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2차전지 완제품 생산에 비교적 덜 적극적이던 유럽 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대열에 뛰어든다. 중국 완성차 업체와 시험운행을 실시하는 등 구체적인 사업 참여 계획을 발표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 스와치그룹⋅노스볼트 등 유럽 기업들이 잇따라 전기차용 2차전지 생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가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은 스위스 스와치그룹이다. 스와치그룹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시계 제조 업체다. 스와치 외에도 오메가⋅티쏘 등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보유했다. 스와치그룹은 중국 완성차업체 지리(Geely)와 함께 배터리 시제품을 전기차에 적용해 시험하고 있다. 배터리 생산을 스와치그룹에서, 자동차 제조를 지리에서 담당한다.

스와치그룹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진행 중인 곳은 벨로노스클린파워(Belenos Clean Power Holding Ltd., 이하 벨로노스)와 레나타(Renata)다. 벨로노스는 스위스연방공과대학과 함께 배터리를 개발하는 한편, 테스트용 생산도 구축 중이다. 레나타는 소형 전자제품용 코인셀을 주력 생산한다. 스와치그룹은 벨로노스를 통해 자동차용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고 레나타에서는 소형전지를 중심으로 한 배터리 생산기술을 축적한다.

스와치그룹 소속 벨로노스가 자동차용 배터리를 준비 중이다.(사진=스와치그룹)

당초 벨로노스는 태양에너지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창립됐다. 현재도 연료전지 등 다양한 친환경 에너지를 연구한다. 2008년 스와치그룹 창립자인 니콜라스 하이에크(Nicolas G. Hayek)가 창업했다. 현재는 니콜라스 하이에크의 아들인 닉 하이에크(Nick Hayek)가 벨로노스 회장 겸 스와치그룹 최고경영자(CEO)다.

배터리 개발에 바나듐(Vanadium)을 함유한 화합물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벨로노스는 “현재 개발 중인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적어도 30% 이상 효율적”이라며 “내년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산에 들어갈 경우 함께 전기차 시험주행을 진행 중인 지리에 먼저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스웨덴 노스볼트(North Volt)는 스위스 전기 자동화시설 생산업체 ABB와 유럽 최대 규모 배터리제조공장을 건설한다. 피터 칼리슨(Peter Carlsson) 노스볼트 CEO는 과거 미국 테슬라에서 글로벌 공급망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했다. 2015년 테슬라를 그만두고 2016년 11월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를 창업했다.

두 업체는 지난 9월 리튬이온배터리 제조공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ABB는 노스볼트에 초기 투자비용을 공급하고 산업자동화를 지원한다.

공장 및 연구시설은 스웨덴에 건설된다. 스웨덴에 배터리 공장을 짓는 이유 중 하나는 자원 수급 때문이다. 스웨덴은 음극활물질로 사용되는 흑연과 양극활물질 재료인 니켈⋅망간을 생산한다. 국경을 맞닿은 핀란드에서는 코발트⋅니켈⋅리튬을 채굴한다. 세 물질 모두 양극활물질 제조에 사용된다.

생산라인은 스웨덴 셸레프테오(Skellefteå)에, 연구개발센터는 베스테로스(Västerås)에 건설한다. 2018년 하반기부터 건설을 시작한다. 2019년 시연품 생산라인을 완성하고 2020년 1분기부터 정식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최초 연간 생산능력은 8GWh다. 2023년 완공 이후 생산능력은 32GWh가 될 전망이다.

피터 칼리슨 노스볼트 CEO와 MOU를 체결한 울리히 스피어스호퍼 ABB CEO. (사진=ABB)

산업용품 및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로 유명한 독일 보쉬 역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준비 중이다. 10년 후 전세계 신차의 15%가 전기 파워트레인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4억 유로(약 5179억원)를 투자한다. 190kg 무게의 전기차 배터리가 에너지양 50kWh을 가지고 15분 내에 75% 이상 충전되는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1kg당 에너지밀도는 약 263Wh인 셈이다. 배터리 팩을 기준으로 했을 때 굉장히 높은 수준이다.

보쉬가 주장하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 성능은 무게 230kg, 에너지양 18~30kWh다. 에너지밀도는 1kg당 78Wh~130Wh 다. 현재 보쉬는 일본 GS유아사(GS Yuasa), 미쯔비시와 합작 투자사를 설립했다.

보쉬는 2000년대 후반부터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 과거 삼성SDI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하며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합작사는 2012년 정리됐다. 보쉬 측이 자체 배터리 셀 생산기술을 강하게 원한 것이 합작사 해체의 큰 이유로 알려졌다. SB리모티브당시 배터리 셀 연구개발 및 양산은 삼성SDI가 담당했다. 보쉬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과 영업을 맡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최근 배터리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계획을 유럽연합 차원에서 시도하고 있다”며 “내년 초 이와 관련한 자세한 활동 계획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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