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히든카드’로 개발 중인 폴더블(접히는) 스마트폰 출시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작년 12월 폴더블 OLED를 소량 시생산 하기 위해 소재⋅부품 발주까지 검토했으나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폴딩(접는) 방향을 바꾸는 바람에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아직 기술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과 함께, 마케팅적인 판단 탓에 확실하게 양산 스케줄을 확정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만 할 뿐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한 투명 PI 필름.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투명 PI + 하드코팅, 유리 같은 고급 감성 확보 못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위한 과제 중 마지막까지 삼성전자를 고민스럽게 하는 부분은 커버 소재의 ‘감성(Look & Feel)’이다.

폴더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는 화면 가장 바깥쪽에 기존 코닝 ‘고릴라 글래스’ 대신 투명 폴리이미드(PI)를 상판에 덮어 생산한다. 투명 PI는 현재까지 개발된 유연기판 중 내열성⋅광투과성⋅굽힘특성이 가장 뛰어나다. 다만 투명 PI는 긁힘에 대한 내성이 약하기 때문에 따로 실리콘을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두께로 하드코팅 처리한다.

문제는 ‘투명 PI + 하드코팅’ 조합이 고릴라 글래스처럼 매끈하고 미려한 외관을 갖지 못한다는 데 있다. 투명 PI가 필름의 일종이다 보니 유리보다는 플라스틱 느낌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스마트폰은 갤럭시S 시리즈를 뛰어 넘는 최고급 라인업이 될 전망이라는 점에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 중요하다”라며 “‘Glass-like(유리 같은)하지 않은 PI의 외관이 삼성전자의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는 투명 PI 공급을 추진 중인 협력사들에도 난제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투명 PI 공급사로 양산 승인을 검토 중인 회사는 두 곳이다. 일본 스미토모화학이 만든 투명 PI에 동우화인켐이 하드코팅한 제품과,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만든 투명 PI에 동진쎄미켐이 하드코팅한 제품 등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극장 광고에 등장한 폴더블 스마트폰 모형. 현재 개발 중인 모델은 아래 두 장 사진에 나온 것과 더 유사하다.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스미토모화학⋅코오롱인더스트리 두 회사 모두 초창기 문제점으로 지적되던 평탄도나 연필경도 같은 문제는 대부분 해결했다. 고릴라 글래스의 연필경도인 ‘9H’ 이상을 유지하면서 20만회 이상의 반복적인 굽힘을 버티는 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회사 공통적으로 유리 같은 감성을 투명 PI에서도 유지하는 방법은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 PI와 하드코팅 두께 조합을 조절하면 폴더블 스마트폰에 가장 적합한 기판 소재를 만들 수 있다”면서도 “투명 PI의 값싸 보이는 이미지를 바꾸는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비싼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에 어필할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망설이는 또 다른 이유는 가격 대비 수요를 장담할 수 없어서다.

애플 아이폰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부품원가(BOM)는 250~300달러 안팎이다. BOM 중 디스플레이가 차지하는 원가비중은 70~80달러 정도다. 만약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폴더블 타입으로 바뀌면, BOM에서 차지하는 원가는 최소 3배 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원가만 종전 스마트폰 전체 BOM에 맞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는 9인치대 화면을 두 번 접어 5인치 크기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9인치 화면은 6세대(1500mm X 1850mm) OLED 기판을 잘라 90개 정도 밖에 만들 수 없다. 이는 이상적인 수율을 감안한 수치다.

이에 비해 5.5인치 스마트폰용 OLED는 6세대 기판에서 200개 이상 만들 수 있다. 기판 한 장에서 만들 수 있는 패널 수가 적기 때문에 면적에 비례해 생산 원가가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6세대 OLED 기판에서 5.5인치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만들때(왼쪽)와 폴더블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를 만들때의 차이. (자료=미래에셋대우)

여기에 투명 PI와 코팅방식의 원형(Circular) 편광판, 폴더블 OLED용 광투명접합필름(OCA) 등 특수 소재들도 폴더블 OLED의 생산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다.

이처럼 소재⋅부품 원가는 천정부지로 올라가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폴더블 스마트폰에서 느끼는 효용이 얼마나 클지는 미지수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까지 화면이 안으로 접히는 ‘인-폴딩(in folding)’ 방식의 OLED 화면을 개발하다가 작년 연말부터 ‘아웃-폴딩(out folding)’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는 스마트폰을 접었을 때, 화면이 가장 바깥으로 노출되는 방식이다.

인-폴딩이 OLED 화면 보호에는 유리하지만, 쓰임새는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아웃-폴딩은 두 번 접으면 5인치대 스마트폰, 펼치면 9인치대 태블릿PC로 사용할 수 있다. 대신 화면이 가장 바깥에 노출되는 만큼 긁힘에 대한 내성을 높여야 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 접는 방향을 ‘인’에서 ‘아웃’으로 바꿀 것을 요청하면서 지난해 12월 예정됐던 시생산은 취소됐다.

9.7인치 폴더블 제품의 예시. (자료=미래에셋대우)

밖으로 두 번 접는다는 삼성전자의 구상이 성공하려면 태블릿PC 시장이 성장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태블릿PC 출하량은 3195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9.3%, 전분기 대비 34.5% 각각 감소했다. 10분기 연속 뒷걸음친 태블릿PC 시장은 2012년 3분기 이후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했다.

태블릿PC 시장은 2014년 약 2억4250만대로 정점을 찍은 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2억360만대로 16%가 줄었고, 애플과 삼성전자 역시 판매량 감소 추세에 맥을 못 추고 있다.

이처럼 태블릿PC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접힌다’는 소구점 하나로 얼마나 많은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삼성전자는 아직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LTPS LCD만으로도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압도해왔다”며 “마케팅에 대한 자신감 부족이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미루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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