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0%씩 배터리 가격 내려야

LG화학이 독일 폴크스바겐의 전기차 플랫폼인 MEB(Modular Electric Drive Kit) 프로젝트를 최종 수주했다. MEB는 폴크스바겐이 2020년 이후 양산할 전기차에 탑재되는 전용 플랫폼이다. 9년간 최소 6종 이상의 전기차 640만대가 MEB를 토대로 생산될 계획이다.

다만 폴크스바겐은 MEB 프로젝트 가동과 함께 공격적인 배터리 원가 혁신을 추진하고 있어 향후 수익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1. ▲LG화학이 폴크스바겐으로부터 MEB용 배터리를 수주했다. 사진은 폴크스바겐 로고. /폴크스바겐 제공



골프⋅티구안 등 핵심 모델에 적용 예정


LG화학은 폴크스바겐과 2019년 말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키로 지난 2일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고 4일 공시했다. LG화학이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MEB용 배터리는 이 회사의 베스트셀러 모델인 ‘골프’, 소형 해치백인 ‘폴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티구안’, 대형 SUV ‘투아렉’ 등 최소 6개 차종의 전기차 모델에 적용된다.

폴크스바겐은 앞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에도 MEB처럼 핵심 플랫폼을 공유하는 생산 방식을 적용했다. MQB(Modular Transverse Matrix, 독일어 Modularer Querbaukasten)라는 플랫폼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는 폴크스바겐이 신차 개발에 따르는 개발 비용⋅시간을 최소하는 비결이다. 엔진⋅변속기 등의 위치와 사이즈, 장착 방법을 몇 개 규격으로 통일함으로써 마치 ‘레고 블록을 쌓 듯’ 신차를 개발할 수 있다. 내연기관 자동차의 핵심인 엔진⋅변속기가 미리 나와 있으니, 나머지 부분만 채워 넣으면 금세 새 모델이 출시된다.

수많은 부품 협력사에서부터 완성차 조립라인까지 통일된 플랫폼을 공유함으로써 물류 및 생산 효율도 뛰어나다.

따라서 한번 MQB 공급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면, 장기간 안정적으로 소재⋅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폴크스바겐과 협력사가 한몸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다. MEB 프로젝트 시작과 함께 어떤 회사가 배터리 협력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지 초미의 관심사였던 이유다.

폴크스바겐은 각 지역을 나누어 LG화학⋅삼성SDI와 중국 CATL에 각각 MEB 물량을 배분한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은 2025년쯤 MEB용 배터리를 연간 150GWh 규모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출하된 전기차(EV⋅PHEV⋅HEV 포함)용 배터리 용량은 44.2GWh다. 연간 시장은 60GWh를 약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7년 뒤, 폴크스바겐 1개 회사에서만 올해 연간 배터리 수요의 2배 이상을 수급한다는 뜻이다.

 

▲폴크스바겐의 MEB 플랫폼. /폴크스바겐 제공



매년 10%씩 가격 내려야...MEB 원가혁신 프로젝트 가동


그렇다고 MEB 프로젝트 수주를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다. 폴크스바겐이 MEB 프로젝트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구매원가를 매년 공격적으로 인하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2020년 MEB용 배터리시스템 가격 기준으로 1kWh 당 100유로(약 120달러) 이하를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셀 가격으로 환산하면 약 85~88유로(100~105달러) 정도다. 지난해 LG화학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공급한 전기차 ‘볼트(Bolt)’용 배터리 가격이 1kWh 당 145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LG화학은 2020까지 1kWh 당 배터리 가격을 2017년 대비 30% 인하해야 한다. 이는 매년 10%씩 셀 가격을 내려야 달성 가능한 수준이다.

지난 3월 1톤당 10만달러 직전까지 치솟았던 국제 코발트 가격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배터리 업체들에게 원자재 가격은 부담이다. 원자재 부분을 그대로 둔 채 공정개선 만으로 원가를 절감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만약 폴크스바겐이 이 같은 공격적인 원가 계획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프로젝트를 수주하고도 수익성 확보에는 실패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LG화학은 이미 지난해부터 사내에 ‘MEB 원가혁신 프로젝트’를 가동,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MEB 플랫폼에 들어갈 배터리의 소재 구성을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이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NCM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을 특정 비율로 섞어 만든다. 니켈 비중이 높아질수록 에너지 밀도는 높아지지만, 배터리 안정성은 떨어진다. 폭발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폴크스바겐의 MEB 플랫폼 원가 인하 계획. /키움증권, SNE리서치 제공

 

 

반대로 니켈 함량을 떨어뜨리면 배터리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에너지 밀도가 떨어진다. LG화학은 그동안 GM에 볼트 용 배터리로 니켈⋅코발트⋅망간을 ‘6:2:2’로 섞은 NCM 622를 공급해왔다. 폴크스바겐에는 이 소재들은 ‘8:1:1’로 혼합한 NCM 811을 공급하기 위해 연구개발 중이다. 값비싼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는 대신, 에너지 밀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니켈을 늘리면 배터리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

다만 LG화학이 바로 내년 연말부터 NCM 811을 폴크스바겐에 공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설명한대로 NCM 811은 안정성이 아직 낮기 때문에 소형 원통형 배터리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NCM 811은 우선 원통형으로 양산한 뒤 향후 안정성이 검증되면 전기차용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며 “MEB용 배터리는 우선 파우치셀 타입이 공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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