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장비 PO 시점은 미지수...B7 및 B11 양산 실적에 연동

중국 BOE가 스마트폰용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장인 충칭 B12를 착공했다. B12는 앞서 건설한 청두 B7, 몐양 B11에 이은 세 번째 OLED 공장이다. 3개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BOE의 중소형 OLED 생산능력은 6세대(1500㎜ X 1850㎜) 기판 투입 기준 월 14만4000장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BOE의 플렉서블 OLED. /BOE 제공
BOE의 플렉서블 OLED. /BOE 제공

11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BOE는 지난 8일 충칭시 량장신구(两江新区)에서 B12 착공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왕둥성 BOE 회장을 비롯해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B12는 앞으로 28개월간의 공사를 거쳐 완공되며, 총 3개의 중소형 OLED 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각 라인은 6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1만6000장씩, 총 4만8000장 규모의 생산능력을 갖춘다. 그 중 첫번째 라인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장비 발주에 들어가 2020년 3분기 중 양산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A3 라인과 거의 유사하게 OLED 라인을 셋업해온 전례를 감안하면 B12 투자에 따른 국내 장비 업체들의 수혜도 예상된다. BOE는 앞서 B7과 B11을 구축하면서 국내 장비 업체들을 적극 활용했다.

AP시스템이 백플레인(TFT) 핵심 장비인 레이저어닐링(ELA) 장비를, HB테크놀러지가 검사 장비를 각각 공급했다. 제이스텍은 후공정 본딩 장비, 비아트론⋅테라세미콘은 열처리 장비를 공급했다. 이밖에도 원익홀딩스⋅아이씨디⋅영우디에스피 등도 일부 장비를 수주했다.

BOE의 B12 착공은 다소 뜻밖의 시점에 이뤄졌다. 이미 지난 3월 B12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중국공상은행으로부터 8조원의 자금을 수혈받을 때만 해도 BOE가 일사천리로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후 9개월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던 탓에 B12 업계서는 투자가 순연될 것으로 봤다.

BOE B7 가동률.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가동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수율 수준은 높지 않다. /DSCC 제공
BOE B7 가동률.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기 시작하면서 가동률은 높아지고 있으나 수율 수준은 높지 않다. /DSCC 제공

BOE가 앞서 투자헸던 라인들이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이 같은 추측에 힘을 실었다. BOE의 첫 6세대 OLED 공장인 B7은 양산에 돌입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아직 수율이 20% 미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11 역시 당초 12월쯤 초기 양산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봤으나 아직 기판을 라인에 흘려 보는 정도로만 진척됐다. 본격적인 양산은 내년 2분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인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중국 패널 업체의 플렉서블 OLED 기판 투입량은 6만7000㎡다. 그러나 4분기 플렉서블 OLED 완제품 산출량은 4780㎡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판 투입량 대비 완제품 산출 규모가 7% 정도에 그치는 셈이다. 현재 중국에서 플렉서블 OLED 공장을 양산 가동 하는 곳이 BOE 정도 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사실상 BOE의 생산 현황과 등치된다.

아직 이렇다 할 플렉서블 OLED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한 점도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이다. 플렉서블 OLED 시장의 양대 큰 손이 애플⋅삼성전자인데, 두 회사는 아직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중국 화웨이⋅샤오미⋅비보⋅오포는 아직 플렉서블 OLED 적용률이 높지 않다. 이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중저가 시장에 집중하면서 플렉서블 OLED 보다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모델 비율을 높이고 있다.

BOE B12 착공식. /사진=AVC
BOE B12 착공식. /사진=AVC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BOE가 우선 B12를 착공한 뒤, 실제 장비 발주와 반입 시점은 B7 및 B11 양산 수율을 봐가면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투자금을 대는 지방정부와 은행에서 양산 실적을 따져가며 자금을 집행하기 때문에 BOE가 B7⋅B11에서 뚜렷한 개선을 보여주지 못하면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B7⋅B11의 양산이 순조롭지 못하다 보니 BOE 내부에서도 더 이상의 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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