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가 구축중인 11세대 LCD 생산라인이 앞서 BOE가 확정한 10.5세대(2940mm X 3370mm) 규격인 것으로 확인됐다. 11세대 패널 양산은 투자비용은 많이 들어가는 데 비해 대화면 면취율이 10.5세대와 같거나 오히려 떨어지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CSOT가 장비 업체들에 고지한 선전 11세대 LCD 생산라인 유리기판 크기는 BOE 10.5세대와 동일한 가로 2940mm 세로 3370mm로 확정됐다.

LG디스플레이에서 제작한 LCD유리기판(사진=LG디스플레이)

당초 선전 공장의 패널 사이즈를 11세대로 발표한 CSOT가 10.5세대 크기의 패널을 만드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10.5세대 보다 기판 크기를 늘리려면 이에 맞는 장비들과 유리기판 제조설비를 새로 설계해야 하는데, 10.5세대는 이미 나온 BOE향 제품들을 구매해 설비투자액을 절감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5세대 유리기판은 앞서 투자를 단행한 BOE와 규격이 같아 유리기판을 수급하는데도 용이하지만 가로 3000mm 세로 3320mm으로 알려진 11세대 유리기판 공정을 새로 만들려면 투자금액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1세대 유리기판의 크기는 2000년대 후반 삼성전자 LCD총괄(현 삼성디스플레이)이 11세대 LCD 생산설비 구축을 검토하며 처음 알려졌다.

10.5세대와 11세대 유리기판 내 65인치 패널 배치 예상도.

11세대의 생산성이 10.5세대와 같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키뉴스가 10.5세대⋅11세대의 대화면 패널(65인치⋅70인치⋅75인치⋅80인치) 생산량을 확인해본 결과, 10.5세대와 11세대 생산 패널 개수는 65인치⋅70인치⋅80인치 각각 8개⋅6개⋅3개로 같다.

75인치는 10.5세대가 11세대보다 생산할 수 있는 패널 수가 오히려 많다. 10.5세대에서 6개, 11세대에서 4개를 생산한다. 11세대 유리기판 세로면 길이는 75인치 패널 가로길이(1660.3mm)의 정확히 2배다. 그러나 패널 주변부에 디스플레이 구동을 위한 공간(Black Matrix)이 필요해 2개의 75인치 패널을 패널 가로길이로 나란히 생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유공간의 크기는 업체마다 조금씩 다르다. 키뉴스는 이 여유공간을 패널 가로세로 면당 각각 5mm로 가정했다. 이 경우 75인치 패널 3개를 잘라내고 남은 공간에 패널 한개를 더 만들어 최대 4개를 생산할 수 있다.

10.5세대와 11세대 유리기판 내 75인치 패널배치 예상도. BM을 위한 공간이 필요해 11세대보다 10.5세대 내에서 더 많은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

반면 10.5세대 유리기판은 세로면이 더 길어 세로 2줄씩 가로로 3개 총 6개의 75인치 패널 생산이 가능하다. 멀티모델글라스(MMG) 생산으로 75인치와 65인치를 동시에 생산해도 10.5세대와 11세대의 패널 생산량은 65인치 4개, 75인치 3개로 같다.

10.5세대와 11세대 유리기판에 65인치⋅75인치 패널을 MMG로 생산했을 경우 패널배치 예상도. MMG를 적용할 경우 수율이 다소 떨어진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이 같은 이유로 10.5세대 패널 생산라인 구축을 검토 중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11세대, 10.5세대와 같은 대형 유리기판을 만드는 이유가 대화면 패널 생산”이라며 “두 유리기판 크기 차이가 크지 않고 대화면 패널 생산수 차이가 없어 오히려 10.5세대의 면취율이 높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CSOT가 ‘11세대’라는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두 가지 이유를 들고 있다. 하나는 중국 정부 보조금 획득을 위한 선전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방 정부로부터 막대한 지원금을 받아 생산라인을 만들고 있다”며 “각 지방 정부 역시 서로 경쟁 관계다 보니 앞서 투자한 BOE와의 차별화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CSOT의 11세대 LCD생산라인은 중국 선전시정부가 투자해 37%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BOE의 허페이 10.5세대 생산라인도 안후이성 정부가 총 투자액의 약 45%를 부담한다.

제각각인 세대 기준도 원인 중 하나다. 유리기판의 세대별 크기는 자율적으로 정한다. 유리기판 크기를 정하는 표준기구가 없어 업체들이 타 업체에서 지정한 세대 규격을 응용하거나 바꿔 부르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최초로 만든 7세대 LCD 유리기판을 대만 업체들이 표준으로 삼고 가로세로 길이를 조금만 늘려 7.5세대로 명명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업체의 8세대 LCD생산라인을 8.5세대로 명명하거나 유리기판 크기를 조금 더 키운 LCD 생산라인을 만들어 8.6, 8.7세대라고 명명한 경우도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