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10.5세대(2940mm X 3370mm) 기판을 절반으로 자른 ‘10.5세대 하프(Half)’ LCD 투자를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 10.5세대 하프 LCD는 면취율은 기존 10.5세대만큼 높으면서, 수율을 조기에 안정화 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거론돼 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이 치열한 LCD 보다는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ELD)에 투자하는 게 효율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SDC, 10.5세대 하프 규격 투자 검토 않기로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대형 LCD 투자 방안의 하나로 꼽히던 10.5세대 하프 LCD 라인에 대해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결론지었다. 10.5세대 하프 규격은 기판 가로 길이는 2940mm로 동일하지만, 세로는 원판의 절반인 1685mm다. 



▲10.5세대와 10.5세대 하프 규격 비교. /SK증권


한때 삼성디스플레이는 10.5세대 하프 LCD 라인에 월 6만장 규모까지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대신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중소형 OLED 분야에 매진하기로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를 비롯해 국내외 패널 업체들이 10.5세대 하프 규격을 검토했던 이유는 높은 면취율 때문이다. 10.5세대 하프 기판으로는 65인치 TV용 패널 4장, 혹은 75인치 TV용 패널 3장을 생산할 수 있다. 각각 면취율은 94%씩이다. 면취율 94%는 10.5세대 원판을 그대로 쓰는 것과 같은 수준의 높은 효율이다. 


10.5세대 하프 규격의 또 다른 장점은 수율 안정성이다. 아직 세계서 10.5세대 하프 규격을 생산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업체는 없기 때문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10.5세대 원판 규격보다는 생산하기 쉬울 것으로 보고 있다. 2009년 10세대 LCD 라인을 처음 가동한 일본 샤프는 수율을 완전히 안정화 시키는 데 2년 이상 허비했다. 


기판 긴 변의 길이가 줄면, 증착-노광-식각으로 이어지는 생산 전 과정에서 수율을 제고할 수 있다. 한 장비업체 관계자는 “긴 변의 길이가 2940mm면 8세대 규격(2200mm X 2500mm)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10.5세대로 바로 직행하는 것 보다는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사카이에 위치한 샤프 10세대 LCD 공장 (사진=샤프)

▲일본 사카이에 위치한 샤프 10세대 LCD 공장 /샤프 제공



대형 LCD, 투자 우선순위에서 OLED에 밀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삼성디스플레이가 10.5세대 하프 규격에 투자하지 않기로 한 것은 투자 우선 순위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매년 수조원을 중소형 OLED 증설에 투입하고 있는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LCD 분야에 뭉칫돈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 가장 먼저 10.5세대 라인 투자를 천명한 BOE는 월 9만장 생산규모 투자를 위해 7조원을 투입키로 했다. 장비업체 관계자들은 10.5세대 하프 규격 역시 이와 비슷한 투자금액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적으로 처음 가동하는 라인인 만큼 모든 장비를 새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식각 장비 업체 관계자는 “작은 크기라고 해도 새로운 규격의 장비를 설계하고, 이를 테스트하는데만 6개월 이상이 소요된다”며 “이는 설비 투자 금액 증가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7조원이면 6세대(1500mm X 1850mm) OLED 라인 3개(원판투입 기준 월 4만5000장)를 짓고도 1조원이 남는 돈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패널 업체들이 10.5세대 LCD 투자를 검토했던 가장 큰 요인은 수율 조기 안정화에 따른 투자 리스크 감소”라며 “투자 금액 측면에서는 메리트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답답한 삼성전자 VD사업부


삼성전자, 인도에서 ‘QLED TV’ 출시하고  프리미엄 TV 시장 수성 나서 (5).jpg

▲인도 델리에 위치한 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삼성전자 ‘QLED TV 런칭 이벤트’에서 관람객들이 신개념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LCD 투자에 손을 놓으면서 곤궁한 처지에 몰린 건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 사업부다. 


TV용 LCD를 수급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LCD 투자를 중단한 삼성디스플레이는 7세대 LCD 라인(L7-1)을 걷어 내고 스마트폰용 OLED로 전환하기도 했다. 특히 10.5세대 규격에 특화된 60인치대 이상 LCD 패널은 더욱 구하기 어렵다. 삼성디스플레이의 8세대 공장에서도 60~70인치 규격 패널을 생산할 수 있지만 면취율이 80% 이하로 떨어진다. 먼저 10.5세대 투자에 나선 중국 BOE⋅CSOT와는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는 VD사업부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VD사업부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36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 6% 수준으로, 같은 기간 3822억원의 영업이익(영업이익률 8.8%)을 기록한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부에 못미치는 실적이다. 삼성전자의 연간 TV 판매량이 LG전자 대비 50% 이상 많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지난해 연말 일본 샤프는 그동안 삼성전자 VD 사업부에 LCD TV용 패널을 더 이상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경쟁 관계인 LG디스플레이에서 급히 TV용 패널을 구매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VD 사업부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해도 지금 당장 7조원을 들여 TV용 LCD 라인을 짓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며 “그보다 중소형 OLED 라인에 재원을 투자하는 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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