년 초 월 300㎜ 웨이퍼 처리량 기준 54000만장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만 192억대만달러(약 6938억원)를 투입했다.

300㎜ 웨이퍼에선 1000개 이상의 D램을 만들 수 있지만 200㎜ 웨이퍼에서는 같은 크기의 D램을 400여개 정도밖에 만들지 못한다. M8 팹을 개조해 문을 넓히고 300㎜ 장비를 넣는다 해도 유틸리티를 구축하기 어려워 생산 속도가 더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전력 소자 등 특수 공정이 필요한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국내 수요가 많지 않고 공정자산(IP) 포트폴리오를 넓혀야하는 부담이 있어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윈본드나 난야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레거시 메모리를 쓰던 고객들이 메모리 요구 사양을 높이면 충분히 대응해줄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췄다”며 “개중에서 레거시 메모리가 가장 유력하게 여겨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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