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정전 헤드 방식에 새로운 기술 병용

차세대 디스플레이용 소자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애플이 기존 연구개발하던 방식과는 다른 기술을 검토한다. 마이크로 LED는 에피웨이퍼 성장 기술은 물론 이를 기판에 옮기는 ‘전사(transfer)’ 기술이 핵심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애플, 정전 헤드 방식서 스탬프 방식까지 적극 검토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은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성장한 질화갈륨(GaN) 층을 떼어다가 디스플레이의 트랜지스터 위에 올려 놓는 작업이다. 기존 LED라면 전사에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마이크로 LED는 한 변의 길이가 100마이크로미터(μm) 이하에 불과하다. 이처럼 작은 마이크로 LED는 집는 것도 어렵고, 정확한 위치에 올려 놓는 것도 현재 기술로는 구현이 매우 까다롭다.

 

▲마이크로 LED를 이용한 스트레처블 디스플레이. /ctman.com

 

 

그동안 애플이 검토했던 마이크로 LED 전사 공정은 정전 헤드를 이용한 기술이었다.(KIPOST 2016년 8월 1일자 <애플이 차차기 디스플레이로 낙점한 '마이크로 LED'는?> 참조) 실리콘 재질로 만든 정전헤드(Electrostatic  head)에 전압을 걸어 마이크로 LED를 픽업하고 이송 전사하는 방식이다. 마치 양 손바닥을 문지르면 머리카락이 정전기에 의해 손바닥에 달라붙는 것과 같은 이치를 활용한다. 애플은 2015년 대만 럭스뷰 인수를 통해 관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정전 헤드를 이용해 전사 방식은 임의로 선택된 칩, 혹은 어레이를 이송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기판 위 특정 영역에 불특정 다수의 불량이 발생해도, 그 부분만 대차 전사할 수 있다. 또 정전 헤드를 영구적으로 쓸 수 있기 때문에 작업의 연속성 등에서도 유리하다. 

 

다만 이 방식은 정전기를 이용해 LED 칩을 옮기는 만큼, 칩 손상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단점이다. 애플 역시 정전 헤드 방식의 정전기에 의한 불량 문제를 좀처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근 애플이 정전 헤드 방식과 병행해 연구하고 있는 기술이 스탬프 방식이다. 스탬프 방식은 점성이 있는 고분자 물질을 이용해 마이크로 LED를 잡았다가 디스플레이 기판 위에 도장을 찍듯 전사하는 기술이다. 

 

▲정전 헤드를 이용한 마이크로 LED 전사공정 모식도(왼쪽)와 스탬프 방식 모식도(오른쪽). /KIPOST

 

 

애플은 최근 일본 신에츠로부터 실리콘 재질의 스탬프를 공급 받아 이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신에츠 관계자는 “최근 10여개 이상의 마이크로 LED 관련 업체에 실리콘 스탬프를 공급하고 있다”며 “애플이 인수한 럭스뷰 역시 스탬프를 공급 받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번에 3만개씩, 2만회까지 전사...스탬프 1개로 8K TV 6대

 

 

그동안 스탬프 방식의 단점으로 꼽히던 부분은 점성 유지다. 종전 정전 헤드는 전압만 걸어주면 매번 동일한 밀착력을 유지할 수 있는데, 스탬프는 사용할수록 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신에츠가 마이크로 LED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는 스탬프의 점도 유지 횟수는 2만번이다. 한번에 최다 3만개의 마이크로 LED칩을 전사할 수 있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한 개의 스탬프로 총 6억개의 마이크로 LED를 전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8K UHD TV의 화소(7680 x 4320)은 화면 전체에 총 3300만개의 화소를 갖고 있다. 1개의 화소는 다시 적색⋅녹색⋅청색 3원색의 하위화소(서브픽셀)로 나뉜다. 즉, 8K UHD TV 1대에는 약 1억개의 하위화소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에츠가 개발한 마이크로 LED 전사용 스탬프. /KIPOST

 

 

수율을 감안하지 않고 스탬프 방식으로 마이크로 LED TV를 만든다면, 스탬프 1개로 8K UHD TV 6대를 만들 수 있는 셈이다. 물론 4인치 에피웨이퍼는 엣지(edge) 쪽으로 갈수록 LED 빛의 파장과 휘도가 떨어진다. 실제 마이크로 LED TV를 만들기 위해서는 엣지쪽의 LED는 버리고 가운데 정사각형 부분만 취해서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실제 스탬프 1개로 만들 수 있는 TV의 양은 6대 보다 적어질 수 있다. 

 

수율도 감안해야 한다. 스탬프에서 디스플레이 기판으로 옮겨 붙어야 할 마이크로 LED가 미처 떨어지지 않으면, 빈 화소가 생긴다. 이 곳은 기존 ‘픽 앤 플레이스(Pick and place)’ 장비로 하나하나 메워줘야 한다. 빈 화소 개수가 많을수록 전체 수율은 물론 공정 속도까지 저하된다. 

 

에피웨이퍼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파장⋅휘도 오차가 크게 날 경우, 개별 화소 부분을 떼어 내고 재작업해야 하는 과정도 난제다. 기존 정전 헤드 방식은 소프트웨어 제어를 통해 웨이퍼 특정 부분의 마이크로 LED만 집어낼 수 있지만, 스탬프 방식은 개별적으로 집는 게 불가능하다.

 

▲LED용 MOCVD. /비코 제공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스탬프 방식으로 완전히 돌아섰다기 보다는 두 가지 방식을 모두 검토하고 있다”며 “아직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공정도 안정화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떤 한 가지 기술을 선택하기는 섣부르다”고 말했다(KIPOST 2018년 7월 26일자 <마이크로LED 디스플레이, MOCVD 전면 재투자 필요>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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