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장기간 독자적으로 양산을 이어오다 보니 일부 핵심 공정의 후방 생태계 저변이 좁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내 다른 소자 생태계와 비교하면 소수 업체가 특정 소재⋅부품을 틀어쥔 품목이 많다.


OLED 핵심 장비인 레이저결정화장비(ELA)용 광학렌즈 역시 한 개 업체가 계속 독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이다.



호모제나이저 렌즈, 독일 칼자이스가 독점



AP시스템⋅재팬스틸웍스(JSW) 등이 공급하는 ELA는 본체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308나노미터(nm) 파장의 고출력 레이저를 공급하는 엑시머 레이저 소스와 점광원(點光源)의 레이저를 선광원(線光源)으로 만들어주는 호모제나이저(Homogenizer)라는 부품이다. 



▲호모제나이저용 광학렌즈. /그린광학 홈페이지



작은 점 크기의 레이저가 호모제나이저를 지나치면서 최대 너비 1500mm까지 커진다. 레이저 너비를 키울수록 한번에 큰 면적을 결정화 할 수 있기 때문에 호모제나이저의 성능이 OLED 생산성과 직결된다. 


호모제나이저는 여러 장의 렌즈를 중첩해 만드는데, 이를 독일 칼자이스가 독점하고 있다. 칼자이스가 만든 렌즈는 호모제나이저를 공급하는 미국 코히어런트를 거쳐 삼성디스플레이에 최종 납품된다.


그런데 엑시머 레이저가 워낙 고출력 에너지를 방출하다 보니 호모제나이저용 렌즈는 내구성이 오래가지 못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일정 기간 사용한 호모제나이저 렌즈를 새 것으로 교체하는데 칼자이스가 독점 기업인 탓에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양산 공정에서 6개월에 한 번씩 호모제나이저 내부 렌즈를 갈고 있다”며 “호모제나이저 렌즈는 엑시머 레이저 소스와 함께 OLED 공정 중 대표적인 고가 소모품”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 호모제나이저 렌즈 국산화 추진



이 때문에 삼성⋅LG디스플레이 등 패널 업체 입장에서 호모제나이저 렌즈는 이원화 혹은 국산화 필요성이 가장 큰 품목이다. 의미 있는 성과도 나오고 있다. 


▲호모제나이저용 렌즈는 독일 칼자이스가 독점하고 있다. 칼자이스 연구원이 렌즈를 검사하고 있다. /칼자이스 홈페이지



광학부품 전문업체 그린광학은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호모제나이저용 렌즈 품질 승인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양산이 확정된 것은 아니나 삼성디스플레이의 국산화 추진 의지가 커 이번만큼은 양산 공급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호모제나이저 렌즈 국산화가 이뤄지지 못했던 것은 칼자이스와 국산 업체 간 기술력 격차도 컸지만, 레이저 소스를 공급하는 코히어런트와의 정합성 문제가 더 컸다. 엑시머 레이저 소스와 호모제나이저가 한 쌍으로 ELA에 들어가다 보니 쉽사리 렌즈 공급사만 바꾸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히어런트가 칼자이스 렌즈를 사용한 호모제나이저에 대해서만 레이저 성능을 캐런티(보증) 하기 때문에 타 업체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린광학의 호모제나이저 렌즈가 품질 승인을 획득하면, 칼자이스의 독점력이 깨지면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원가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김재욱 전 삼성LED 사장도 지분 투자 검토



한편 그린광학에는 김재욱 전 삼성LED 대표가 지분 투자를 검토 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김 사장은 현재 BNW인베스트라는 사모투자(PE) 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BNW인베스트를 통해 그린광학에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재욱 BNW인베스트 사장.



김재욱 BNW인베스트 대표는 “그린광학 지분 투자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라며 “이 회사의 렌즈 관련 기술은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1978년 삼성그룹에 입사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메모리 제조 담당 사장, 기술총괄 제조 기술 담당 사장을 거쳐 삼성SDI 사장과 삼성LED 사장을 역임했다. 김 대표가 이끄는 BNW인베스트는 최근 에코프로비엠⋅코미코 등 IT기업 지분 투자로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