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삼성전자 2분기 실적발표서 업계 관계자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대목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 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즉 삼성디스플레이 실적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예견을 내놨다. 


통상 3분기가 디스플레이 업계 성수기이고, 애플 향(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출하가 본격화된다는 점에서 뜻밖이다. 



LTPS LCD 가격 경쟁만이 이유일까



▲애플은 LTPS LCD 시장 큰손 중 하나다. 올해부터는 아이폰용 LTPS LCD 구매량을 3분의 2 수준으로 줄인다. /애플 제공



지난 20일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3분기 디스플레이 부문서 영업이익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 영업이익 감소 이유로 든 것은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 진영과의 가격 싸움이다. 최근 LTPS LCD 생산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증가하고, 생산기술 또한 높아지면서 전반적으로 가격은 하향 추세다. 지난해 중국 BOE와 티안마가 LTPS LCD 시장에 새로 진입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 1개당 19달러 정도였던 5.5인치 LTPS LCD 가격은 2016년 같은 달 13.45달러까지 떨어졌다. 올해 6월에는 11.3달러까지 재차 값이 내렸다.


올해 3분기 이후 내년으로 갈수록 이 같은 가격 하락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동안 LTPS LCD 업계 큰손 역할을 해왔던 애플이 올해부터 아이폰용 LTPS LCD 구매량을 3분의 2로 줄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3분의 1은 OLED가 처음 사용된다. 


업계 전반적으로 생산량은 늘었는데 구매량이 줄다보니 가격 하락은 불가피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하는 품목 중 ‘리지드(굽혀지지 않는)’ OLED가 LTPS LCD와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다. LTPS LCD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진다면 삼성디스플레이는 리지드 OLED 역시 가격을 내리거나 가동률을 낮추는 수 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3분기 디스플레이 실적 하향을 점친 건 이 같은 고민이 배경에 깔려 있다.



▲삼성전자 분기별 실적 전망. DP 부문으로 표시된 곳이 삼성디스플레이 실적이다. /현대차투자증권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향후 3년간 OLED 적용 비율을 점차 늘릴 예정”이라며 “향후 LTPS LCD는 중저가 스마트폰에만 탑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 향 OLED 생산에 애 먹는 SDC



그러나 이 같은 LTPS LCD 진영과의 경쟁 때문 만으로 3분기 삼성디스플레이 영업이익 감소 전망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 리지드 OLED 생산라인이 상당부분 감가상각이 종료된 라인(탕정 A2)이라는 점에서 비용구조가 높지 않고, LTPS LCD 가격하락 추세는 이미 예견됐다는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3분기 디스플레이 영업이익을 보수적으로 내다본 것에 대해 업계서는 3분기 출하를 시작한 애플 향 OLED 생산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애플로 공급되는 OLED 생산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초창기 수율 관리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디스플레이로 공급되는 애플 향 소재⋅부품 수량으로도 파악할 수 있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아이폰8(가칭)’용으로 공급할 OLED 물량은 8000만대에 약간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현재 삼성디스플레이가 소재⋅부품 업체에 내린 주문량은 연말까지 1억대, 혹은 그 이상이다. 실제 완제품을 만들어 공급할 물량보다 자재 주문량이 최소 25% 많은 셈이다.


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향 OLED 생산을 위해 지난해부터 구축한 라인들의 안정화 작업이 완전히 마무리 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갤럭시S’용으로 만드는 OLED 셀 수율이 80%대 후반으로 전해지는데, 애플 향 라인은 이보다 10% 포인트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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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공장이 들어선 박닌성.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이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이다. /구글지도



또 후공정을 담당하는 베트남 V3 라인 역시 올해 초 급하게 라인을 구축하다 보니 아직 수율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다. V3 라인 수율 역시 80%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후공정에서 최대 20%씩 불량이 발생하는 탓에 원판 투입량 대비 생산 규모가 늘지 않는 셈이다. 이는 그대로 영업이익 손실로 기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역시 OLED 아이폰 출시가 처음이다 보니 생산 전 시행착오가 많았다”며 “양산 스케줄이 한달 보름 정도 딜레이 된 것도 만족할 만큼 수율이 올라오지 못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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