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데…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의 한국 법인 A사는 황당한 

일을 겪었습니다. 정부의 연구개발(R&D) 과제를 따내기 위해 가진 발표 자리에서 기술이 아닌 국적에 관한 질문이 쏟아 졌기 때문입니다. 첫 질문부터 “A사는 외국 기업이냐, 한국 기업이냐” 였다는데요. 결국 A사는 제대로 발표조차 못한 채 과제를 따내는 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과제를 따간 것은 A사보다 완성도가 낮아 업계에서 잘 활용하지 않는 기술을 쓰는 국내 업체였다는데요. 평가 기준에는 기업의 국적에 관한 부분이 포함돼있지 않지만,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처럼 국내 기업이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옵니다. 애국심 때문에 수백억원대의 R&D 비용이 허투루 쓰이는 건 아닐지요. 


♦️ 독점 공급하라고? "이미 다른 업체는 다 쓰고 있답니다” … 대기업 S사에 소재를 공급하는 A사 임원은 S사 구매팀을 만났다가 얼마 전 황당한 얘기를 들었습니다.”이 소재 첨단인 것 같으니 독점 공급하라”라는 내용인데요, 사실 그 제품은 일본, 중국 업체들이 이미 쓰고 있었거든요. 고객사가 시장 및 기술 정보에 이렇게 어두울 줄은 몰랐다는 것이죠.


괜히 한국에서 ‘갑을 관계’라는 표현이 자주 회자되는 게 아닙니다. 한국 제조업을 이끌었던 주요 산업 중 하나는 IT입니다.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부품, 장비, 소재 생태계가 한국 경제의 동력이 됐죠. 한국이 승승장구하는 동안 일본은 ‘갈라파고스’라는 조롱까지 받으면서 제조업 둔화의 쓴 맛을 봤고요. 


최근 양국의 제조업 분위기가 역전되고 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를 협업 문화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내용은 주로 국내 ‘갑’들이 조장한 문화에 대한 비판입니다. “자기 밑으로 줄서기 시켜놓고 연구개발(R&D)은 커녕 다른 고객사나 경쟁사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조차 막았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어떤 기술을 개발해 상용화 시키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또 천재 한 명,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한 회사가 기술을 완성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로 힘든 상황입니다. 그런데 서로 교류하는 것을 막고, 글로벌 고객사의 동향도 파악하기 힘들게 막아 기술 개발, 정보 공유 모두 안 됐다는 겁니다.


그 결과를 비참하게 받아들일지, 지금부터라도 개방된 마음으로 서로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나누고 한국 IT제조업 생태계의 체력을 키울지 선택의 여지가 없겠죠?


♦️ 이렇게도 여성 임원이 없습니까? … 전세계적으로 다양성(diversity)을 강조하는 회사 문화가 확산되면서 임직원들의 인종이나 성별을 다양하게 구성하려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습니다. 


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도 마찬가지인데요, 인사 담당자는 신임 지사장 공모에 여성 후보가 꼭 있었으면 하는데 후보 자체를 찾기가 쉽지 않다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안그래도 기자가 반도체 업계 여성 지사장이나 임원을 한번 떠올려 봤는데요, 지사장을 역임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담당 임원을 제외하고 개발이나 영업 출신 여성 임원 역시 흔하지 않더라고요. 


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대학을 다녔던 ‘알파걸’과 ‘천재소녀’들, 다들 지금 어디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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