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집무실이 발칵 뒤집혔다.페이스북의 증강현실(AR) 글래스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프로젝트에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시스템LSI 사업부가 각각 입찰하면서다.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시스템LSI 사업부가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데 성공했지만, 김 부회장은 크게 역정을 냈다. 각자도생(各自圖生)하랬더니 공명지조(共命之鳥)하고 있는 꼴이었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지난 2017년 두 사업부의 분리 당시 각 사업부에게 각자도생을 요구했다. 시스템LSI 사업부에는 자사에 기대는 비중을 줄이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로 특허출원을 하기 위해서는 특허명세서를 그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야 한다. 이때, 특허명세서의 번역이 잘못된 경우 결과는 아주 치명적이다. 작게는 거절이유가 발생해 비용이 추가로 들고, 크게는 등록을 받을 수 없거나 등록을 받아도 소송에 쓰기 어려운 특허가 탄생한다.그런데 그 번역에 대해 크게 고민하는 출원인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필자는 번역을 엉망으로 해서 미국으로 보냈던 명세서가 그대로 출원되어 해외대리인이 중간사건에서 명세서를 다시 쓰자고 제안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 당시 미국 대리인은 번역 수정에만
지능형교통체계(ITS) 관련 세계 최대 행사인 'ITS 월드 콩그레스 2019(ITS World Congress 2019 in Singapore)가 지난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필자가 소속된 에티포스는 차량용 반도체 1위 업체 NXP반도체의 파트너 자격으로 NXP 부스 내에서 NXP의 칩셋 기반 자사 솔루션을 전시하는 형태로 전시회에 참가 했다. 글로벌 반도체 업체와 공동으로 전시를 기획해 진행하다 보니, 이들의 뒷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 그때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본다. DSRC 기반 V
2000년 이후 부품이 세트 산업을 쥐고 흔드는, 이른바 ‘꼬리가 개를 흔드는(Wag the dog)’ 상황은 크게 두 번 일어났다. 우선 2005년 낸드플래시. 근래 고급 보조기억장치의 대명사인 낸드플래시는 원래 천덕꾸러기였다. 덮어쓰기가 불가능(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는 한)하고, 다른 메모리 반도체 대비 속도는 형편 없었다. 낸드플래시가 IT 세트 시장을 좌우하는 반열에 오른 건 2005년 애플이 ‘아이팟 나노’를 출시하면서다. 이전까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보조기억장치로 사용했던 아이팟은 나노 시리즈 출시와 함께 낸드
브랜드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 경우 그 대가는 사업을 하는 이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상표는 그 브랜드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즉, 상표등록은 자신의 브랜드를 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사업자가 그토록 지키고자 하는 브랜드를 상표로서 등록하지 않는다면 타인이 그 브랜드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타인이 먼저 상표등록을 하면 그 브랜드를 빼앗길 수도 있다. 상표 등록을 하지 못할 수 있다상표등록을 하지 않으면 발생하는 첫번째 문제는 브랜드를 만든 사람이 그 상표를 나중에 등록받을 수 없게 된다는
지난 7일 LG전자가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 7811억원. 예상을 뛰어 넘는 숫자에 증권가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연발했다. 1등 공신은 약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HA(가전) 사업본부다. 다만 HE(TV) 사업본부가 뒷받침(2700억원 흑자)하지 못했다면 LG전자의 실적은 ‘백색가전만의 승리’로 퇴색했을 것이다. 스마트폰 사업이 18분기 연속적자에 빠진 동안, 그나마 TV 사업이 버텨주면서 ‘정보가전의 LG’도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HE 사업본부의 앞날도 밝지만은 않다. 동생인 LG디스플레이
기업 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오만가지다. 주가 움직임만 놓고 특정 현상을 설명하는 건 그래서 섣부르다. 그러나 10일 일부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의 공통된 주가 움직임은 적어도 한 가지 사실을 명확하게 함축하는 것 같다. 삼성의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 OLED) 패널 사업에 의구심을 갖는 이가 많다는 것이다.삼성디스플레이가 발표한 QD OLED 투자 규모는 13조1000억원, 이 중 시설투자금은 10조원이다. 금액만 놓고 보면 적지 않다. 그러나 2025년까지 6년짜리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간 집행될 평균 금액은 1
지난 2007년 5월 국내외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들은 망연자실했다.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가 발주의향서(LOI)까지 내놨던 5.5세대 LCD 라인 투자 계획을 접은 탓이다. 조단위 자금이 오가는 장치 산업에서 설비 발주 취소는 협력사는 물론, ‘갑(甲)’인 고객사에도 리스크다. 위약금 부담과 함께 업계 신뢰 상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향후 신속한 설비 투자가 필요할 때, 장비 업체들의 공급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도 크다.당시 최고경영자(CEO) 부임 6개월만에 전격 투자 철회 결정을 내린 사람은 권영수 현 (주)LG
조단위 자금이 투입되는 장치 산업에서 ‘공급과잉이 오겠느냐’는 물음은 의미 없다. 공급과잉은 반드시 온다. 어차피 과점 기업도 공급과잉이 닥칠 때까지 투자한다. 다음 세대 기술을 위한 연구개발 투자는 그래서 중요하다.“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가 상용화 될까요?”디스플레이 산업이 공급과잉기에 들어선 2년 전부터 부쩍 자주 듣는 질문이다. 기술적 난제를 논외로 하고,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 상용화가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는 재료비다. 마이크로 LED가 상용화 하기에 너무 비싼 기술이라는 거다.최근 TV 시장 주류인
특허와 보험은 여러가지로 닮은 점이 있다. 그래서 변리사로서 특허상담을 하는 필자는 가끔 보험상담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낄 때가 많다. 다음은 서로 비슷한 점이다.첫째, 비용이 무조건 작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비용이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도 아니다. 특허도 보험처럼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으면 좋다.둘째, 옵션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보험의 경우에도 최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듯이, 특허도 마찬가지다.셋째, 옵션을 잘못 선택하면 돈을 많이 쓰고도 보상을 못 받을 수 있다. 특허도 용도에 맞게 획득한 것이 아니면 필요한
1985년 애플서 쫓겨나 픽사를 인수한 스티브 잡스는 디즈니를 딛고 재기했다. 한때 애니매이션 제작업체 CEO로서 디즈니와 ‘100:0’이라는, 굴욕적 수익 배분 계약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디즈니로 하여금 픽사를 좋은 조건에 인수하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진 마이클 아이즈너 전 디즈니 CEO와의 공방은 유명한 일화다.만약 잡스가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그는 다시 한 번 디즈니와의 일전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잡스의 애플 복귀 이후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애플⋅디즈니가 이제 같은 시장을 놓고 경쟁 관계에 놓인 탓
일본이 첨단 소재 수출 규제에 돌입하자 삼성⋅LG⋅SK 만큼이나 화들짝 놀란 곳이 BOE⋅칭화유니그룹⋅SMIC다. 3개 회사는 중국 첨단 IT 제조업의 상징이다. 중국 국적의 이들은 왜 우리나라에 대한 일본의 수출 규제에 긴장할까.지난달 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소재 공급망 점검차 긴급 출국할때 쯤, 중국 업체들도 국내외 소재 공급 업계에 전화를 돌렸다. 이번 사태가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우려해서다. 결론은 “우리도 소재⋅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자”다. 중국은 일본이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향해 뽑아든 칼이 언젠가
특허권,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라이선스는 지식재산권(IP, Intellectual Property)의 각기 다른 형태입니다. 이들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지식재산권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특허우선 특허는 발명가가 만든 발명에 대한 권리를 보호합니다. 발명가가 자신의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은 경우 다른 사람이 그 발명품을 제작, 사용 또는 판매하는 것을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20년간 가집니다.발명가가 기존에 없었던 어떤 새로운 장치, 물질, 프로세스 등을 만들었다거나, 기존에 존재하던 장
대형 디스플레이 업계가 공급과잉을 판단하는 기준선은 ‘10%’다. 한해 TV 업체들이 소비하는 패널 양 대비 디스플레이 공급량이 110% 미만이면 이상적이다. TV 업체들이 비축하는 재고와 생산 수율을 감안하면 초과 10%까지는 시장이 고통 없이 감내할 수 있다.최근 디스플레이 업계가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는 건 이 기준선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지난 상반기 TV용 패널 공급 초과치는 15%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이 소화 가능한 초과분 10%를 빼고도 5% 이상이 남아 돈다는 뜻이다. 이 5
현재 유럽에서는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대차량통신(V2X) 표준 선정을 놓고 치열한 논의가 전개되고 있다. 이동통신 기술 기반의 C-V2X 진영과 근거리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DSRC’ 진영이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KIPOST는 현재 유럽에서 벌어지고 있는 V2X 표준과 관련한 홍승수 에티포스 전략마케팅 본부장(이사)의 보고서를 원문 그대로 싣는다.이 보고서는 유럽연합(EU)의 V2X 관련 법안 부결의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대응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세계 각국이 V2X 표준 전쟁을 치루고 있다. 이 와중에 유럽연합(
“소재 생산은 통계와 데이터베이스(DB)의 마법입니다. 선발 업체를 단숨에 따라 잡기 힘든 이유죠.”한 광학소재업체 임원은 한국이 일본 소재 산업에 열세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첨단 IT 산업에서 완제품과 부품은 일부나마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이 가능하다. 내부를 열어보고 부품들을 나열하다 보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 얼추 알아낼 수 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지 10여년 만에 중국 화웨이가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따라잡은 비결이다.소재는 다르다. 소재의 물성을 결정하는건 시간
특허출원은 언제 해야 가장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제품이 완성되고 나서 특허를 출원하려고 한다. 그 시기는 너무 늦어 보인다. 조금 더 빠른 특허 출원의 타이밍을 권하고 싶다.전자제품을 예로 들면, 하나의 전자제품이 개발되어 판매되는 동안에 수많은 단계가 존재한다. 크게 구분하면 제품의 기획단계, 연구개발(R&D)단계, 시제품 완성, 마케팅, 제품 판매로 나뉜다.특허 분쟁 경험이 없는 기업에서는 보통 연구개발단계가 다 끝나고, 시제품 완성단계에서 특허출원을 진행한다. 그러면서 제품이 곧 출시되니 특허출원을 서둘러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제한 조치를 맞닥뜨리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품목이 ‘플루오린 폴리이미드(PI)’다. 플루오린 PI는 최근 삼성전자⋅화웨이가 선보인 폴더블 스마트폰용 커버윈도 소재다. 유리처럼 투명하고, 반복된 굽힘에 대한 내구성이 강하다. 플루오린 PI 수출 제한 탓에 삼성전자가 입게될 실질적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될까. 시장조사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올해 폴더블 스마트폰, 혹은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예상 출하량은 140만대 정도다. 내년에는 500만대, 내후년에는 1700만대 정도가 출하
6월은 현대차와 기아차 (이하 ‘현기차’) 자동차 출하를 중심으로 시장 우려와 기대에 대해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완성차 시장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한 전기차 시장 추이와 최근 시장 우려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현기차의 글로벌 공장 출하 부진현기차 글로벌 공장 출하는 ‘15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현대차 글로벌 공장 출하는 ‘15년 496만대에서 ‘18년 460만대까지 하락했고, 기아차 글로벌 공장 출하 역시 ‘15년 305만대에서 ‘18년 270만대까지 하락했습니다. 시장 관심은 ‘19년부터 자동차 출하와
왜 특허를 받아야 하지?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의 CEO들이 많다.특허를 받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신의 제품의 차별화가 아닐까? 그래서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당대의 가장 유명한 투자자인 워렌버핏은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에만 투자한다고 한다. 즉 진입장벽인 브랜드, 특허 등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다. 그가 가장 대표적으로 선호하는 기업인 코카콜라는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하고 생산방법을 영업비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질레트는 강력한 브랜드와 강한 특허 포트폴리오를 구