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으로 맞춤형 객체 인식 IP 제공… 슈퍼레졸루션 개발 박차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칩스앤미디어의 전방 시장이 TV에서 자동차로, 자동차에서 자율주행차로 확대된다. 시장 변화에 발맞춰 맞춤형 IP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고화질(HD) 영상을 초고화질(UHD)로 보여줄 수 있는 수퍼레졸루션(SR) 기술까지 개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TV? 이제는 자동차다

 

반도체 설계 업체(Fabless)들은 수많은 IP를 조합해 반도체를 설계한다. IP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미 시장에서 검증된 IP를 가져다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발 기간이 짧고 기술 확보에 대한 여력이 부족할수록 IP에 대한 수요도 증가한다.

원래 칩스앤미디어의 텃밭은 TV였다. 고용량 영상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 받으려면 이를 압축(encoding)하고 다시 복호화(decoding)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둘을 합친 ‘코덱(Codec)’ IP가 칩스앤미디어의 주력 제품이다.

최근 칩스앤미디어가 자동차 시장으로 영역을 넓힌 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프리미엄 자동차에서 중저가 자동차로 확대 적용되면서다. 가장 큰 고객사인 NXP반도체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온칩(SoC) 시장 1위다.

 

▲칩스앤미디어 재무 상태 추이. 지난 2분기 흑자전환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정리
▲칩스앤미디어 재무 상태 추이. 지난 2분기 흑자전환한 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 KIPOST 정리

당초 기대를 모았던 UHD가 발목을 잡은 것도 자동차 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보통 IP는 사갈 때 사용 권한을 얻는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하고 이후 이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생산되기 시작하면 로열티를 받는다. 칩스앤미디어는 지난 2014년부터 UHD IP를 내놨지만 시장이 예상보다 커지지 않으면서 타격을 입었다.

칩스앤미디어의 가장 큰 장점은 태세 전환이 빠르다는 점이다. 회사는 지난 2016년 이미지신호처리장치(ISP) IP 업체 비트리의 지분을 취득, 비디오에서 이미지로 제품군을 넓히고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의 ‘눈’ 역할을 하는 비전(Vision) IP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맞춤형 비전 IP 서비스 시작

 

ADAS용 비전 프로세서 시장은 모빌아이가 과점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들어가야 하는 자율주행은 아직 승자가 없다. 그나마 엔비디아의 ‘자비에(Zavier)’ 정도가 있지만 전력소모량, 가격 등을 감안하면 상용차에 적용하긴 어렵다.

때문에 완성차(OEM) 및 부품 1차 협력사는 각 기업이 원하는 기능과 설계자산(IP)을 골라 전용 반도체(ASIC)를 개발하고 있다. 주로 팹리스에게 외주를 맡기지만, IP를 고르는 일은 직접 한다.

하지만 각 업체들이 라이선스하는 IP도 결국은 범용이라 차별화가 어렵다. 아직 관련 IP가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비싸 원치 않는 기능까지 담은 IP를 쓰거나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처럼 별도 부품을 추가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같은 변화에 발맞춰 칩스앤미디어는 심층학습(DL) 기반 객체 인식(Object didection) IP를 맞춤형으로 설계·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IP에는 카메라로 읽어들인 주변 이미지에서 자전거, 사물, 자동차 등의 물체를 실시간 인식하는 비전 알고리즘이 담겼다.

 

▲카메라 화소 수가 높을수록 전방 사물을 더욱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칩스앤미디어
▲카메라 화소 수가 높을수록 전방 사물을 더욱 선명하게 포착할 수 있다./칩스앤미디어

회사의 다른 IP와 마찬가지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IP라 전력소모량이 적다.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없이도 ASIC이나 기존 ADAS 프로세서에 이를 심기만 하면 된다.

HD는 물론 4K UHD까지 지원해 차세대 차량용 비전 시스템은 물론 CCTV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IP를 다른 업체에도 파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에게만 판매하기 때문에 비전 시스템을 차별화할 수 있다.

시장 조사 기관 트랙티카(Tractica)는 오는 2025년 컴퓨터 비전 시장 규모가 262억달러(29조475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 2016년 11억달러(1조2375억 원)에서 연평균 42%씩 성장하는 셈이다.

한형석 칩스앤미디어 이사는 “모듈 업체나 완성차 업체가 직접 IP를 골라 반도체를 설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우리는 이미 인포테인먼트 시장에서의 납품 실적을 갖고 있어 유리하다”라며 “실제 팹리스 업계가 아닌 국내외 자동차 부품 업계와 공급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TV 시장 부진? 위기를 기회로

 

콘텐츠가 소비되는 곳이 TV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여전히 TV만의 영역이 있다. 손바닥보다 작은 화면과 크고 선명한 화면을 모두 볼 수 있다면 크고 선명한 화면이 낫다. 수요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가격 문제도 해소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65인치 UHD TV 가격은 2013년 3분기 5216달러(587만원)에서 지난해 3분기 1307달러(147만원)로 약 74% 하락했다. 5인치 역시 같은 기간 2187달러(246만원)에서 592달러(67만원)로 약 72% 떨어졌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진은 이 회사에 호재다.

시장 저변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 3월 고효율비디오코덱(HEVC, H.265) 라이선스 관리 기구인 HEVC어드반스(HEVC Advance)는 라이선스 없이도 인터넷 스트리밍, 케이블·공중파 방송 등에서 HEVC 콘텐츠를 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칩스앤미디어는 H.265와 H.264를 동시 지원하는 IP를 갖고 있다. 설령 UHD TV 시장이 커지지 않아도 된다. HD 콘텐츠를 UHD로 변환해 보여주는 슈퍼레졸루션 IP도 곧 개발이 끝나기 때문이다. 이 슈퍼레졸루션 IP에는 화질 차이를 메워주는 심층학습 기반 AI 알고리즘이 적용돼있다.

슈퍼레졸루션 IP를 탐내는 건 이동통신 업계다. 셋톱박스에 적용하면 이를 통해 제공되는 대다수의 콘텐츠를 UHD로 서비스할 수 있다.

회사 관계자는 “HEVC가 스마트폰에도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고, 이는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의미”라며 “제품군도, 시장도 넓힌만큼 성장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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