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아이폰에 적용키로 한 애플은 향후 OLED를 대체할 또 다른 디스플레이를 준비 중이다. 아직 선행 개발 단계에서 연구 중인 프로젝트지만, 내구성⋅색재현성이 높고 플렉서블(휘는) 구현까지 가능한 차차세대 디스플레이다.


바로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얘기다. 삼성전자 역시 마이크로 LED의 디스플레이 구현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마이크로 LED로 디스플레이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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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니가 마이크로 LED를 이용해 구현한 디스플레이 샘플. /소니 제공



마이크로 LED는 기존 LED와 구조는 비슷하지만, 칩 사이즈를 가로⋅세로 각각 100마이크로미터(µm) 이하로 줄인 제품을 뜻한다. 현재 칩 사이즈가 작은 상용 플립칩 LED의 한 변 길이가 800µm 정도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로⋅세로 길이를 지금보다 8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면적으로는 64분의 1 이하로 칩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


LED 칩 크기가 마이크로 단위까지 작아지면 기존 LED가 가지지 못했던 여러 장점들을 살릴 수 있다. 


우선 개별 LED를 서브픽셀로 쓸 수 있다. 이는 LED가 발광 기능(백라이트유닛) 뿐만 아니라 화상 구현 기능까지 발휘할 수 있다는 뜻이다. LCD TV는 LED에서 나온 빛이 도광판-확산판-편광판-액정-컬러필터를 통과해 시청자 눈에 비쳐진다. 만약 LED 자체를 서브픽셀로 쓸 수 있다면, 이 같은 소재⋅부품 없이 바로 화면을 구현할 수 있다. 컬러필터 적⋅녹⋅청 자리에 각각의 LED를 배치시킴으로써 화면을 구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마이크로 LED를 컬러필터의 서브픽셀만큼 작게 만들 수 있느냐는 점이다.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처음 이름 붙인 ‘아이폰4’의 경우, 적⋅녹⋅청 서브픽셀 크기가 가로 52µm, 세로 26µm였다. 즉 스마트폰에서 마이크로 LED를 통해 풀 HD급 화면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최소 26µm 이하(한 변 기준)로 칩 사이즈를 줄여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LED 업계가 구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칩 사이즈는 60µm 정도가 한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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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LED 어레이(왼쪽)와 개별 칩(오른쪽).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LED 칩 크기가 줄면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무기물로 이루어진 기존 LED는 휘어지면 증착면이 갈라지면서 불량이 발생하지만, 마이크로 LED라면 얘기가 다르다.


힌지(경첩)를 이용해 특정 곡률반경 이내로 접히지 않게 제한만 해준다면, 마이크로 LED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삼성전자가 선보일 폴더블 스마트폰의 곡률반경이 3r(반지름 3mm인 원을 감싼 정도의 휘어짐)”이라며 “마이크로 LED로 3r의 곡률반경을 구현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LED가 OLED 대비 내구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유기재료로 이뤄진 OLED는 수분과 산소 노출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봉지(인캡) 공정이 필수로 따라 오지만, 봉지 내구성 역시 오래 가지 않는다. 



전사 기술의 핵심...애플, 럭스뷰 인수로 돌파할까



이처럼 장점이 많은 마이크로 LED라도 당장 상용 제품에 적용하기는 난제가 있다. 칩 사이즈가 너무 작아 다루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쌀알 크기보다 작은 직육면체 LED를 광속⋅색좌표에 따라 랭크를 나누고, 이를 전극의 정확한 위치에 실장하는 게 까다로운 작업이다. 


애플 역시 이 같은 문제 때문에 마이크로 LED를 OLED에 이은 차차기 디스플레이로 염두해 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럭스뷰라는 마이크로 LED 전문 업체를 인수해 핸들링 문제 돌파를 시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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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뷰의 정전기 방식의 이송법(왼쪽)과 PDMS를 이용한 전사방법.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제공



럭스뷰가 가진 특허는 마이크로 LED를 플렉서블 혹은 평면(리지드) 기판 위에 이송하는 게 핵심이다. 실리콘 재질로 만든 정전헤드(Electrostatic  head)에 전압을 걸어 마이크로 LED를 픽업하고 이송하는 방식이다. 럭스뷰 기술은 프로그래밍을 통해 임의로 선택된 칩 또는 어레이만을 이송할 수 있지만, 정전기로 인해 LED를 픽업할 때 칩에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럭스뷰 기술 외에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개발한 기술로, 탄성이 있는 고분자 물질(주로 폴리디메틸실록산, PDMS)을 캐리어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점성이 있는 PDMS로 LED 웨이퍼 상의 칩을 한 번에 모두 픽업하고, 이를 플렉서블 또는 평면 기판에 전사하는 방법이다. 이는 칩 손상 가능성은 적으나 전사공정을 거듭해도 점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 LED는 어떻게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다루느냐가 훨씬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만 해결하면 OLED를 이을 차차기 디스플레이로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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