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시장의 가장 뚜렷한 변화의 두 축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이다. 2차전지를 중심으로 긴 후방 생태계가 구축된 전기차와 달리 자율주행 분야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업종 대기업들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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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CES 2018에서 선보인 자율주행 레이싱카 '로보레이스(ROBORACE)'./엔비디아

 


그렇다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중소⋅중견기업들은 계속 소외될 수 밖에 없을까. 중소⋅중견 기업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에서 파고들 수 있는 ‘틈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KIPOST가 들여다봤다.

 

 

[자율주행, 틈새를 찾아서①] 외산 천지 ADAS, 기회는 있다


 

 

자율주행의 전장 플랫폼은 크게 첨단운전지원시스템(ADAS)과 인포테인먼트, 차량간통신(V2X)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ADAS 플랫폼은 자율주행의 ‘눈’에 속하는 센서와 ‘두뇌’인 프로세서로 나뉜다. 안전과 직결돼 가격보다 성능·신뢰성이 우선이다.

 

 

레드오션 ‘센서’, 핵심 부품은 외국계 업체들 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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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시스템의 구조. 도식에는 빠져있지만 센서에는 초음파 센서도 포함돼있다./자료=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자율주행에서 센서는 차량 위치와 차량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는 데 활용된다. 


 

먼저 차량 주변의 사물을 인식하는 것은 초음파, 카메라, 레이더(Radar), 라이다(Lidar)다. 차량 주변에 일종의 안전 감시 영역(Safety cocoon)을 형성하는 이 센서들은 이미 해외 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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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센서는 자동차 주위로 안전 감시 지대(safety cocoon)를 형성해 정보를 읽어들인다./사진=인피니언


 

초음파 센서는 보쉬⋅무라타⋅니세라⋅발레오 4개사가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카메라 모듈용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이미지센서는 앱티나와 옴니비전, 소니가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다.

 

비교적 뒤늦게 적용되기 시작한 레이다 센서도 인피니언⋅ST마이크로⋅NXP반도체 3개사가 시장의 8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차량의 위치를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 위성항법시스템(GNSS) 칩 시장은 브로드컴⋅재팬라디오⋅유블럭스 등 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GNSS의 오차 범위를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관성측정장치(IMU) 시장도 인벤센스⋅ST마이크로 등 대기업이 점령했다.

 

 

ADAS 플랫폼의 틈새, 라이다 ·소재

 

 

이처럼 핵심 센서는 외산 업체가 시장을 선점했다. 하지만 틈새는 있다. 라이다와 소재다. IT보다 제품을 개발, 인증받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지만 그만큼 부가가치는 높다. 

 

먼저 라이다는 아직 시장이 형성되기 전으로, 여러 제작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 초기 구글의 자율주행차에 탑재된 미국 벨로다인(Velodyne LiDAR)의 360도 모터 구동형 스캐닝 방식이 주목받았지만 차량 위에 탑재해야하고 모터 때문에 단가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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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다인의 라이다 ‘퍽(PUCK)’. 최근 벨로다인은 대량 양산 체제를 갖추고 이 제품의 가격을 절반으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최근에는 소형 모터를 탑재, 탐지각을 줄인 3D 스캐닝 라이다와 모터를 뺀 고정형(솔리드스테이트) 라이다가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OPA방식과 MEMS 미러를 활용한 라이다는 아직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까지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물론 핵심 부품인 레이저 다이오드는 오스람옵토세미컨덕터가, 타임투디지털컨버터(TDC)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아날로그 반도체 업체들이 공급한다.

 

하지만 라이다에서는 부품보다 내부에 탑재되는 레이저 다이오드와 빛을 모으는 렌즈 등 광학 부품을 적절한 위치에 배치, 신호 송수신의 효율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날씨 등 주변 환경을 보상해주는 신호 처리 알고리즘도 갖춰야 한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에스오에스랩과 카네비컴이 각각 스캐닝·고정형 라이다, 스캐닝 라이다를 개발 완료했다. 에스오에스랩은 신호 처리 알고리즘에, 카네비컴은 광학계 기술에 강점을 보유했다.

 

두 번째는 방열에 강한 소재다.

 

차량용 반도체는 차량 부품 안전 규격인 AEC-Q100을 만족해야한다. 특히 ADAS 관련 부품은 차량 본체 등에 탑재되는 만큼 완성차(OEM) 업체들이 AEC-Q100의 1등급(grade 1)을 요구한다. AEC-Q100 1등급은 영하 40℃에서 영상 125℃ 사이에서도 오류없이 작동할 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의 반도체는 최고 작동 온도가 85℃~100℃ 정도로, 방열 특성을 확보하기 위해 방열체(Heat sink)를 두껍게 입히고 알루미늄 케이스로 모듈화한다. 

 

특히 라이다는 레이저 광원을 많이 탑재할 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하지만 발열 때문에 성능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카네비컴도 방열 특성이 좋은 특수 소재를 활용, 자사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을 연구개발(R&D) 중이다.

 

한편 엠씨넥스,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이 선전하고 있는 카메라 모듈 시장은 최근 다른 모바일 부품사들도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모바일 시장과 전장 시장은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전개해야한다고 조언한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과 달리 자동차는 ‘반짝’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며 “당장 매출이 나지 않아도 R&D를 진행할 의지가 있어야 전장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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