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 스마트폰 LTPS LCD 확대...리지드 OLED는 신기술로 구애

중가 이하 스마트폰 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LCD와 리지드(기판이 휘어지지 않는) OLED 간의 공방이 내년에 더 격화될 전망이다.

애플이 플렉서블(기판이 휘어지는) OLED를 도입하면서 상대적으로 물량이 남아돌게 된 LTPS LCD 진영은 지난해부터 리지드 OLED와 극심한 가격 경쟁을 벌여왔다. 다만 올해까지 두 패널 간 경쟁요소가 가격 중심이었다면, 내년에는 기술로 옮겨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은 LTPS LCD 채택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사진은 샤오미 '레드미 S2'. /샤오미 제공
내년 중화권 스마트폰 업체들은 LTPS LCD 채택 비중을 높일 예정이다. 사진은 샤오미 '레드미 S2'. /샤오미 제공

27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중국 비보⋅오포⋅샤오미, 이른바 중국 중저가 스마트폰 브랜드들은 내년에 LTPS LCD 모델의 출하량을 더욱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2분기 기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9.2%를 LTPS LCD 모델로 채웠던 비보는 올해 2분기 25.3%로 두 배 이상 늘렸다. 오포는 같은 기간 LTPS LCD 모델 출하비중이 19.8%에서 27.3%로 증가했다. 샤오미는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 LTPS LCD 모델 출하 비중이 각각 36.5%와 55.8%였다.

3개 브랜드 모두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 중에서 LTPS LCD 모델 비율이 1년만에 크게 높아졌다. 조이 궈 IHS마킷 수석연구원은 “비보⋅오포는 내년에 LTPS LCD 모델 판매 비중을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J시리즈' 역시 'M시리즈'로 이름을 바꾸면서 LTPS LCD 채택 비중을 높인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 J시리즈' 역시 'M시리즈'로 이름을 바꾸면서 LTPS LCD 채택 비중을 높인다. /삼성전자 제공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LTPS LCD 채택 확대 움직임은 삼성전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내년에 ‘갤럭시J’ 시리즈를 계승하는 ‘갤럭시M’ 시리즈를 출시하는데, 기존 J시리즈 대비 LTPS LCD 비중을 크게 높일 계획이다(KIPOST 2018년 9월 11일자 <삼성전자, 'M시리즈' 스마트폰 뜬다> 참조).

지난해 연간 1억3000만대 가량 판매된 갤럭시 J시리즈는 출하량의 70%가 리지드 OLED였으나, 내년 갤럭시 M시리즈는 이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지드 OLED가 사라지는 자리는 LTPS LCD가 채운다.

내년에 스마트폰 업체들이 LTPS LCD 채택 비중을 늘리는 것은 양극화되고 있는 스마트폰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사실상 성장이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그나마 판매량이 늘고 있는 가격대는 750달러 이상의 초고가 시장과 90~400달러 사이의 미드-로엔드 시장이다. 두 가격대 사이의 중고가 시장은 지난 2016년 이후 매년 역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가격대별 판매량 추이. /IHS마킷 제공
스마트폰 가격대별 판매량 추이. /IHS마킷 제공

750달러 이상 시장을 애플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애플 이외의 브랜드들은 미드-로엔드 시장을 노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 가격대 스마트폰 소비자들은 가격 민감도가 크기 때문에 부품 스펙을 낮춰서라도 출고가를 내려야 한다.

지난 2분기 기준 5.5인치~6인치(풀 HD) 패널 기준으로 리지드 OLED의 가격은 27달러선이었던데 비해, LTPS LCD의 가격은 19달러에 불과하다. 리지드 OLED 대신 LTPS LCD를 적용하는 것만으로 소재⋅부품 원가를 8달러 정도 내릴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리지드 OLED를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하는데 비해 LTPS LCD는 중국 패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공급하면서 가격 하락폭이 더 크다.

사정이 다급한 쪽은 삼성디스플레이다.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LTPS LCD 비중을 늘린다는 건, 곧 리지드 OLED 채택 비중은 줄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탕정 A2 공장에 5.5세대(1300㎜ x 1500㎜) 원판 투입 기준 월 20만장 규모의 리지드 OLED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인근 A1 공장에도 4세대(730㎜ x 920㎜) 기판 투입 기준 월 5만5000장 규모의 캐파를 보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삼성디스플레이 A2 공장은 올해 LTPS LCD와의 경쟁 탓에 가동률 부침을 겪어 왔다. 현재는 70%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 1분기만 해도 A2 공장 가동률은 50%대에 그쳤다. 이 때문에 생산효율이 낮은 A1 공장은 일시 가동중단 되기도 했다.

구딕스의 광학식 FOD 구현 장면. /구딕스 제공
구딕스의 광학식 FOD 구현 장면. /구딕스 제공

따라서 삼성디스플레이로서는 LTPS LCD에서는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들을 리지드 OLED에 구현하는 방법으로 시장을 수성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능이 디스플레이 일체형 지문인식(FOD)이다(KIPOST 2018년 11월 20일자 <내년 1억대 팔린다는 FOD 기술, LCD에도 적용 가능할까> 참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출시된 FOD 지원 스마트폰 8종은 모두 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초음파식⋅광학식 FOD 모두 LTPS LCD에서는 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TPS LCD 시장은 이미 가격 외에는 경쟁 요소가 없을 만큼 평준화됐다”며 “내년에 LTPS LCD 가격이 더 떨어질 전망이어서 리지드 OLED 진영은 비 가격적 요소로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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