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부터 조달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에 터치스크린 소재⋅부품은 삼성디스플레이를 통하지 않고 직접 조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에 따라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전용 OLED 라인에는 ‘와이옥타(Y-OCTA)’ 공정을 구축하지 않고 있다. 


와이옥타는 OLED 일체형 터치스크린으로, OLED 제작 공정 중에 터치스크린까지 한번에 제조하는 기술이다. 외부에서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구매해 붙이는 기존 방식 대비 터치 구현 원가가 30% 정도 저렴한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 아이폰7 및 아이폰7 플러스. /애플 제공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일본 닛샤프린팅(니혼섀시)과 OLED용 터치스크린을 공동 연구개발 중이다. 닛샤프린팅은 1964년 설립된 터치센서 전문업체로 필름방식 터치스크린 경쟁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3년부터는 금속 소재를 활용한 메탈메시 터치스크린 개발에도 투자해왔다.


애플이 닛샤프린팅과 터치스크린 R&D를 진행한다는 것은 내년 아이폰에 탑재할 OLED 모듈에 필름형 터치스크린을 적용할 것이라는 뜻이다. 


OLED에 터치 기능을 구현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OLED 제조 공정 중에 터치스크린 전극을 증착하는 게 첫 번째 방법이다. 이른바 와이옥타 기술로 삼성디스플레이가 ‘갤럭시노트7’용 OLED 패널에 첫 적용했다.


제조가 끝난 OLED 패널 위에 터치스크린 필름을 따로 부착하는 방법도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갤럭시S7 엣지’, ‘갤럭시S6 엣지’ 등에 이 기술을 사용했다. 


별도의 필름이 필요 없는 와이옥타 기술이 디스플레이를 더 얇게 만들 수 있고, 터치 구현 원가도 30% 정도 저렴하다. 그러나 애플은 굳이 후자를 택했다.


애플이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구매하면서도 터치 기능만 따로 빼서 자체 조달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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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닛샤프린팅이 생산한 터치스크린. /닛샤프린팅 홈페이지 캡처



우선 애플이 터치스크린 기술에서 삼성에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자체적으로 소재⋅부품을 조달키로 했을 수 있다. 애플은 과거 아이팟 시절부터 터치스크린 사용자경험(UX)에 있어 집착에 가까운 완성도를 추구했다. 브로드컴에서 아이폰용 터치칩을 조달하면서 관련 알고리즘은 직접 설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만약 애플이 와이옥타를 적용하면 터치칩은 삼성전자 시스템LSI 등 갤럭시노트7에 공급했던 협력사로부터 받아와야 한다. 이 경우, 아이팟 시절부터 이어져 온 ‘터치 감성’이 바뀔 수 있다. 


와이옥타가 적용된 OLED 모듈이 애초에 외판이 안 된다는 설도 있다. 와이옥타는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동 개발한 최신 기술인데, 타 스마트폰 업체와의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삼성 외부로의 판매가 제한됐다는 뜻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용 OLED 외판을 막아 오다 지난해부터 제한을 완화한 바 있다. 이 역시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와의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시행해오던 정책이다. 


터치스크린 업계 한 임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 패널을 최소 3년간 외부에 판매하지 않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만 공급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타 스마트폰 업체와의 격차를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아이폰7 내부. /애플 제공



애플이 필름형 터치스크린을 조달키로 함에 따라 관련 후방 산업에 일정 정도의 수혜가 이어질 수도 있다. 애플이 택한 기술은 필름으로 제작된 터치센서를 스마트폰 커버유리에 라미네이션(부착)하는 후공정 처리가 필요하다. 터치센서는 현재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닛샤프린팅이 공급하겠지만, 후공정 처리는 타 협력사가 일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 기술이 개발되기 전 이 작업을 에스맥에 맡겼다. 에스맥은 지난 2013년 닛샤프린팅과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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