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폭발 사고의 상당수는 액체로 된 전해질이 배터리 외부로 흘러나오면서 발생한다. 전해액은 공기에 노출되면 발화하기 쉬운데, 이에 따른 폭발은 전기차 안전성 문제를 제기하는 주된 이유였다. 교통사고가 발생해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더라도 전해액이 새어나오지 않게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미국 테슬라모터스가 생산한 '모델S'에 화재가 발생한 모습. 차량 하부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배터리 전해액이 흘러 화재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 /유튜브 화면 캡처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2차전지 업체⋅연구기관에서 전해질 일부 또는 전체를 고체로 제작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고체(All-Solid-State) 전지는 전해질(전지의 양·음극 사이를 전하가 이동하는 데 필요한 물질)을 고체로 만들어 외부 충격과 고온에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기존 리튬이온 전지의 전해액은 외부로 유출되면 자연발화해 폭발 위험성이 컸다.

전고체 전지는 유연하게 만들 수 있어 휘어지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장착된 디바이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최근 나트륨 전고체 전지를 개발했다. 리튬은 희소성 탓에 최근 1년간 가격이 3배 가까이 폭등한 1톤당 2만달러에 거래 중이다. UNIST는 매장량이 풍부한 나트륨계 신소재를 탐색하던 중  ‘나트륨 황화안티몬(Na3SbS4)’ 물질을 발견했다. 나트륨 황화안티몬은 공기 중에서도 안정적으로 이온 전도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정윤석 교수는 “최근 나트륨 이온을 활용한 이차전지는 리튬 이온 전지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앞설 수 있는 차세대 전지로 주목받고 있다”며 “하지만 기존 나트륨 이온 고체전해질은 이온 전도가 낮아 전고체 전지로 구현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해외 업체들은 전해질 일부를 고체화한 부분 고체화 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미국 24M 테크놀로지스는 ‘부분 고체화 리튬이온 전지(Semisolid Lithium-ion)’을 개발했다. 부분 고체화한 전해질을 양극재와 일체화해  전지 부피가 줄어들고 전력 용량은 15~25% 늘어난다. 공정도 단순화해 생산 비용을 50%가량 절감했다. 오는 2018년 초 상용화할 계획이다.

영국 가전업체 다이슨은 지난해 고체화 전지 개발을 위해 미국 고체 배터리 기업 삭티3(Sakti3)를 인수했다. 삭티3는 박막증착 기술로 전해질을 양극재에 코팅한 형태 전지를 제작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폴크스바겐 '골프 GTE'의 배터리팩. 폴크스바겐은 지난 2014년 전고체 전지 스타트업 회사인 '퀀텀스케이프'를 인수했다. /폴크스바겐 제공

이 밖에 자동차 관련 업체들도 전고체 전지 기술 내재화에 나섰다. 독일 자동차부품 업체 보쉬는 지난해 8월 미국 리튬이온 전지 벤처기업 시오(SEEO)를 인수했다. 시오 역시 전고체 전지 제조 기술을 보유한 벤처 회사다.

독일 폴크스바겐은 지난 2014년 전고체 전지 스타트업 회사인 퀀텀스케이프(QuantumScape)를 인수해 전기차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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