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10.5세대(2940㎜ x 3370㎜)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양산 시점을 늦추면서 잉크젯 프린팅 공정 도입 여부가 주목된다. LG디스플레이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한다고 하지만, LCD 진영과의 가격 경쟁을 위해서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 도입에 사활을 걸어야 할 판이다.


110만원짜리 OLED TV의 열쇠...잉크젯 프린팅


LG디스플레이가 경기도 파주 P10의 10.5세대 양산 시점을 2020년 이후로 미룬 이유 중 하나는 아직 잉크젯 프린팅 공정 도입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수행하는 장면. /KIPOST


현재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생산에 적용하고 있는 기술은 인라인 증착(Evaporation)이다. 증착은 유기물질을 채운 도가니(소스)를 고열로 데운 후, 기화된 유기물질이 유리기판에 달라붙게 만드는 방식이다.

증착은 양산성이 검증된 기술이기는 하지만 생산원가 측면에서는 매우 불리하다. 기화된 유기물질이 유리기판은 물론, 증착장비 내벽에도 동일하게 들러붙기 때문이다. 도판트류의 유기물질은 1그램 당 수십만원에 달하기 때문에 이는 OLED 생산원가를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55인치 OLED TV용 패널 생산에 들어가는 유기재료 비용은 193달러 정도다. 전체 생산원가 538달러의 35%에 달한다. 총 재료비 310달러 기준으로는 무려 62%가 유기재료 값이다. 따라서 유기재료 사용량 절감이 OLED TV 패널 생산비 하락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장비 내벽과 마스크 등에 묻은 유기물질을 긁어낸 뒤, 이를 정제해 재사용하기도 한다. 이 또한 비용이 들어간다.

이는 LG디스플레이가 잉크젯 프린팅 공정 도입을 추진하는 이유다. 잉크젯 프린터는 화소가 필요한 부분에 선택적으로 유기물질을 인쇄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유기물질 사용 효율이 100%다.

▲TV용 OLED 생산원가. /IHS마킷 제공


화학재료 업체 듀폰에 따르면, TV용 OLED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하면 55인치 OLED TV 가격을 1000달러 수준까지 내릴 수 있다. 현재 LG전자가 생산한 55인치 OLED TV 가격이 200만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까지 가격을 내릴 수 있는 셈이다.


하향하는 LCD 가격, 잉크젯 프린팅은 선택 아닌 필수


최근 LCD 진영이 10.5세대 LCD 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패널 가격은 장기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올초 월 3만장 수준으로 10.5세대 LCD 양산을 시작한 중국 BOE는 연말까지 나머지 6만장분의 노광장비를 모두 입고시킬 계획이다. 내년에는 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도 양산 대열에 참여하고, 폭스콘 역시 10.5세대 공장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따라서 OLED 패널도 시장 수성을 위해서는 신공정 도입을 통해 생산원가를 내려야 한다. LG디스플레이가 TV용 OLED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지만, 디스플레이 전체 시장에서 보면 LCD 진영과의 경쟁 관계는 엄연히 상존한다. 시장에서 OLED 패널이 LCD 대비 프리미엄을 받고 있지만, 가격차가 너무 크게 벌어지면 소비자들이 LCD를 택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가급적 올해 안에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도입할지, 기존 인라인 증착 방식으로 투자할 지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잉크젯 프린팅 공정이 완벽하게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고질적 무라(Mura, 얼룩) 현상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무라는 액체 타입 소재의 표면장력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잉크젯 프린터로 소재를 화소 부분에 떨어뜨렸을 때 표면장력 탓에 소재가 위로 봉긋하게 솟거나, 아래로 쳐진다. 화소의 표면이 평면이 아니면, 빛이 통과하는 양이 달라 화면의 얼룩처럼 보이는 것이다. 디스플레이용 잉크젯 프린팅 기술이 개발된 지 10년 이상 지났지만, 아직 양산에 적용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잉크젯 프린팅 개념도. /머크 제공


업계 관계자는 “무라는 표면장력이라는 자연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며 “LG디스플레이도 무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해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아직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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