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의 두 축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다. 2차전지를 중심으로 긴 후방 생태계가 구축된 전기차와 달리 자율주행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업종 대기업들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은 계속 소외될 수 밖에 없을까. 중소⋅중견 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파고들 수 있는 ‘틈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KIPOST가 들여다봤다.

 

[자율주행, 틈새를 찾아서③]이제 시작이다, 대차량통신(V2X)

 

대차량통신(V2X) 플랫폼은 GPS와 와이파이, 블루투스, LTE, 라디오(AM·FM), DMB, 단거리전용통신(DSRC), 근거리무선통신(NFC)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을 제어하는 32비트 멀티코어 이상의 MCU도 탑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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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차량통신(V2X) 개념도./자료=퀄컴 블로그


 

이 중 첨단운전지원시스템(ADAS)과 관련된 기능은 GPS와 DSRC다. 현재 차량에 적용되는 GPS 센서의 오차 범위는 수m 내외다. 오차 범위를 좁히기 위해 자이로·가속도 센서로 구성된 관성측정장치(IMU)가 별도 탑재된다.

 

오차 범위를 수㎝ 수준까지 좁힌 GPS 센서도 있지만 가격이 10배 이상 비싸다. 때문에 GPS센서와 V2X통신을 결합, 차량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해상도(HD) 지도 정보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HD 지도에는 차선, 신호등, 가드레일 등 도로 정보가 포괄적으로 담긴다.

 

 

‘고가’ DSRC, 공정 확보 중요

 

 

와이파이의 일종인 DSRC는 차량간통신(V2V)과 차량-인프라통신(V2I)에 활용된다. 하이패스도 DSRC를 활용한다. 비허가 주파수 대역인 5.9GHz 대역을 사용해 신호를 주고받고 노변기지국장치(RSE)의 구성이 셀룰러 통신보다 간단하다.

 

다만 DSRC 칩(모뎀·트랜시버)은 LTE 칩보다 비싸다. 공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DSRC 칩은 생산 공정을 차량용 전자부품 안전규격인 AEC-Q100 Grade 3단계(-40℃~85℃) 이상을 만족하도록 구성해야 한다.

 

한 번 납품하기 시작하면 10년간 품질을 보증해야해 다른 제품을 생산하기도 어렵다. 자체 팹(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NXP반도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이유다.

 

NXP반도체는 여기에 프로토콜 스택(protocol stack) 등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을 보유한 호주 코다와이어리스에 지분을 투자, 사실상 DSRC 솔루션을 수직계열화했다. 국내에서는 칩 생산 업체는 없으나 이티포스(Ettifos), 세스트(CEST) 등이 프로토콜 스택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LTE·5G 등 셀룰러 통신망도 활용

 

 

기존 셀룰러 망을 활용한 C-V2X 기술도 활용된다. 통신 표준단체 3GPP가 지난해 확정한 ‘릴리즈14(Rel14)’ 규격에 따르면 C-V2X는 ‘LTE다이렉트(Direct)’ 기반 직접 통신 모드 및 ‘LTE브로드캐스트(Broadcast)’ 기반 네트워크 통신 모드 등 두 가지 전송 모드를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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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V2X는 기존 LTE망을 활용하는 네트워크 통신 모드와 기지국 없이 단말간 정보를 송수신하는 직접 송신 모드를 지원한다./퀄컴


 

기존 LTE망을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활용도가 높고 DSRC보다 정보의 송수신 범위가 2배 정도 넓다. 하지만 지연시간이 DSRC와 비슷하거나 느리고 데이터 사용자가 많은 곳에서는 통신이 잘 되지 않는다.


때문에 완성차 업계에서는 기존에 활용해 신뢰성이 높은 DSRC로 초기 무선통신을 지원하게 하고 C-V2X 기술은 5G 뉴라디오(NR)가 상용화되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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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2X 기술별 특징./ETRI, 키포스트 정리


 


5G NR은 지연 시간이 1마이크로초(ms)에 불과하고 평균 데이터 전송 속도도 20Gbps로 빠르기 때문이다. 기지국 등 인프라 구축을 고려하면 5G NR이 적용되는 시점은 2020년께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셀룰러 기반 통신은 초기 프리미엄급 차량에 탑재돼 일부 편의 기능을 제공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향후 5G가 보급화되면 본격적으로 자율주행에 도입,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안 중요… 칩 레벨에서부터 보안성 강화


 

 

V2X 모듈에서 가장 중요한 건 보안이다. 데이터를 송수신하는 과정에서 정보 유출 및 해킹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소프트웨어 뿐 아니라 칩 단계에서부터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NXP반도체는 안전 요소(SE) 칩인 ‘SXF1800’을 솔루션에 추가하면, 키 및 생체 정보 등 중요 데이터가 별도 메모리에 저장되는 등 다양한 보안 기능을 구현하게 했다. 일부 업체들은 모듈 조립 단계에서 탑재됐던 하드웨어보안모듈(HSM)을 칩 자체에 내장하기도 한다.

 

소프트웨어에서는 DSRC 기반 V2X 플랫폼을 기준으로 한 ‘IEEE 1609.2’, ‘CAMP VSC3’ 등의 표준이 제정됐다. 플랫폼에 적용되는 무선통신의 종류나 역할에 따라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아직 V2X 플랫폼 전반을 아우르는 소프트웨어 표준은 정해지지 않았다. 

 

‘IEEE 1609.2’는 차량 간 전송되는 메시지의 위·변조 방지 여부 및 메시지 송신자가 적합한 사람인지를 식별하기 위한 공개키 기반 전자 서명 기술과 데이터 암·복호화를 수행하는 ‘AES-CCM’ 등을 요구한다. 반도체 업계는 타원 곡선을 이용한 디지털 서명 알고리즘(ECSDA) 회로를 별도 탑재해 전자 서명 기술 구현을 지원한다.

 

자동차 회사 및 관련 기관이 참여해 구성한 컨소시엄 ‘CAMP’에서 만든 ‘CAMP VSC3’ 표준은 공개키인프라(PKI), 암복호화 키 관리 시스템(KMS) 등을 내용으로 한다. CAMP는 미 교통국(USODT)과 협력, ‘보안 인증 관리 시스템(SCMS)’ 규격도 제정했다.

 

 

5G·소프트웨어(SW) 선점하라

 

 

V2X 플랫폼은 타 전장 플랫폼보다 최근에서야 적용되기 시작했다. 아직 시장이 개화되기 전이라 국내 업체들이 파고들 틈이 상대적으로 많다. 

 

특히 연구개발(R&D) 비용이 많이 들고 이미 시장 구도가 잡혀진 하드웨어보다 통신 및 보안 관련 소프트웨어에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DSRC 프로토콜 원천 기술을 가진 켐트로닉스도 NXP반도체와 V2X 플랫폼 제작에 협업하고 있다. 

 

보안 소프트웨어는 ADAS플랫폼의 라이다처럼 이제 막 개화해 아직 두각을 드러내는 업체가 없다. 시큐리티이노베이션(Security Innovation), 에스크립트(Escrypt) 등 일부 기업이 완성차 업계와 협력 중이다. 국내에서는 펜타시큐리티가 차량용 방화벽 및 키 관리 시스템(KMS) 등을 포함해 각 규격을 준수한 ‘아우토크립트(AutoCrypt)’ 솔루션을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V2X 플랫폼은 이제 막 시장이 열려 다른 플랫폼에 비해 진입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며 “ADAS, 인포테인먼트 등 다른 전장 플랫폼보다 확장성이 낮고 특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 구도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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