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시스템(ESS)용 중대형배터리 수급난이 계속되면서 ESS 제조업체의 고민이 깊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ESS 업체들은 배터리 수급 문제가 장기화된 탓에 ESS수주 입찰에 불참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ESS 공급 입찰에 응한 업체가 하나도 없는 상황도 발생했다.

ESS 배터리 수급 문제 장기화로 ESS업체 고민이 깊어졌다. 사진은 삼성SDI가 최근 공개한 ESS신제품. (사진=삼성SDI)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가▲경기도 화성지구 ▲충청남도 청천지구 ▲경상남도 두량지구에 진행중인 태양광연계 ESS설비 입찰 건은 각각 두번씩 유찰됐다. 첫번째는 응찰한 업체가 아예 없었고 두번째는 업체 한 곳만 응찰하면서 입찰이 취소됐다.

김승연 농어촌공사 에너지개발부 차장은 “연초 기준으로 적지 않은 사업비를 확보했는데, 배터리 수급 부족 탓에 ESS 배터리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몇몇 업체들에 입찰 참여 연락까지 돌렸지만 업체들은 남는 게 없다며 참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처럼 ESS용 배터리가 품귀현상을 빚게 된 것은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 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느라 ESS용으로 배정할 생산라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ESS용 중대형 배터리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와 생산라인 공유가 가능하다. 전기차용 배터리가 높은 에너지밀도에 중점을 둔다면, ESS용 배터리는 충방전 수명과 출력에 개발 초점을 맞춘다. 배터리 업체들은 전기차와 ESS 업황에 따라 생산 품목을 조정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배터리 업체들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선호하는 것도 ESS용 배터리 공급난을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다. 전기차용 배터리는 한번 납품계약을 할 경우, 최소 몇 년 동안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다. 반면 ESS용 배터리는 납품량이 일정하지 않다.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때문에 ESS용 배터리 수급난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SS 업체들은 배터리 업체들이 대규모 ESS 수주가 아니면 배터리를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한다. ESS 업계 관계자는 “몇 백MWh 수준이 아니라면 아예 배터리를 구매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규모 ESS 사업자들은 더욱 물건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 연계 ESS 업체 관계자는 올해 주문한 배터리를 지금까지 하나도 공급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인 배터리 업체들이 자사가 추진하는 대규모 ESS 구축 사업에 배터리를 우선 공급한다”며 “배터리 업체들은 내년 4월 이후부터 자사 사업이 마무리되며 수급 상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몇몇 ESS 업체들은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을 검토 중이다. 중국산 LFP 배터리는 국산 NCM 배터리보다 에너지밀도는 낮지만 빠른 납품이 가능하다. 소재 특성상 안정성이 높다는 것도 장점이다.

중국산 배터리의 경우, 모듈 또는 랙(Rack) 단위까지 조립이 완료된 제품을 받는데 80일이면 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랙은 배터리 모듈을 묶어 원하는 전압과 전류를 맞춰 만든 하나의 배터리 시스템 단위다. 최근 ESS 업계에서 국산 배터리 모듈 또는 랙을 납품 받는데 반년 정도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기간이 절반 이하로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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