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kipost.net)] 최근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 강자로 등극한 중국 티안마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사업 매각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티안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분야 ‘톱 2’로 등극할 만큼 선전하고 있는 반면, 6세대(1500mm X 1850mm) OLED 신규 공장은 두 차례나 양산 스케줄을 연기할 만큼 난조를 보이고 있다.  


실제 매각이 성사된다면 삼성·LG디스플레이 등 국내 패널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사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OLED, 잘나가는 티안마의 아픈 손가락


티안마가 매각을 추진 중인 사업은 우한 6세대 플렉서블 OLED 라인과 상하이 5.5세대(1300mm X 1500mm) 리지드 OLED를 포함한 OLED 사업 일체다. 이를 위해 중국 내에서 중소형 OLED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아직 양산 라인을 구축하지 않은 업체들을 중심으로 협상을 타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중국 패널 업체인 CEC판다와 구체적인 조건까지 협상을 진행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LTPS LCD 시장에서 일본 JDI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한 티안마지만, 아직 OLED 분야에서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당초 지난해 연말 양산 가동을 계획했던 우한 6세대 라인은 올해 1분기로 양산 가동이 연기됐다가, 최근 2분기로 시점이 재차 뒤로 미뤄졌다. 


▲티안마가 선보인 폴더블 OLED.


데이비드 셰 IHS마킷 선임연구원은 “티안마가 OLED 라인의 유리파손(Glass Breakage) 문제 때문에 6세대 라인 양산 가동 시점을 2분기로 미뤘다”며 “대신 LTPS LCD 사업에 우선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플렉서블 OLED는 기판 자체는 유색 폴리이미드(PI)를 사용하지만, 공정은 캐리어 글래스(Carrier Glass) 위에 붙여서 진행한다. 유리파손 문제는 이 캐리어 글래스가 공정 중에 손상을 입는다는 뜻이다. 


여기에 6세대 OLED 양산 라인에 처음 적용된 일본 알박(Ulvac)의 증착 장비 역시 수율이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의 OLED 양산 라인에는 대부분 일본 도키의 증착 증비가 사용됐고, LG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 E5 라인에 국내 업체인 선익시스템 장비를 도입했다. 


알박 장비는 앞서 2000년대 초 LG전자가 수동형(PM) OLED 사업을 추진하면서  2세대(370mm X 470mm) 장비를 구매한 바 있다. 당시에도 증착 수율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알박이 장비를 재수거해가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티안마가 알박의 증착 장비를 양산 라인에 도입했던 건 윗선의 판단이었다”며 “삼성디스플레이 팹에서 수년간 검증된 도키와 달리 알박 장비는 아직 데이터가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경영 효율화 나서는 AVIC


▲티안마 주주구성. /자료=4-traders.com

이처럼 티안마의 중소형 OLED 사업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서 다급해진 건 티안마 모회사인 중국항공기술국제홀딩스(AVIC INTL)다. 티안마는 AVIC INTL(지분 20.8%)를 비롯해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지분 11.3%), 우한시(8.97%) 등 정부 및 정부 유관기관 지분율이 절반 정도다. 


특히 최대주주인 AVIC INTL은 중국 내에서 ‘중앙기업’으로 분류되는데, 중앙기업은 정부 각 부처 직속 기업을 의미한다. 최근 AVIC INTL이 항공기 및 국방산업 육성에 주력하면서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거나 직접적인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은 생존이 불투명해졌다. 


티안마가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중소형 OLED 사업 매각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패널 업체에는 호재


만약 티안마의 OLED 사업 매각이 현실화된다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는 호재다.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티안마가 중소형 OLED 시장을 계속 노크한다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BOE 만큼이나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V용 패널 고객사 중심의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와 달리, 티안마는 중소형 디스플레이 분야 강자다. 


▲티안마 중소형 디스플레이 출하량.(단위 : 백만개) / 자료=IHS마킷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90%를 기록 중인 삼성디스플레이가 BOE 이상으로 견제하는 업체가 티안마다. 


티안마가 OLED 사업을 매각하고, LTPS LCD 업체로 남는다면 중소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강력한 OLED 경쟁자가 사라지는 셈이다. 물론 중국 내 다른 업체가 관련 시설을 인수하겠지만, 티안마가 직접 사업을 운영하는 것과는 격차가 크다. 지난달 접촉했다는 CEC판다 역시 주요 고객 기반이 TV 세트 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국 로욜이 자금조달 문제로 건설 공사를 중단하는 등 중국 내에서 OLED 업체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며 “중국 정부 역시 과거처럼 눈먼돈을 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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